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30대 주말부부입니다.
아직 아기는 없구요.
결혼할 때부터 남편 체력이 좋지 않은 것 같았어요
관계시에도 약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게 되었구요.
병원에도 함께 가봤는데 심리적인 원인인 것 같다고 하더군요.
결혼 전에 발기문제 때문에 병원에 가서 수술할 생각까지 했다는 걸 결혼 후에 알았어요.
걱정되었지만 이미 결혼한 후라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건강이 좋아지면 해결될 수도 있겠다 생각해서 운동을 권해봤지만 본인은 약이 답이라고 생각하더라구요.
그런데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고 자기 전에 든든하게 먹고 자고, 먹은 후에는 언제나 누워서 자더라구요. 그러면서 운동을 하지 않고.
너무 걱정이 되어서 몇 번이나 이야기했어요.
이제 야식은 양은 줄었지만 그래도 자기 전에 먹어요.
주말에 점심 먹은 후에는 꼭 자구요.
본인은 잠을 자야 소화가 된다고 하네요.
운동은 절대 안해요.
주말에 가끔 등산 갔다오면 계속 피곤해하구요.
매주 운동 하기로 약속해도 잘 안지켜지네요.
마른 비만이예요.
배가 많이 나온...
그러다 작년에 고지혈증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전 엄청 걱정했지만 정작 본인은 약먹으면 된다고 하네요.
모든 것을 약으로 해결하려고 해요.
간수치가 높을 때에도 간장약 먹고, 발기가 잘 안되어도 발기부전제 먹고, 강박증이 있어서 정신과 약 먹고.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각서를 썼어요.
발기부전제를 제외한 모든 약 안먹고 야식 안하고 운동 매일 하기루요.
그러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했거든요.
다른 문제들로 저를 괴롭히는 게 많아서 헤어질 생각 여러가지 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안되겠더라구요.
건강하지 않으니 직장생활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고 정신력도 엉망인 것 같고...
본인도 놀라서 굳게 결심하고 한달 반 가량은 주 4회 이상 운동을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이후엔 전혀 하지 않고 있어요.
회사 생활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주 1~2회 있는 회식엔 상사들 눈치 보여서 참석해야 한다고 하면서 야근도 하지 않는 직장에서 운동도 하지 않고 저녁먹고 바로 자는 것 같아요.
주말부부이니까 주중에도 체크할 수 없어서 잔소리만 계속 했는데 본인의 의지가 없으니까 체력은 계속 고갈되네요.
주말에만 운동하기엔 너무 피곤해해서 사실 하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어려웠어요.
주중에 하는 직장생활에 지장이 있을까봐.
그러다 이번주에는 와서 주말 내내 잤어요.
이전에도 오후까지 늦잠자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거든요.
늦잠 자는 거 계속해서 반복되면 제가 싫어하는 거 알아서 이틀 중에 하루는 외출하기로 이전에 약속도 했었어요.
그게 잘 지켜지진 않았지만 이번 주에는 정말 자는 시간, 청소하는 시간과 중간중간 10분 가량씩을 제외하고는 계속 잠만 자다가 갔어요.
주말 내내 자고도 일요일 밤엔 코까지 드르렁 거리며 자더라구요.
저도 화나서 말 안하고 있었어요.
말할 시간도 별로 없었구요.
일요일 밤에 자기가 잠 많이 자서 화났냐고, 지난주에 너무 추위에 떨어서 그랬다고 하더라구요.(사무실에서 근무해요)
그냥 쌩하게 실망했고 한심하다고 이야기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오늘 새벽에 떠나기 전, 지난주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니까 회식 한번 11시까지 한거 말고는 없었고 12시 넘게 계속 자다보니 피곤이 쌓였다고 하는데 전화할 땐 10시쯤 자려고 한다고 했었거든요.
핑계인거 같아서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운동하라고 쏘아붙이고는 배웅도 안했어요.
주말 내내 너무 냉냉하게 대했나 하는 마음에 신경쓰이고, 일주일을 떨어져서 지내야 하니 마음이 안좋아서 남편에게 마음을 이야기하려고 메일을 썼어요.
남편은 아기같아서 달래야 하는데 저는 직선적으로 퍼부어대는 스타일이거든요.
자꾸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습관도 있구요.
그러지 않으려고 메일을 썼는데 메일에서도 자꾸 원망조로 나가네요.
