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너도 아팠겠구나,고등어.

눈이 오네 조회수 : 1,995
작성일 : 2012-02-10 18:07:11

 

고등어를 사러,버스를 타고 일부러 농수산시장까지 갔어요.

동네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면 고등어비린내가 너무 많이 나는데 농수산시장은 그렇진 않았거든요.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중간에 내려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택시로는 7분여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만약 버스를 기다린뒤 타서 갔다면 아마 이십분은 더 걸렸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은 농수산시장에 저혼자 온건 처음이었어요.

그동안은, 아이아빠랑 아이랑 함께 왔었거든요.

고등어 세마리가 만원이라고 하던데 왜이리 비싸냐고 물었더니, 이번엔 이놈들도 바다를 건너오면서 교통비가 많이 오른것같다는군요.

 

이번엔 지하철을 타고, 두정거장정도의 거리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왔습니다.

마을버스를 오랫만에 탔는데 길이 험해선지 많이 덜컹거리고, 흔들려서 멀미를 좀 했네요.

집에 와서 굵은소금을 한주먹씩 온몸에 맞은 고등어들을 씻어내리는데, 선홍색 핏물이 제법 많이 흘러내리네요.

고등어야, 너 많이 아팠구나.

원래 붉은 피를 가진 생명들은 아픔을 느낀다던데,

이상하게 나도 굵은소금에 맞은 너희들이 눈물난다야~~

오후에 눈이 올것도 예상못하고 옥상에 올라가 빨래 몇점을 널었다가, 버스를 타러가기전 빨래를 걷어야 할듯해서

옥상에 가봤더니, 하얀 눈송이들을 온몸으로 맞고있는 빨래들이 너무 아름답고 순결해보이던데, 너희들은 참 슬프다.

 

그리고, 또 이상한건 그 와중에도 고등어가 너무 비싸졌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매일 고등어를 씻을때마다 드는 생각은 왜 고등어는 사람도 아니면서 피를 흘리지? 하는 생각이 든다.

갈치도 안흘리는데..

IP : 124.195.xxx.179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크크씨
    '12.2.10 6:17 PM (122.37.xxx.2)

    82 문학관...같네요.
    뜸금없이 배경음악으로 이런게 생각나서...
    " 그대 내게 햄버걸 주는 사람~ 내가 가는길이 햄하고 멀지라도 그대 내게 햄버걸 주는 사람~"

  • 2. 미안
    '12.2.10 6:21 PM (1.246.xxx.160)

    루시드폴의 '고등어' 생각나네요 ㅠㅠ^^;;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hobia311&logNo=70130179652

  • 3. 원글
    '12.2.10 6:24 PM (124.195.xxx.179)

    오, 이런 노래도 다 있네요?^^ 너무 좋네요~~잔잔한 피아노선율위에 빗방울처럼 한음씩 내려와 가슴한구석에 와닿는 이 음색..정말 좋네요..수고했어요,,란 노래가사도 감동~~~

  • 4. ㅋㅋㅋ
    '12.2.10 6:30 PM (112.154.xxx.75)

    원글과 댓글 모두 멋져요
    혼자 피자먹으며 보다가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일부러로그인까지했어요
    82의 이런 글 이런 분위기가 좋아요

  • 5. 글을 읽으니 저도
    '12.2.10 6:42 PM (118.46.xxx.27) - 삭제된댓글

    지난번에 조림용 생고등어를 꺼내다 너무 피가 낭자해서 깜짝 놀랐던 경험이 생각나네요

  • 6. 순결하고 아름다운 빨래와
    '12.2.10 6:48 PM (211.215.xxx.39)

    처연한 고등어...
    음~뭔가 마구 시적이고...
    루시드 폴은 천재고...

  • 7. 원글
    '12.2.10 6:52 PM (124.195.xxx.179) - 삭제된댓글

    저, 고등어란 노래 들으면서 울었어요. 가난한 당신,절 골라줘서고마워요. 오늘하루도 수고했어요란 말이랑, 푸른 바다를 건너온 고등어란 내용들이랑.. 그런데 루시드폴이란 사람이 한국어로 이노래를 부른건가요?루시드폴이란 사람은 어느나라 사람인데, 고등어를 알까요?

