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눈팅만 하다가... 오늘 글을 남겨봅니다.
저희 부부의 문제는 남편의 심각한 수집벽이에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죠.
총각때 집에 몇번 놀러간 적이 있는데 -신랑이 자취를 했었어요- 집이 난장판이더라구요.
물건이 막 쌓여있고 바닥은 도대체 청소를 어떻게 언제 한건지도 모를 정도로 지저분했어요.
그래도 사랑했기에 -_- 결혼은 했죠.
저는 근데 심각성을 잘 몰랐어요. 그냥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 있었고... 결혼하면 저절로 깔끔해질 줄 알았어요;;;
그리고 제가 지저분한 것에 대해 나름 너그러웠던 이유는 있어요
저희 아버지가 깔끔한 성격이고 어머니는 그렇지 못해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맨날 살림 못한다고 타박을 하셨거든요
맨날 그런 소리를 듣고 자란 저는 절대 깔끔쟁이랑 결혼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박혀있었나봐요.
제가 살림을 좀 못해도 저를 타박하지 않을 만한 그런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신랑은 그런 사람이었죠.
그런데 결혼해서 첫 시작부터 정말.... 참기가 힘들더군요.
일단 신랑이 신혼집에 이사를 오는데 트럭에 짐이 아주그냥 한가득이더라구요...ㄷㄷㄷ
어릴 때부터 모아온 온갖 잡다한 잡동사니들을 다 가져온 거에요.
저는 옷 몇가지랑 책 정도 챙겨온게 다인데...-_-
저희 엄마와 제가 신랑 짐정리하다가 몸살이 날 정도였어요.
엄마는 신랑 안볼 때 버릴건 버리라고 말씀하시고... 전 신랑이 아끼는 물건인데... 서운해하면 어쩌나 하면서 못버렸죠.
그렇게 신혼집이 무슨 10년 산 집처럼 잡동사니 가득한 집이 되어버렸고... 속상했지만 그냥 그렇게 신혼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잡동사니들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지는 않고 쌓이기만 하고... 부부싸움의 쟁점이 되네요.
신랑은 밖에서 뭐든지 가져오는 걸 너무 좋아해요.
신문이며 광고지며 남이 버린 우편물들, 책들 등등 잡다한 것들을 너무 많이 가져와요.
재활용쓰레기 버리러 나가서는 버리는 것보다 남들 버린거 주워오는게 더 많아요.
제가 버리려고 모아둔 재활용 쓰레기들도... 보다가 쓸만하다 싶으면 다시 가져오구요.
제가 다시 가져온거 보고 화낼까봐 집안 구석구석 여기저기 숨겨놔요.
제가 잘 정리해놓은 벽장이나 서랍도 이런 식으로 물건들로 가득채워서 막 뒤죽박죽으로 해놓고요.
제가 발견하고 화를 내면서 버리라 그러면 언젠가 쓸데가 있다면서 또 다른 곳에 숨겨요.
이게 무한 반복되는 거죠. 한두번이면 애교로 봐줄지 몰라도 결혼생활내내 이러니까 미칠 것 같아요.
신랑이 자기 물건 버리는 건 거의 없어요.
제가 버릴려고 좀 하면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고 그냥 놔두라 그래요.
저희집 방 하나를 남편 공부하라고 서재로 만들었고 저는 그 방을 거의 쓰지 않았어요. 잘 들어가지 않구요.
그런데 어느날 방문을 열어보니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한 겁니다!!!!! 마치 SBS 긴급출동 SOS에 나오는 쓰레기집처럼요.
정말.... 말이 안나오더군요.
그동안 제가 물건 정리 좀 하라고 하면 정리해서 버리진 않고 그 방에다 모두 쑤셔박아놨던 거에요.
정말 바닥에서 천장까지 잡동사니 서류뭉치 종이들 책들로 쌓여있어요. 할말을 잃었죠.
아무리 정리해라 버려라 해도 말을 안듣고... 정리하러 들어가서는 나오지도 않아요.
정말 정신병같아요.
저는 정말 그방의 모든 물건을 쓰레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중요한 서류가 있다해도 저렇게 쌓여있으면 볼 수도 없을 뿐더러 방안에 가득찬 물건들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람 숨을 막히게 하거든요. 트럭 불러서 모조리 다 갖다버리고 싶어요.
그리고 남편은 재활용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환경을 생각해야 된대요.
저는 귀찮고 바쁠 때는 조그만 종이 같은 거나 휴지심지 같은건 그냥 일반쓰레기로 버리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걸 남편이 휴지통에서 발견하면 꼭 그걸 휴지통 옆에 빼놔요.
재활용하고 싶으면 빼서 재활용하는 바구니에 갖다 넣을 것이지 그냥 그 옆에 빼서 몇일이고 놔둬요.
그럼 제가 다시 휴지통에 넣어버리는데 그럼 다시 빼놓아요. 이게 계속 반복되요. 정말 미칠 지경이에요.
재활용통에 자기가 갖다 넣을 거 아니면 휴지통 뒤져서 빼놓지나 말지 왜 빼서 굳이 옆에 놓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저보고 재활용하라고 맨날 잔소리해요. 정말 미칠 것 같아요.
나름 가끔 청소기도 돌리고 걸레질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육아도 많이 도와주는 남편인데요...
저렇게 어지르고 안버리고 하는 습성때문에 고마워할 수가 없어요.
살림을 도와주는 것보다 망치는게 더 많으니까요.
차라리 살림에 아예 관심이 없는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해요.
정말 5년전 씹었던 껌종이도 못버리고
10년전에 메모한 포스트잍도 못버립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저는 이런 습성이 병인 것 같은데... 치료해주는 정신병원 있나요?
아니면 그냥 제가 맨날 싸우면서 같이 살아야 하는지... 정말 울화통이 터져요.
이런 악습관만 빼면 나름 좋은 신랑인데...
정말 한번씩 울화가 치밀고 집정리할 맛도 안나고 엄두도 안나고...
누구를 초대하지도 못하고... 우울해요.
혹시 이런 가족의 습관 고친 분 계시면 도움 좀 주세요.
주변에 이런 얘기 하면 니가 몰래 다 갖다버리지 그러니 하는데...
제가 몰래 버렸다가 신랑이 알게되면 난리를 칠게 분명하고,
아기가 아직 어려서 제가 아기 혼자 놔두고 쓰레기 버리러 못가거든요ㅠㅜ
정말 진심으로 저에게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작은 해결책이라도 좋으니 도움 댓글 부탁드려요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