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존경심 팍팍!!

남편 조회수 : 1,310
작성일 : 2012-02-01 12:20:40

몇 일 전 저녁에 남편이 저보고 집앞 음식점으로 나오라 해서 나갔더니 몇년 전 가르친 제자와 식사를 하고 있더군요.

참고로 남편은 고등학교 교사예요.

그 제자는 고1때 가족들이 모두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기숙사에서 혼자 생활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 학생이 고3때 남편이 담임을 했었는데 어느 날 저에게 혼자 있는 그아이가 힘내라고 뭘 먹이고 싶다며 집에 데려올테니 삼계탕 끓여 줄 수 있냐고 해서 제가 없는 솜씨지만 밥을 한끼 먹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학생이 이번에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서울로 인턴 근무를 가게 됐다고 남편을 찾아왔나봐요.

저를 보더니 너무나 반가와하며 전에 끓여준 삼계탕 잘 먹었다는 말부터 하더군요.

그러면서 아직 의대 졸업한 것도 아닌데도 자기가 밥값을 다 내더라고요.

졸업 안했지만 그 정도는 낼 수 있다면서요.

그리고 음식점에서 나와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호프집에 들어가 맥주를 한잔씩 하며 얘길 하는데 남편이 학교에서 애들에게 얼마나 허물없이 하는지 말이 끊이질 않더라고요.

원래 남편이 권위적이지 않고 다정한 성격이기는 해요.

그리고 호프집에서 나와 헤어지는데 그 학생이 헤어지기가 그렇게 싫은지 몇번이나 안고, 손잡고 하니 남편이 볼에다 뽀뽀까지 해줬어요.

그리고 저희는 집으로 걸어가는데 그 학생은 가지를 않고 계속 손을 흔들고 있더군요. 우리가 빨리 가라고 해도요.

그걸 보니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게 막 솟아오르더라고요.

그리고 그 학생이 하찮은 삼계탕이지만 그걸 몇년이 지나도 기억하는 걸 보면서 정말 남에게 베풀고 살아야지, 내 행동이나 말이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는구나 하는 걸 느꼈네요.

IP : 61.81.xxx.2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2.1 12:23 PM (116.124.xxx.131)

    아.....좋은글 감사합니다.
    부럽습니다.
    복이 많으시네요...

  • 2. 참 좋은 글
    '12.2.1 12:23 PM (121.161.xxx.85)

    이런 글 참 좋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콧등이 시큰해집니다.
    다들 행복하시길...^^

  • 3. truth2012
    '12.2.1 1:21 PM (152.149.xxx.115)

    학교에 남교사들이 많아야 제자들이 훌륭히 클수 있어요, 지금과 같은 여성 교사 깍쟁이 촌지 천국 여교사 세상

    에서는 원글같은 경우는 가뭄에 콩나는 얘기뿐이죠

  • 4. imissu
    '12.2.1 2:54 PM (175.210.xxx.177)

    저희 아주버님도 중학교 교사신데...농구부가 있는 학교라 돈없는 농구부 학생들을 꾸준히 후원하셨더라구요.
    농구화나 기타 부모님이 챙겨줘야할 부분을 몰래 챙겨주시고 하셨나봐요.
    이번에 그 학생이 프로에 가게 되었다고 아주버님 찾아왔다고 하시는데....아주버님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입단한다고요.^^;;

    저도 얘기 듣는데...뭉클하더군요.

    남편분이시라니 더욱 그럴꺼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6641 82cook 회원님들 감사드립니다...^^ 6 오솔길01 2012/04/12 1,270
96640 부산 선거후기(펌)....한번 읽어볼만해요... 6 부산선거후기.. 2012/04/12 2,112
96639 강남구 투표함 문제.. 부정선거 스멜 아닌가요 12 클린선거 2012/04/12 1,250
96638 과반의석이면 ... 2012/04/12 532
96637 세상은 -- 2012/04/12 552
96636 갑자기 5세후니 넘 고맙게 느껴저요.. 3 ㅋㅋ 2012/04/12 1,257
96635 140명중에 카톡 2012/04/12 610
96634 아무리 마음을 가라 앉치려고 해도 가라앉질 않아요.. 4 .. 2012/04/12 766
96633 성향이 안맞다고 이죽거리며 왜 여기 있나... 11 헐헐 2012/04/12 1,025
96632 실망은 딱 한나절, 아직 절망할 때는 아니라고 봐요 정치 이야기.. 2012/04/12 538
96631 거실에 카펫말고 디자인매트(엘지하우시스)도 괜찮을까요? 신디로퍼 2012/04/12 1,202
96630 그분을 어떻게 보냈는데 첨맞는 총선이 이래요ㅠㅠ 4 ㅠㅠㅠㅠ 2012/04/12 696
96629 이번에 심은하 남편은 선거 출마 안했나요? 3 궁금 2012/04/12 2,223
96628 언론장악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아셨을꺼라 봅니다. 1 밝은태양 2012/04/12 628
96627 (죄송) 카니발이랑 소형차랑 유류비가... 2 ... 2012/04/12 987
96626 중선거구 부엉이 2012/04/12 486
96625 기로에 선 김문수, 대권도전이냐 지사직 수행이냐 35 세우실 2012/04/12 2,089
96624 경향을 끊을까봐요. 15 경향... 2012/04/12 2,163
96623 트위터 이분 아세요? 5 햇살조아 2012/04/12 781
96622 전 문재인님이 야권대권주자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20 새누리싫어 2012/04/12 1,821
96621 허리디스크 수술..(경험담 부탁요^^) 4 질문 2012/04/12 2,483
96620 어제 투표결과를 보고.... 4 눈부신날 2012/04/12 882
96619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졌다는데 아시는 분? 2 참맛 2012/04/12 848
96618 밥 먹다 싸울뻔한 할머니들.. 14 냉정하게 2012/04/12 5,435
96617 의석수가 50석이나 늘었어요. 21 아자!! 2012/04/12 2,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