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선을 보면 죄책감이 들어요...

에구.. 조회수 : 1,894
작성일 : 2012-02-02 20:36:07

 

어릴 때부터 멍~ 했어요. 형제들 중에 제일 모자라고.. 실수 잦고.. 그럴 때마다 죽도록 맞고, 취조 당하듯이 추궁 받고..

학교 가면 옷도 항상 초라하게 입기도 하고.. 온몸이 멍투성이.. 어두운 표정.. 주눅든 태도..

항상 멍~하니까 공부도 꼴등.. 게다가 성격도 더럽고.. 어릴 때부터 열등감이 있었는지 암튼 암울했어요.

 

그러다가 중고등학교때는 그냥 평범한 학생인 척 친구도 곧잘 사귀고 했는데..

진짜 사람을 사귀는 법은 몰랐던 거 같아요.

친구가 어려운 일당해도 덤덤하고.. 그저 나만 좋아해주길 바라고..

순탄치는 않았어요. 늘 마음이 지옥..

그저 평범해보이고 싶어서 맘에 여유가 없었죠.

늘 나는 좀 이상하다.. 우울하다.. 인간관계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가족들과도 정을 못나누고..

정확히 제가 뭔가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제들한테도 늘 당한 느낌이라..

상처가 크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깊이 새겨진 느낌이에요.

다른 인간관계에도 크게 작용하고..

형제들이 저를 비웃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나이가 들어서 선을 보고 있어요.

그동안 제대로 된 연애는 못했고. 자기한테 충실하지 못한 삶이었어요.

늘 남을 먼저 보고.. 남의 시선.. 중요하고.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런 행동은 잘 못하고..

무슨 모임을 나가도  저한테 먼저 접근하는 사람은 아주 어릴 적말고는 없었어요.

사람들을 기피해서 거의 모임 자체가 없긴 했지만..

암튼 선을 보니까 얘기가 좀 달라지긴 하더라구요.

기본이 암울하고 열등감 많은 성격인데..

저한테 관심 가져주는 사람한테 농담 잘하고 잘 웃고 장난치는 거  좋아하고.. 많이 정에 굶주려서 그런지 말도 잘하고..^^

초반에는 분위기도 좋고 잘 만나고 하는데.. 만날 수록.. 관계가 깊어지려 할 때마다..

제속에서 스톱을 외치는 것 같아요. 상대방의 단점을 크게 보면서

이 사람과 결혼하면 문제가 있을 거라고..

 

저희 아빠가 존경할 구석이라고는.. 없는 사람이고 인간적으로 굉장히 미숙한 사람이에요.

그래도 먹여주고 입혀줬기 때문에 지금은 안쓰러운 마음이 크지만

자라면서는 죽도록 미워했죠. 엄마도 뭐.. 현명하지는 못한 사람.. 삶에 치여서 저한테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가정 생활에 대해, 남자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은요..

지금까지는 그저 선자리에 이상한 남자만 나왔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혼자서 깊이 생각한 결과 제 관점에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아직 선자리에서 그 정도로 매력적이거나.. 인간적으로 좋아할 만한 남자를 만나보지는 못했어요.

(학교에서나 사회 생활하면서는 호감 있는 사람 있었고, 짝사랑도 해봤지만.. 제가 먼저 다다가지 못했어요)

앞으로도.. 선에서 만나는 사람은 거기서 거기일 것 같지만...

 

에휴.. 여러 번 선을 보고. 결정적으로 가까워질 무렵 언제나 제쪽에서 작별을 구하는

과정을 몇 번 겪다보니.. 요즘 생각이 많네요.

 

어릴 때부터 멍~ 해 있고 무기력했던 것도.. 실은 소아 우울증 같은 게 아니었나 싶고..

하지만 누구한테도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 당연히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거니까..

누군가한테 지금이라도 사랑을 받으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선자리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엄마젖 달라는 사내아이로 보이고..

(아빠처럼.. 받기만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같아 보이고)

만약 결혼이라도 하면 이 사람들 나 때문에 망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돼요.

저는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소개남들 앞에서는 농담도 잘하고, 문제 없는 사람 같고, 자존감도 높아 보이는 사람 마냥 행동하는데..

뭔가 가면이라도 쓴 것 같아요..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다, 나는 밝다.. 하는 그 모습이 가면 같아요.

