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분가해서 살고 있는 오빠한테,
부모님 심부름으로 뭘 전해주려고 만났는데 그냥 기분이 좀 그러네요.
일이 영업직이다보니, 많이 힘든가 봅니다.
번듯한 직장이긴 하지만, 벌이도 힘든 것 같고..
그렇다고 어디에 생활고.. 란 표현을 쓸 처지는 아니지만.
어릴적부터 좀 괄괄한 저와 달리 오빠는 꽤 유순했거든요.
남한테 아쉬운 소리도 못하고, 능글능글도 못하고 그래서, 일이 많이 힘든가봐요.
벌써 10년 넘었는데, 승진도 크게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다니던 지점이 폐쇄되서 다른 곳으로 전출도 가고 별별 일이 많네요.
지난 설에, 언니가 엄마에게 설 용돈을 약간 아쉬운(?) 정도로 줬더라구요.
돌배기 조카에게 제가 준 세뱃돈..과 같은...
물론, 상황이 다르고 그래서 그런 걸 타박할 사람도 아무도 없지만,
엄마가 혹시나 마음 한구석 섭섭하실까봐,
오빠네 보너스 하나도 안나왔다더라.. 오빠 좀 힘든가봐.. 그래놓고 보니,
부모에게 야박할 사람이 아닌 오빠란걸 알기에, 맘 한구석이 좀 그렇네요.
추워죽겠는데, 오빠 만나러 한참 걸어나가야해서 툴툴툴하고 가면서,
지난 번 보너스 탄 것도 있고해서, 50만원 찾아서 들고 나가다가,
다시 50만원 더 찾아서 봉투에 넣어주고 왔네요.
결혼하고 애기키우고 사느라, 힘들긴 하겠지만, 가끔 부모님 용돈 몇 만원이라도 쥐어드리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걍 아마 또 언니에게 갖다줄 것 같긴 합니다.
지난 번 생일에도 슬쩍 현금으로 줬는데, 언니한테 고맙다고 연락이;;;
에휴 이 추운날에 회의하러 간다고 나온 걸 보니까 맘이 그냥 그렇네요.
단순히 차이라면, 제가 태어났을때 우리집의 형편이 조금 나아져서,
저 어릴 적은 유치원도 다니고 엄마가 꽤나 신경써주신 거..
그리고, 오빠 졸업할때는 IMF 였고, 제가 졸업할때는 경기 최대 호황이었던 2003년이었다는거..
뭔가 제가 좋은 운을 다 가져간 것 같아서 씁쓰르하게 미안할때가 있네요..
그냥 맘이 좀 싸하여 주절주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