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기 있는 집과 계약했습니다.
그 개구쟁이들 둔 댁은 다행히 1층으로 가야겠다고 해서, 제 마음도 가볍게요.
그런데, 내놓자마자 바로 계약하자면서 줄기차게 전화가 온 거라서 서두르기 싫어 하루만 더 생각해보자 했습니다.
다음날 제가 몹시 바쁜 와중에도 줄기차게 전화를 해대더군요.
영업 성사를 위해 그러려니 하면서...현재 그 금액이면 계약을 제대로 하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 전세가가 떨어진 상태라 그 금액이면 감지덕지하란 설명을 하더군요.
그러면서 줄기차게 들어올 세입자가 오늘 계약하는 줄 알고, 반차 신청을 했다는 둥, 현세입자도 시간 빼서 오기로 했다는 둥...
사람마음 무겁게 하는 소리를 계속 하더군요.
그 때, 글을 못 읽으신 분들 위한 부가설명드리자면...
세입자가 개인사정으로 칠팔개월만에 이사 나가는 것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제가 아쉬운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람들도 오라고 했다고 하고, 시세는 업자가 부르는 게 맞다고 하고, 인터넷 시세도 더 높은 가격은 하나 정도밖에 없어서 굳이 계약을 미룰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럼 그렇게 계약 진행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보니 일제히 이천만원 정도 오른 전세가로 바뀌어 있더군요.
알고 보니, 그 날이 부동산 인터넷 시세 갱신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부동산 작자가 시세갱신일 전에 거래성사에만 혈안이 돼 낮은 시세를 알려줬던 거지요.
전화를 했지요.
난 급한 것 없는 사람이었다.
다음날인 시세 갱신일에 분명 전세가가 오를 걸 알고 있었음에도 거래성사에만 혈안이 돼 알려주지 않은 건 직무유기다...했더니, 뭐 자기 변명에만 급급하더군요.
그러더니, 이미 계약금 10% 건너 갔으니, 게임끝이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더군요.
제가 못 가서 그 쪽에서 그 밤중에 알아서 계약서 쓰고, 제 통장으로 계약금만 송금해 준 거였거든요.
네, 좋은 일 했다 치기로 했습니다.
일터가 옮겨져서 급하게 이사가야 하는 세입자에게는 계약 이후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것이고...
들어올 세입자도 낮은 가격에 살게 되니 조금이라도 고마워 하겠죠.
족칠 것은 부동산업자뿐이니...
이삿날 가서 족쳐버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