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미칠 것 같았던 육아스트레스, 옷 한 벌에 위로받았어요.. ^^

알럽커피 조회수 : 1,948
작성일 : 2012-02-01 21:05:30

둘째 낳으며 작년 초에 직장 그만두고 애 둘만 키우다보니 1년 간 바깥출입이라곤 친정,시댁, 근처 마트가 전부였어요.

육아로 인해 제 입에 밥 한 끼 들어가는 것도 힘들다보니 하루하루가 정말 고역이고

계속 회사  다니던 시절만 생각나고 밖에서 먹던 음식, 커피..직원들과의 추억.. 모든 게 다 그리웠어요.

벌써부터 버스 타는법, 지하철 타는 법까지 잃어버린 것 같고 1년간 제 자신이 너무나 후퇴한 느낌이더라구요.

 

결정적으로 외모는.. 정말 우울해졌죠. 애 낳고 바로 집에 들어앉으니 임신 때 찐 살은 안빠졌지, 

미용실은 한 번도 못갔고, 임신 중에 입던 회색+검정색 박스형 니트와 밴드 달린 바지만 줄창 입고 다녔어요.

그래야 이래저래 코디도 쉽고 체형이 감춰지니까요.

친정엄마는 속상해하시더라구요. 집에서라도, 또 시댁 친정 나들이 때라도 좀 예쁘게 하고 다녔으면 좋겠다구요.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옷을 안사기 시작하니, 옷이 필요한 건 알겠는데 아이템을 못 고르겠는거예요.

쇼핑도 자주 다녀야 건지는 게 있지요. 집에만 있어서 보는 게 없으니 무엇부터 사야할지 감도 못잡은거죠.. 

 

그런데 결정적으로 올 3월, 첫애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어요.

물론 집앞이지만 저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외출이란걸 하게된거죠. 동네 엄마들과 첫 교류도 있을테고.

급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어떤 스키니진을 운명처럼 주문했는데..

 

낮에는 바빠 택배받은 걸 잠시 넣어두고는 아이들 재우고 밤에 그 바지를 입어보는데..

길이도 딱 핏도 딱.. 발목까지 너무 달라붙지 않고 살짝 일자처럼 떨어지는 걸 주문했더니 다리도 정말 날씬해보이고..

하체비만에 키 160도 안되는 제가 제 스스로 봐도 너무 예뻐보이는거예요..

 

정말 좋아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더라구요.

여기에 맞는 신발도 하나 사야지. 1년동안 미용실 한번 안갔는데 이제 파마도 좀 해야겠다.

여기에는 밝은색 상의가 어울릴텐데, 무채색 옷들은 다 집어넣고 예전 옷들 좀 꺼내봐야겠다....  

빨간머리앤이 벚꽃과 함께 둥둥 떠오르던 장면쯤 될까요?

(이 글을 쓰는데 괜히 눈물이 핑 ^^;;)

그리고 바로 컴퓨터를 켜고 다른 색도 또 샀습니다 ㅋㅋ

 

이래서 옷이 날개라고 하던가요. 바지 하나에 내 마음이 이처럼 풍요로워지다니..

어서 날씨가 따뜻해지고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면.. 좀 더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도 조금씩 하고 그래야겠죠.

 

여기 82에서 보면 아이 키우는거.. 끝이 없더라구요.

나름 1년동안 긴 터널을 지나온 것 같은데... 나중에 돌아보면  이제야 1막 1장쯤 끝낸걸까요?

어쨌든 저에게 그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어준 옷 한벌.

언듯 보면 시시한 이야기지만.. 혼자 감추고 있기에는 너무 벅찬 마음이라 이곳에 풀어놔 봅니다.

(남편에게 공감받기는 사실상 힘들잖아요.)

 

육아스트레스로 고통받는 분들 모두 힘내시길 바라며... ^__^

IP : 112.150.xxx.91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잠깐 딴소리
    '12.2.1 9:18 PM (147.46.xxx.47)

    원글님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하며...

    빨강머리앤..하시니..만화속에 앤이랑 다이아나..는 늘 서로 다른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잖아요.
    앤은 형편이 어려우니..소매가 민자인 원피스를 입었고,
    다이아나는 늘 공주같이 퍼프소매로 된 원피스를 입었잫아요.

    그걸 보며...아 앤은 얼마나 다이아나의 원피스가 입고싶었을까...혼자 상상했었네요^^

    벗꽃잎 타고 날아오르는 앤을 상상하시니..전 그들의 원피스가 생각이 나네요.

    스키니진이면 안에 덧입지 못하시는데...기모로 된걸 주문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앞으로 예쁜옷 입고 외출 많이 하세요~저까지 기분 좋아지네요..ㅎㅎㅎ

  • 2. ^^
    '12.2.1 9:19 PM (124.54.xxx.64) - 삭제된댓글

    축하드려요! 그럴 때 기분 참 좋죠! 나만의 명품 찾은 기분
    저도 그럴 물건 생길 땐 한 두개 더 사는 편이에요!

