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년차 접어드는 신혼부부입니다.
결혼하고 신혼집으로 옮기면서, 신랑이 자취하던 곳에서 전셋돈을 미처 못 받고 집을 나왔습니다.
아직 계약이 3개월 정도 남은 상태였는데, 신랑이 여러 차례 죄송하지만 결혼 때문에 나가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집주인도 양해를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쉽사리 전세가 나가지 않았어요.
집 상태에 비해서 전세가 다소 높았거든요.(좁은 방 두 칸 짜리 가정집 주택을 여러 세대가 나눠쓰는 형식, 5500정도)
저더러 새로 집 얻지 말고 그냥 거기서 신혼살림 차리라는 충고도 있었지만
남자 혼자 자취하던 곳이고 안전이라든가 회사 위치상 불편한 점이 많아서
대출을 얻어 이사를 했습니다.
새로 구한 집 전세가 7500정도였는데, 그 전 전셋돈을 못 받았으니 당장 돈이 없어 다시 대출을 했어요.
이미 분양받은 아파트를 위해 대출을 진 상태였는데요.(공사 중이고, 완공까지 몇년 걸립니다)
곧 주인이 전셋돈을 줄테니 그걸로 얼른 갚자, 하고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알뜰살뜰 부지런히 모으고 아껴서 열심히 이자 갚아가면서요.
그런데 계약기간이 만료되고도 몇달째, 집주인은 집이 나가지 않았다며 돈을 주지 않았어요.
몇차례 신랑이 부탁해 봤지만, 집이 안 나가는데 어쩌냐는 소리만 반복...
결국 반년이 넘어가자, 신랑이 내용증명을 보냈고
집주인은 신랑이 집을 더럽게 쓰고 싱크대 등을 험하게 다뤄서 집이 안 빠지는 거니, 보수해야 한다고, 1년까지 기다리라고 답을 했죠.
신랑은 회사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거의 밥을 해먹지 않았고, 자취 생활이 길었기 때문에 살림도 할 줄 알아 지저분한 타입도 아니에요.
하지만 집주인이 그렇다니 어쩌겠어요. 그렇게 이자를 더블로 물면서 일년을 지냈습니다. 집주인도 아주 나쁜 분은 아니어서, 집이 안 나가 어렵게 되었으니, 일단 대출 얻어라 이자도 주마 하셨구요.(이건 저는 모르고 신랑과 구두약속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워낙 가난하게 가진 거 없이 시작한 신혼이라 둘이 많이 힘들었지요. 전부 집 구하는데 넣었으니까요. 가방 하나, 옷 한 벌 없이 결혼했어요. 저는 친정엄마가 물려주신 거 외에 냄비 하나 제 돈으로 사지 않았습니다. 큰 욕심 없고, 둥그런 궁중팬 하나 좋은 거 꼭 갖고 싶었는데...
그렇게 비로소 1년이 지난 작년 12월에야 전셋돈을 돌려 받았습니다. 부랴부랴 대출 원금 상환을 했는데,
여기서 집주인의 말이 바뀝니다.
이자, 못 주겠다구요. 자기 형편이 어려우니 미안하지만 그 정도로 넘어가달랍니다. 그것도 신랑 핸드폰 문자로 띡.
신랑도 상황이 너무 어렵고 저희도 많이 봐드렸으니 은행 이자 꼭 주셔야 한다고, 대출이 너무 많아 신용불량자 되게 생겼다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고소를 하든 뭘 하든 알아서 하라며 연락 끝입니다.
저는 너무 서럽고...
슬픕니다.
왜들 그렇게 어른들이 집집 타령 하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고,
내 집이 없다는 게 이렇게 서러운 일이구나 싶고
그래도 몇 채의 집을 소유한 집주인이면서 자기보다 형편이 어려운 세입자에게 그 이자까지 안 주려는 게 너무 야속하네요.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셋돈 못 받은 기간도 속을 끓였는데, 이제는 200만원이 넘는 대출 이자까지 고스란히 저희가 덮어쓰게 되었네요. 저희에겐 정말 큰 돈인데...
마음 여리고 순둥이인 신랑은 이쯤에서 그냥 넘어가자고, 고소니 뭐니 하면 돈만 더 들어가고, 이자를 줘야 한다는 법적 책임도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너무 속상하고.... 눈물이 나는데....
아직 아기도 없는데, 감히 가질 엄두도 안 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그냥 저희가 덮어써야 하는 걸까요?
결혼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이렇게 어린애처럼 세상이 두렵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