  • 8. 스뎅
    '12.2.10 7:11 PM (112.144.xxx.68)

    루시드 폴 한국 가수분이에요^^

    생명공학 박사 이기도 하구요

    음악이 감성이 철철 넘치죠^^

  • 9. asd
    '12.2.10 7:46 PM (59.1.xxx.81)

    저랑 비슷한 분이 계셔서 로긴했어요
    국거리 양지머리 고기를 가위로 사각 사각 썰어내면서
    소야, 미안하다. 나도 살이 있는데 니 살을 이리 자를 자격이나 있겠니;
    다음 생엔 편안하게 태어나 살다 가거라 하고 빌어줍니다.
    양지머리를 썰 때, 생선 비늘을 벗길 때, 조개를 끓는 물에 넣을 때, 그들의 아픔이 어쩐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아 맘이 좀 추워지지요.
    저는 채식으로 가려고 슬슬 준비중이랍니다.
    성장중인 딸아이는 당분간 어쩔 수 없지만, 본인이 성인이 되어 결정할 수 있게 하구요

  • 10. ㅋㅋㅋ
    '12.2.10 7:54 PM (210.94.xxx.89)

    원글에 , 댓글에.. 이런 센스쟁이 분들 ㅎㅎ

  • 11. ㅇㅇㅇㅇ
    '12.2.10 8:01 PM (121.130.xxx.78)

    이건 뭐 수필이네요.
    당장 어디 잡지사에라도 기고해보세요.

  • 12. 고등어
    '12.2.10 8:18 PM (175.116.xxx.69)

    후끈 후끈 합니다 고등어 노래 너무 너무 따뜻하지요..
    저도 고등어 먹은지 오래됐네요
    애초에 태생들이 누가 누굴 먹고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ㅠㅠ
    이래서 원죄론이 있었나.

  • 13. 리아
    '12.2.10 9:19 PM (36.39.xxx.159)

    좋은 심성의 원글이
    감성적인 글
    그에 화답하는 댓글...

    왠지 비가 추적추적내리는 어느 늦은 오후같은 분위기..

    좋은 노래.

    고맙습니다^^

  • 14. frei
    '12.2.10 9:33 PM (112.172.xxx.197)

    저도 어렸을 적에 어머니께서 고등어 몸통은 손질해서 구워 놓으시고 머리만... 고양이 삶아 주신다고 물 담긴 양재기에 넣어놓으신 걸 보고는 얼마나 마음이 시리던지요..
    한참을 그 눈을 보면서 명복을 빈 기억이 나네요.. 위에 고등어님께서 쓰신 것처럼 저도 어쩔 수 없이 타자의 생명을 취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 자연계의 시스템이 아픕니다... 원죄론처럼 정말 인간이 지은 죄로 인한 타락의 대가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죄는 인간이 지었는데 왜...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3182 날씨가 너무 좋은데..약속이 없네요 6 rr 2012/03/18 1,664
83181 코스코 스타벅스에스프레소랑 수마트라에스프레소 어떤게 더 맛있어요.. ,,, 2012/03/18 684
83180 북한 미사일발사 즈음해서.. 다시보는 노무현 발언록 3 아따 2012/03/18 643
83179 국내 제약회사 대졸영업직. 남자로서 어떤가요? 5 양이양이 2012/03/18 3,974
83178 한국도자기 젠 레이첼파커 싸게 사는 법 없나요? 지름신이.... 2012/03/18 2,078
83177 꽁치통조림 유통기한도 좀 알려주세요 1 따라쟁이 2012/03/18 1,001
83176 제주해군기지 반대 시위대의 실체 5 ㅠㅠ 2012/03/18 1,030
83175 방송3사 파업을 모르겠다는 분 읽어보시라고. 4 틈새꽃동산 2012/03/18 1,154
83174 김장때부터 내리 두번이나 실패하고나니 자신감 상실 7 김치야 2012/03/18 1,721
83173 고3 수학어찌해야 할지 답답해요. 12 고3엄마 2012/03/18 2,307
83172 일요일에 진료보는 병원 있을까요? 컴대기 7 ㅠㅠ 2012/03/18 986
83171 [급] 질문입니다. 영양보충용 ensure라는 마시는 것. 2 옆집캔디 2012/03/18 1,308
83170 애 교복 세탁때문에 세탁세제사려는데.. 3 추천 부탁드.. 2012/03/18 1,513
83169 카모메 식당 1 지금 2012/03/18 1,412
83168 올핸 꼭 부재자투표신청해서 투표해야겠어요. 2 .. 2012/03/18 782
83167 부탁드립니다. 글 좀 찾아주세요. 3 플리즈 2012/03/18 818
83166 우리나라 가족 중에 한명은 결핵균 잠복보균자래요 2 Tranqu.. 2012/03/18 3,153
83165 넌 라면 ok! 짬뽕 2012/03/18 760
83164 82님들도 그렇죠? 5 살짝튀긴새똥.. 2012/03/18 16,812
83163 초등학생 여아들 수영복 어떤거 사줘야 되나요? 10 수영복 2012/03/18 2,785
83162 세계와 교감하는 한국 발효 음식 스윗길 2012/03/18 901
83161 건강검진 할수 있는곳 추천 부탁드려요 건강검진 2012/03/18 913
83160 통번역사 님의 영어 공부하기 14 하나엄마 2012/03/18 4,194
83159 수학은 뭐가 정답일까요? 과외 학원 자기주도 2 수학 2012/03/18 1,999
83158 볶음밥인데 밥이 질어요 ㅠㅠ 5 ... 2012/03/18 5,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