  • 3. 머쨍이~
    '12.2.1 9:23 PM (222.233.xxx.48)

    어떤 맘인지 이해해요~ 저도 둘째 낳은 후로 제옷 구매하는것도 사치라고 생각되서 옷도 못사고 있는데.. 얼마 전 친구들 오랫만에 만나려고 보니 입고 나갈 옷이 없어 너무 우울했었어요(만나는 친구들은 죄다 미스들이고 된장끼가 가득한 애들이라 편한 옷차림을 입고 나가는게 부끄러웠어요 ㅠㅠ) 신랑이 눈치채고는 급히 근처 아울렛가서 옷사줘서 오랫만의 외출을 즐기고 온거있죠ㅋㅋ
    애들 있으니 신랑이 차놓고 출근하는 날만 외출하게되고ㅜㅠ 신랑한테 애들 맡기고 잠깐씩 대중교통 타면 너무 신나요 소풍가는 아이처럼..
    쓰고나니 처량하네요ㅋㅋ
    그래도 힘내요~~~ 우리에게는 엄마라는 위대한 타이틀이 있으니ㅋㅋㅋ

  • 4. ^^
    '12.2.1 9:48 PM (211.173.xxx.187)

    저두,,육아를하며,,,돈이없고해도,,
    제옷은 한두개 사요,,
    넘스트레스받으면 더힘들듯해서,,
    저렴이도 잘고르면 이쁘니,,^^

  • 5. 원글님 ~
    '12.2.1 9:50 PM (1.245.xxx.8)

    저도 하체비만에 키 160이 안되는데 님이 사 입으셨다는 바지 입고 벛꽃 마냥 둥둥 떠보고 싶네요ㅜㅜ.
    바지 입는게 너무 두려워 몇년전 부터 긴 치마로 스타일을 바꾼 1인 ㅜㅜ.

  • 6. ,,
    '12.2.1 10:02 PM (1.230.xxx.52)

    육아스트레스 쇼핑으로 푸는 사람 정말 많아요...
    쇼핑하면 활력소가 되고,, 저도 지금 휴직중인데 수유중이라 원피스 못입는데도 원피스 사고 그런답니다..

  • 7. ㅡㅡㅡㅡ
    '12.2.2 12:08 AM (118.223.xxx.25)

    저도 어제 애낳은 후 처음으로 옷샀어요!!
    집에서 편하게 입으려고 샀는데 옷들이
    꽤 이쁘고 괜찮은거에요
    그래서 갑자기 기분도 좋아지고 설레고
    놀러가고싶고 그러더라구요
    남편도 이쁘다고 잘샀다고하네요 ㅋ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0378 5~6살 애들 수업 방식 질문있어요 1 렌지 2012/03/11 520
80377 김지윤(고대녀)을 아시나요? 12 ........ 2012/03/11 3,141
80376 자궁경부암 예방주사 비용 5 비와외로움 2012/03/11 2,232
80375 선크림, 비비 발암물질 안정성?? 12 에칠헥실메톡.. 2012/03/11 8,041
80374 너무 찡그면서 말하는 사람들. 특히나 미간 4 저도 2012/03/11 2,608
80373 저작권법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 1 책 사용 2012/03/11 537
80372 4살아기 발톱 잘못 잘라준건지 안자라요 늦봄 2012/03/11 1,466
80371 남자가 여장한것 같이 생긴 노처녀가 직장에 있어요. 29 .... 2012/03/11 12,790
80370 없다를 [읍다]로 발음하는것 19 김희애 2012/03/11 2,272
80369 한문이름 뜻풀이 잘하시는분요 2 이름 2012/03/11 3,934
80368 ↓(왘~ 김미화씨 집 공개..)콜록이 인듯.. 1 phua 2012/03/11 1,539
80367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 1 ... 2012/03/11 1,213
80366 왘~ 김미화씨 집 공개 했네요 30 와와 2012/03/11 16,486
80365 키크는 한약재 잘짓는곳 어디 없을까요 5 ㅠㅠ 2012/03/11 2,460
80364 넝쿨째 굴러온 당신 너무 재밌어요 8 넝쿨 2012/03/11 3,376
80363 일주일된 와인숙성삼겹살 괜찮을까요 ㅜㅠ 1 배아플까 2012/03/11 1,330
80362 대한민국 전체를 유네스코에 등재하자 9 .. 2012/03/11 641
80361 남은 쉬운데 나는 왜 이리 어려웠을까?....억울합니다 117 억울해요.... 2012/03/11 17,535
80360 노무현 정신을 잊었나? 3 .. 2012/03/11 614
80359 일요일오후, 커피이벤트에 응모해봤어요 컵케이크냠냠.. 2012/03/11 531
80358 박유천이 때린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25 이상 2012/03/11 2,960
80357 냉동 풋고추로 뭐 해먹을까요? 2 ... 2012/03/11 1,398
80356 간청소 한의원거는 너무 비싸 올리브오일 오렌지주스 2 .. 2012/03/11 8,316
80355 탤런트 최란씨도 새누리당 공천신청 했네요. 33 ... 2012/03/11 21,007
80354 어디 병원에 가야 하나요? 1 아파요 2012/03/11 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