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선을 보면 죄책감이 들어요...

에구.. 조회수 : 2,090
작성일 : 2012-02-02 20:36:07

 

어릴 때부터 멍~ 했어요. 형제들 중에 제일 모자라고.. 실수 잦고.. 그럴 때마다 죽도록 맞고, 취조 당하듯이 추궁 받고..

학교 가면 옷도 항상 초라하게 입기도 하고.. 온몸이 멍투성이.. 어두운 표정.. 주눅든 태도..

항상 멍~하니까 공부도 꼴등.. 게다가 성격도 더럽고.. 어릴 때부터 열등감이 있었는지 암튼 암울했어요.

 

그러다가 중고등학교때는 그냥 평범한 학생인 척 친구도 곧잘 사귀고 했는데..

진짜 사람을 사귀는 법은 몰랐던 거 같아요.

친구가 어려운 일당해도 덤덤하고.. 그저 나만 좋아해주길 바라고..

순탄치는 않았어요. 늘 마음이 지옥..

그저 평범해보이고 싶어서 맘에 여유가 없었죠.

늘 나는 좀 이상하다.. 우울하다.. 인간관계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가족들과도 정을 못나누고..

정확히 제가 뭔가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제들한테도 늘 당한 느낌이라..

상처가 크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깊이 새겨진 느낌이에요.

다른 인간관계에도 크게 작용하고..

형제들이 저를 비웃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나이가 들어서 선을 보고 있어요.

그동안 제대로 된 연애는 못했고. 자기한테 충실하지 못한 삶이었어요.

늘 남을 먼저 보고.. 남의 시선.. 중요하고.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런 행동은 잘 못하고..

무슨 모임을 나가도  저한테 먼저 접근하는 사람은 아주 어릴 적말고는 없었어요.

사람들을 기피해서 거의 모임 자체가 없긴 했지만..

암튼 선을 보니까 얘기가 좀 달라지긴 하더라구요.

기본이 암울하고 열등감 많은 성격인데..

저한테 관심 가져주는 사람한테 농담 잘하고 잘 웃고 장난치는 거  좋아하고.. 많이 정에 굶주려서 그런지 말도 잘하고..^^

초반에는 분위기도 좋고 잘 만나고 하는데.. 만날 수록.. 관계가 깊어지려 할 때마다..

제속에서 스톱을 외치는 것 같아요. 상대방의 단점을 크게 보면서

이 사람과 결혼하면 문제가 있을 거라고..

 

저희 아빠가 존경할 구석이라고는.. 없는 사람이고 인간적으로 굉장히 미숙한 사람이에요.

그래도 먹여주고 입혀줬기 때문에 지금은 안쓰러운 마음이 크지만

자라면서는 죽도록 미워했죠. 엄마도 뭐.. 현명하지는 못한 사람.. 삶에 치여서 저한테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가정 생활에 대해, 남자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은요..

지금까지는 그저 선자리에 이상한 남자만 나왔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혼자서 깊이 생각한 결과 제 관점에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아직 선자리에서 그 정도로 매력적이거나.. 인간적으로 좋아할 만한 남자를 만나보지는 못했어요.

(학교에서나 사회 생활하면서는 호감 있는 사람 있었고, 짝사랑도 해봤지만.. 제가 먼저 다다가지 못했어요)

앞으로도.. 선에서 만나는 사람은 거기서 거기일 것 같지만...

 

에휴.. 여러 번 선을 보고. 결정적으로 가까워질 무렵 언제나 제쪽에서 작별을 구하는

과정을 몇 번 겪다보니.. 요즘 생각이 많네요.

 

어릴 때부터 멍~ 해 있고 무기력했던 것도.. 실은 소아 우울증 같은 게 아니었나 싶고..

하지만 누구한테도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 당연히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거니까..

누군가한테 지금이라도 사랑을 받으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선자리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엄마젖 달라는 사내아이로 보이고..

(아빠처럼.. 받기만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같아 보이고)

만약 결혼이라도 하면 이 사람들 나 때문에 망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돼요.

저는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소개남들 앞에서는 농담도 잘하고, 문제 없는 사람 같고, 자존감도 높아 보이는 사람 마냥 행동하는데..

뭔가 가면이라도 쓴 것 같아요..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다, 나는 밝다.. 하는 그 모습이 가면 같아요.

