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임신중인 직장인이에요.
남편이 아기 낳고 6개월되면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아파트의 5층에 이사가서 살자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내가 평소에 전적으로 아기랑 둘이 있는데, 엘리베이터 없이 유모차랑 아기랑 짐 들고 5층을 오르내리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더니
형편이 안 되는 걸 어쩌냐고 그럼 대안을 말해보라며 화를 내더라고요.
본인은 많이 찾아보고 심사숙고해서 말한건데 대안도 없이 안된다고 한다면서요.
그게 힘들면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냐는데...
다르게 하자는게 아니라, 내가 힘들다는데 남편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게 속상했어요.
어젯밤엔 싸우다 너무 화가 나서
한밤중에 집을 뛰쳐나와서 동네를 울면서 헤매다녔네요
배부른 임산부가 추운 밤에 울고 다니니 완전 구경거리됐어요-_-;
제가 키와 몸집이 작고 힘이 약해서 좀 힘들 것 같긴 한데
출산 6개월부터 애기 안고 5층 계단 다닐 만 할까요?
지금 임신해서도 계단 다니기 불안불안 한데 괜히 애기 안고 오르내리다 넘어질까봐도 걱정되고
유모차까지 끌고 다닐 수 있을지, 장은 어떻게 볼지 이래저래 걱정은 되는데
실제로 할 수 있는건데 지레 겁먹은건지도 모르겠어서 판단이 잘 안 되네요.
저는 아파트 안 살아 봐서 어떨지 잘 모르겠어요.. 감이 없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가 출산휴가는 되지만 육아휴직을 오래는 못 써서 빨리 돌아가야 해서
조금이라도 아기 근처에 있으려고
어차피 전세집이니 전세 기한 다 되면 제가 다니는 회사 근처로 이사하려는 거거든요.
남편 회사도 멀지 않고... 그런데 저희 회사 근처 아파트들이 비싸다보니..ㅠㅠ
저는 집이 아무리 허름해도 그냥 회사 근처기만 하면 좋다고
주변 연립이나 그냥 주택도 좋다고 했는데...
남편 회사에서 전세대출 혜택 해주는 걸 하려면 아파트여야 하나 봐요.
그래서 아파트로 알아보려니 엘리베이터 없는 5층이 그나마 젤 싼가 보구요...
20년도 넘은 낡디낡은 18평 아파트지만;; 그래도 가깝게 있고 싶어요.
상황은 이해가 가는데
저더러 의견 말하면 참고하겠노라고 여러번 말했으면서
정작 내가 힘들 것 같은 부분을 말하면 자기가 심사숙고해서 알아본건데 뭐라 한다고 화를 내니
남편은 자기 맘 안 알아줘서 서운하겠지만
저는 저대로 제가 힘들 것 같은 부분 말해도 그냥 해야지 어쩌겠냐고 화내니 정말 열불뻗치네요...
5층 계단이 뭐 어떠냐 괜찮다길래 그거 괜찮은 니가 육아휴직하고 애 키우라고까지 말했네요.
남편네 회사는 육아휴직도 2년 되는데..ㅠㅠ 제가 돈벌어올테니 남편더러 키우라고 했더니
자기가 버는거 이상 벌어오라고 해서 그만큼 벌어온다고 했더니 투잡하냐고 잘도 하겠다고 비아냥거려서 더 폭발했네요.
저도 육아휴직만 안하면 올해 승진해서 남편 이상 벌 수 있는데, 육아휴직해서 승진 못하는 건데...이거 은근 속상해요.
사실 속으로 이래저래 마음 안좋은 것들이 많았는데 자기보다 돈 못벌거라고 미리 무시하는 반응에 정말 화나더군요. 올해까지 제가 더 많이 벌었는데...
부부사이에 정말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닌 일이 진짜 마음 쌩하게 하네요.
정말 독하게 계속 회사 다니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학위도 마저 따고 돈도 제 이름으로 좀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튼 하소연이 너무 섞였습니다마는 요약하자면
육아휴직하고 혼자 아기 키우면서 살다가, 복직하고 회사랑 왔다갔다 할 건데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아파트 출산 후 6개월부터 살 만 합니까 입니다.
저보다 인생 경험이 풍부하신 분들의 고견을 좀 부탁드립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