오랜 세월동안 아주아주 익숙해진 가면.

그래서 저를 많이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도.. 망설여지고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드네요.

그래도 임자 만나서 자식 낳고 사랑 주고 받으며 살다보면 달라질 거라는 작은 희망도 떨칠 수가 없고..

(어쩌면 이 생각이 약하게나마 저를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겠죠..)

 

당장 선 그만 보고 병원부터 가봐야 되는 건가요.. ㅠㅠ

 

 

 

 

 

 

IP : 114.205.xxx.10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안타까운
    '12.2.2 8:47 PM (175.213.xxx.200) - 삭제된댓글

    결혼이 또다른 불행을 초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결혼한다고 사람이 달라지거나 외롭지 않은건 아니거든요....좀더 자신감을 회복하시길 바래요...정신과상담치료도 좋을듯

  • 2. ..
    '12.2.2 9:43 PM (112.149.xxx.11)

    님이 잘 알고 계시는듯해요..
    저 또한 님 부모님과 같은 부모밑에서 자라다 보니 학교졸업하고 돈많은 남자만 찾았던기억이 있어요.
    20후반에 신랑만나 결혼하기까지 말도 못한 고충이 있었답니다.
    결혼후에도 신랑한테 울 아빠의 모습이 보이는거 같아 싸움도 아주 많이 했지요..
    결혼생활 5년만에 내린결론은 내가 문제였어 랍니다.
    지금도 노력하려 하지만 보고 배운게 없는지라 남편존경도 아이들 사랑하는법도 잘 모르겠네요..
    님글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요....
    님 우리 화이팅 해봐요...화이팅!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023 고명진, 김효재 정조준…"돈 봉투 보고했다" .. 1 세우실 2012/02/09 696
68022 호두 호두 2012/02/09 498
68021 팬티만 입고 셔플댄스를 춘다네요... ㅇㅅㅇ; 퍼플쿠킹 2012/02/09 1,073
68020 겨울에 찬바람 맞으면 눈물이 계속 나오는데. 13 바람 2012/02/09 1,817
68019 소녀들 큰일날 불장난 우꼬살자 2012/02/09 1,063
68018 미스터피자 아르바이트 3 이제 탈출할.. 2012/02/09 2,140
68017 색색깔로 된 독일제 부직포 완전 좋음ㅋ 13 부직포 2012/02/09 3,317
68016 교복 몇 사이즈 입을까요? 2 교복물려입기.. 2012/02/09 822
68015 절벽부대 나꼼 지지성명 1000플 고지가 눈 앞입니다 8 지나 2012/02/09 1,594
68014 변호사 친구가 FTA 폐기 우습다고 해요 20 2012/02/09 2,931
68013 몇월몇일자 그 종목 주가가 얼마였는지 확인하려면 .. 2012/02/09 515
68012 명동횟집 추천해주세요 모나코 2012/02/09 1,328
68011 정봉주님은 무슨 죄명으로 감옥 가신거에요? 8 @@ 2012/02/09 1,996
68010 이연경씨도 늙네요.. 4 .... 2012/02/09 3,705
68009 전세놓을 경우 어느선까지 집주인이 해주어야 하나요? 12 전세 2012/02/09 1,909
68008 어제 아이가 괴롭힘 당해서 글올렸었죠 2 초3 2012/02/09 1,127
68007 내가 뜨거웠고 미숙했고 상처줬던 20대, 여성주의, 그리고 나꼼.. 22 피버피치 2012/02/09 3,240
68006 "경인아라뱃길은 2조2500억원 짜리 얼음 썰매장?&q.. 2 세우실 2012/02/09 763
68005 임신 중에 피가 비치기도 하나요?? 7 임산부 2012/02/09 3,772
68004 11개월 경력 3 ... 2012/02/09 1,232
68003 식후 약 먹을때 밥 얼마나 먹어야 할까요? 1 2012/02/09 581
68002 초등졸업식에 할머니 오시나요? 5 졸업식 2012/02/09 1,304
68001 김밥한줄로 배부르신가요? 25 내가이상한건.. 2012/02/09 5,474
68000 구해준 부엉이로부터 4년째 매일 선물받는 사람 11 ... 2012/02/09 3,137
67999 청치커리가 너무 많아요.... 2 쌈채소 2012/02/09 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