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5년.
나는 심정적으로 남편과는 멀리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켜켜이 쌓여온 일들이 결혼 생활을 방해하고
심장이 단단하게 굳어져
남편에게 아무말도 풀어내고 싶지가 않다.
이제는 모두가 내 잘못인가 하는 생각에 먹먹하다.
남편은 너무 예민하고...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모두 편안하지 않은 어려운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맛있는 것을 해주어도 잘 먹었다 소리 들어보지 못했고
옷을 사다주면 여기가 불편하고 나이에 맞지 않다고 싫은 소리를 하며
말도 안 되는 옷차림으로 나를 불편하게 했다.
한 여름 칠부바지와 샌들에 종아리 반쯤 걸쳐지는 신사양말...
제발 부탁을해도 샌들의 불편함때문이라며 양말을 고집했다.
살을 찌우기 위해 단백질 보충제며 한약이며 소 위까지 구해다 즙으로 해 주었지만
효과가 전혀 없었고... 밥 한공기를 다 못비우니 중간중간 간식은 얼마나 찾아대는지 ...
잠자리 역시 예민해서 내가 아이 갖고 얼마 후 각방생활을 시작했고
아이 키우는 내내 그래왔다. 오롯이 혼자 육아를 하면서 우울감에 너무 힘이 들었지만
남편은 그런 사실조차 모르는 듯했다.
살면서 친정에 야박하기 이를데 없고
엄마 병원비 앞에 돈 잘버는 아들있는데 넌 출가외인이라며... 아연실색하게 했던 일.
나몰래 비상금을 만들고... 나는 큰 돈이 되는 걸 몇년째 모른척하며 지켜보았는데
(직장생활하는 남자가 그만한 여유라도 있으면 힘이나겠지 해서)
내가 원하는 작은 일에 내가 돈이 어딨냐며 묵묵부답하던 사람.
결혼생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여러번 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생각하면 생각이 많아지고
내가 남편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면 모든게 편해진다고 생각하고 누르고 넘어가고 하기를 반복했다.
이젠 남편이 바라보면 뭔지모를 불편함이 나를 괴롭힌다.
같이 있는 시간이 괴롭고 미칠지경이다.
남편이라고 맘 편히 기대본 일 없고 위로 받아 본 일 없다.
그런데 부부의 의무라며 다가오는 남편...
(며칠전 아이따라 스키장에 다녀온 후 허리가 좋지 않아 침까지 맞은 걸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자존심이 상해서는 안 좋은 얼굴빛으로 나가버렸다.
남편은 생활비 꼬박꼬박 갖다주고
술 담배 안하고... 꼼꼼하고
본인 건강은 끔직하게 관리잘하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며... 이제사 내 눈치를 보며 ... 이혼은 못해준다고 ... 정히 하고싶으면 60넘어서 하라고...
애 없을 때 ...같이 안 사는 일이 있어도
치열하게 싸우고 노력하고 살았어야 하는데
이렇게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게
얼마나 소모적이고 괴로운 일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