오랜 세월동안 아주아주 익숙해진 가면.

그래서 저를 많이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도.. 망설여지고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드네요.

그래도 임자 만나서 자식 낳고 사랑 주고 받으며 살다보면 달라질 거라는 작은 희망도 떨칠 수가 없고..

(어쩌면 이 생각이 약하게나마 저를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겠죠..)

 

당장 선 그만 보고 병원부터 가봐야 되는 건가요.. ㅠㅠ

 

 

 

 

 

 

IP : 114.205.xxx.10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안타까운
    '12.2.2 8:47 PM (175.213.xxx.200) - 삭제된댓글

    결혼이 또다른 불행을 초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결혼한다고 사람이 달라지거나 외롭지 않은건 아니거든요....좀더 자신감을 회복하시길 바래요...정신과상담치료도 좋을듯

  • 2. ..
    '12.2.2 9:43 PM (112.149.xxx.11)

    님이 잘 알고 계시는듯해요..
    저 또한 님 부모님과 같은 부모밑에서 자라다 보니 학교졸업하고 돈많은 남자만 찾았던기억이 있어요.
    20후반에 신랑만나 결혼하기까지 말도 못한 고충이 있었답니다.
    결혼후에도 신랑한테 울 아빠의 모습이 보이는거 같아 싸움도 아주 많이 했지요..
    결혼생활 5년만에 내린결론은 내가 문제였어 랍니다.
    지금도 노력하려 하지만 보고 배운게 없는지라 남편존경도 아이들 사랑하는법도 잘 모르겠네요..
    님글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요....
    님 우리 화이팅 해봐요...화이팅!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7527 ㅆ ㅈ 발음욕설들.. mimi 2012/05/10 563
107526 야채는 농협이 싸네요. 7 이제사 발견.. 2012/05/10 1,339
107525 방학에 해외 나가시나요? 2 여행가고파 2012/05/10 768
107524 맛있게 만들어 먹고 싶은데 실패해서 속상해요. 2 아구찜 2012/05/10 718
107523 청담동 쪽 소박한 식당 추천 좀 많이많이 해 주세요. 5 ^^; 2012/05/10 1,108
107522 장사를 할까합니다... 조언좀 해주세요 28 경제독립 2012/05/10 4,264
107521 같은 반 아이가 장바구니속의 과자를 22 어리벙벙 2012/05/10 4,274
107520 민주당이 어버이날 공휴일 추진한대요 11 .. 2012/05/10 1,612
107519 아이하나 기릅니다. 8 넋두리 2012/05/10 2,067
107518 캠코더 추천해주세요~ 아님 dslr? 출산준비물 2012/05/10 539
107517 냉동블루베리 괜찮을까요? 2 초보맘 2012/05/10 3,659
107516 <김원희의 맞수다>에서 딩크족 부부님들을 모십니다^^.. 2 dnflsc.. 2012/05/10 1,839
107515 브라 사이즈 때문에 고민이예요. 4 사이즈 2012/05/10 1,467
107514 일시적 1가구 2주택 2 .. 2012/05/10 1,661
107513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기억나는 멋진 사무공간 있으신가요? 10 찾고있어요... 2012/05/10 1,358
107512 어제 울엇더니 네달 아가가 5 어제 2012/05/10 1,897
107511 유치원 안간 아이한테... 밥도 안줬어요 화가나서 2 7살 2012/05/10 1,611
107510 월세 받으면 종합소득세 신고해야 하는거죠? 8 sss 2012/05/10 2,533
107509 육개장 잘 끓이시는 분들 도와주세요 6 요리초보 2012/05/10 1,729
107508 참외 김치 냉장고에서 보름 보관 가능할까요? 3 솜사탕226.. 2012/05/10 1,513
107507 대학생 취업하고싶은 기업순위. 1 파스타 2012/05/10 1,742
107506 70대 멋쟁이 어르신 선물 추천 1 선물추천 2012/05/10 2,134
107505 모유수유시 수유쿠션 있으면 많이 편한가요? 8 출산 2012/05/10 1,990
107504 이정도면 어떤가요? 2 노후생활비 2012/05/10 1,033
107503 다음주 월요일 여수 엑스포 가면 많이 붐빌까요... 2 여수 2012/05/10 1,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