마지막엔 극단적으로 표현되구요...
지금 마음상태에서는 어떤 부분을 가감해야할지 저 스스로는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구요 ㅠ
조언 해주시면 다시 고쳐서 보내려구요.
목적은 남편이 정말 건강관리를 철저하게 해야겠다 느끼게 하는거예요.
위기의식을 느끼든, 어떤 마음에서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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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잘 도착했어?
주말 내내 많이 속상했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구...
직장인들이 주말엔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야 당연하고, 잠을 많이 잔다고 속상했던 건 아니야.
그런데 늦잠 자면서 피로를 풀 수는 있지만 모든 직장인들이 주말을 온통 잠으로만 보내진 않아.
오빠는 주말내내 밥먹고 청소하는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잠에 취해 있었잖아.
그럴 수 밖에 없는 오빠의 체력이 이해가 안되었어.
정확하게 말하면,
체력 관리를 해야하는 필요성을 예전부터 이야기해 왔고 고지혈증이라는 생활습관병까지 생긴 후에는 운동하고 식사 조절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서로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하는 오빠 모습에 실망했어.
고지혈증이 알려진 이후..
최소한 그 시간 동안이라도 우리가 했던 약속을 지켰다면 오빠의 모습이 지금 이렇진 않을거야.
가장 활기 넘치게 일하고 매사에 의욕적이어야 할 나이에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거 속상해.
그 이유를 알면서도 고치려 하지 않는 오빠의 태도에 실망했고.
솔직히 말하면 그나이에 고지혈증이라는 병까지 가지고도 정신차리지 못하는 오빠 모습에 절망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어.
오빠가 열심히 자기 관리를 했는데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이런 감정이 아니라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을거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나 고민하고 뭐든 해주려고 노력했을거고.
그런데 이건 아니야.
오빠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데 내가 뭘 할 수 있겠냐는 무력감이 들어.
간이 안 좋으면 간이 좋아질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야식과 인스턴트에,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간장약을 사먹는 게 이해가 안돼.
운동을 해서 건강해져야 하는데 운동을 그만큼 꾸준히 해보지도 않고 단백질 보충제로 근육 키우려고 하고.
그나이에 고지혈증에 걸렸으면서 위기감은 커녕 다른 사람들 걸린 이야기로 합리화하고...
몸은 망가지도록 행동하고, 약으로 해결해서 또 간이 피곤해지도록 만드는 거 건강 나빠지는 악순환 아니야?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본능적으로 자기 하고 싶은대로만 하고 사는 오빠를 보면 가족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없는 거 같다는 생각까지 들어.
보통 남자들은 좋은 아기 가지려고 평생 피우던 담배도 끊고, 건강한 아빠가 되기 위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그런다던데,
오빠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가족을 만들기 해서라도 노력할 의지가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 내 존재가치도 없는 것 같아서 슬퍼.
자꾸 말해봤자 소용도 없을거고, 본인이 느끼지 않는데 소 귀에 경읽기 같아서 이야기 안했어.
더이상 나 혼자 애태우고 싶지도 않고...
어차피 말해봤자 할 의지도 없는 사람인데 나만 힘들고 속상하니까 그냥 내버려두고 싶어.
그런데 나랑은 가족으로 얽혀있으니까 내버려둘 수는 없어서 계속 그랬어.
오빠에게 애정이 있으니까 건강이 걱정되기도 하고, 한 사람의 건강은 가족 구성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니까.
그런데 지친다.
2년이 좀 지났지만 오빠와의 관계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생을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아.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니까 오빠를 가족의 범주에서 포기하고 애정도 철회하고 그냥 이름만 가족으로 사는 방법이 있더라. 그런 걸 가면부부라고 해.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어.
그렇게까지 하면서 부부로 살아야 할 이유도 잘 모르겠고.
그렇지만 최대한 그렇게 살아보다가 그렇게 못 살 것 같으면 그때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자는 생각까지 들었어.
주말에 집에서도 긴장해서 잠 안자고 깨어있길 바라는 게 아니야. 그건 더 싫어.
주말에 편안하게 쉬어도 잠만 자지 않을만큼,
주말에 문화와 여유를 즐길 수 있을만큼 건강해지길 바라는거야.
솔직히, 바램이 이루어질거란 기대가 별로 안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빨리 포기하게 되고, 점점 아무 기대를 안하게 될 것 같아.
그게 제일 무섭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