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방이며 책 정리는 좀 해놓고 사는데, 냉장고 냉장실도 어느 정도는 정리해 놓고 사는데
냉동실은 감히!! 손을 댈 엄두를 못내고 살았습니다.
뭐, 신혼때와 아이 하나일 때만 해도 손질 잘 해서 쪼르르 줄 맞춰 냉동실에 수납했는데
어언~ 사내아이 둘 딸린 결혼생활 15년차가 되니 내 몸과 함께 냉동실도 망가지더이다.
그런데 왕 깔끔하신 우리 둘째 언니는 우리 집 올 때마다 타박을 하는 겁니다.
너 냉장고가 이게 뭐냐, 정리 좀 해라. 뭐가 있는지는 아냐...
네~ 저 솔직히 냉동실에 뭐가 있는지 샅샅이 알지 못합니다.
언젠가부터 냉동실은 마법의 상자라도 되는 양 넣는대로 꾸역꾸역 받아먹긴 하는데
그 꽉 찬 냉동실 어느 구석에 뭐가 있는지는 영...
듣기 좋은 꽃노래도 자꾸 들으면 질린다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이번 설 명절에 놀러온
언니한테 또 타박 듣다보니 짜증이 올라오더군요. 백 번 옳은 소린데도요.
사실 그렇게 꽉 차 있는데도 먹을 건 별로 없거든요. 농사 짓는 시엄니가 보내주신 고춧가루, 고추, 깨, 들깨가루,
찹쌀, 떡, 콩으로 꽉 찬 냉동실. 문제는 우리가 어머님이 보내주시는 양을 제 때 소화 못한다는 데 있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힘들여 농사 짓고 애틋한 마음으로 보내신 것들이니까요.
그러다가 두둥~~
어제 마침내 다이소 가서 수납 바구니 몇 개를 사왔답니다. 그리고 냉동실 것들을 모두 꺼내 식탁에
쌓아놓았지요. 흠... 정말 많더이다. 인간은 역시 잉여족임을 실감했다는!!
결론은 우리 집 냉동실이 달라졌어요.
바구니 몇 개를 이용해 종류별로 나누어 넣고 차곡차곡 쌓았을 뿐인데도 문을 열면
정리된 아름다운 자태 아낌없이 보여주시는 냉동실로!!
물론 그래도 꽉 차 있긴 합니다. (2년 전 청양고추 보내주신 것도 있더라는^^;;)
그래도 이젠 타박은 안 듣지 싶어요.
정말 오래걸려 정리한 냉동실, 자랑하고 싶네요.
흐흐~ 이젠 더 안 채우고 되도록 비우기 모드로 살아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