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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속이 상하네요...(글이 길어요)

ㅠ.ㅠ 조회수 : 3,603
작성일 : 2012-02-01 11:47:33

저는 친정이 되게 못 살아요.

30대 후반인데 어렸을 때부터 가난해서, 학원이나 과외 같은 건 해본 적이 없고

대학도 거의 제 힘으로 다니느라 휴학해서 돈 벌고 학비 마련되면 다니고... 학기 중에도 학원에서 강사 열심히 뛰면서 그러고 다녔어요. 그럭저럭 졸업하고 취직해서 저 혼자 먹고 살기는 어렵지 않은 정도였는데

결혼해서 아이 둘 낳고, 지금은 전업으로 집에 있어요.

저희 친정은 서울에 전세 2천만원 반지하에 사시는데

아버지는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으시고(거의 안 계신 분이라고 보면 돼요)

엄마 혼자 생활하고 계신데 엄마가 암이세요. 저 큰애 낳을 때 발병하셨는데, 지금은 거의 완치 단계시긴 하지만

사회생활 하실 수 있는 정도는 못 되거든요. 연세는 60 전후 되시고요.

친정 식구로는 남동생 하나 있는데 이 집도 아이가 둘이고 외벌이에 대출도 많아서, 본인 생활하기 바빠요.

그러다보니 엄마는 수입이라는 게 거의 없으신 편이에요.

저희집은 남편이 자영업이라서 통장 관리는 본인이 하고 저한테는 딱 생활비만 줘서, 제가 엄마를 도와드리거나 할 여력이 없어요. 저희 남편은 여자는 출가외인이라는 생각이 강한 남자인지라..

본인이 집 마련하기 전에는 시댁에도 친정에도 용돈 같은 건 못 드린다고 처음부터 못을 박았고요.

엄마 큰 수술하실 때도 병원비는 커녕 정말 용돈 한푼 안 드렸어요. 경우를 잘 모르는 편이기도 하고, 인색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결혼 초기에 친정 못 산다고 구박을 많이 들어서, 저도 자존심 상해 더 말하지 않아서 친정 형편을 자세히 알고 있지 않은 것도 있어요. (안다고 도와줄 사람도 아니에요. 아들 있는데 내가 왜? 이런 마인드...)


제가 저희 생활비에서 친정 전화비, 아버지 앞으로 보험을 두 개 붓고 있고(예전에 제가 처녀 적에 들어뒀던 것), 짬짬이 하는 부업으로 월 2~30 정도 수입을 엄마께 드리고 있는데, 수입은 이게 거의 다일 거에요. (남동생네가 10만원씩 드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하진 않고요)

그러니 얼마나 쪼들리고 사시는지..사실 너무 빤하지요.

그래서 무슨 경조사가 있거나 하면, (아주 목돈 들어가는 큰 경우에만)  모아뒀던 돈 헐어서 부조는 거의 제가 대신 내드리고

또 소소하게 낯을 세워야 하는 때가 있으면 알아서 제가 챙겨드리기도 했어요.

그러다보니 저는 아무리 허리를 졸라매고 살아도 저축 같은 건 할 수도 없고

돈을 빌렸다가, 월에 얼마씩 모아서 갚고 또 빌렸다가 갚고..늘 적자를 멤돌고 있네요.

(엄마랑 저는 사이가 좋은 편이에요. 저희 엄마는 정말 천사 같은 분이시라..늘 본인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기다리고 참고..그런 삶을 사셨어요. 저희 친가 식구들, 조카들 대가족 살림 엄마가 다 하셨고요. 아버지가 큰아들이 아닌데도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모셨고, 할머니가 계시니 제사도 좁아 터진 저희 집에서 지냈고요. 그렇지만 그만큼 아버지나 친가 식구들한테 인정을 받거나 고마움을 받거나..하진 못하셨어요. 더구나 지금은 몸까지 아프셔서.......)

그런데 얼마 전 엄마가 저희집 오셔서, 제가 딸애 옷 택배 받는 것을 보시고는

"아무리 쪼들리다고 해도 여유가 있으니까 이런 옷들도 살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비난이나 나무람..같은 뜻이 있진 않으셨고

쪼들린다고 해도 나보단 네가 낫다..그런 말씀?? 이신 것 같아서..제가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그래 나는 딸애 옷을 사입힐 돈은 있는데, 엄마를 너무 못 챙겨드린 것 같아서..

한 달에 8~9만원씩 1년 모을 생각으로 100만원을 엄마를 드리기로 했어요.

정말 저로서는 허리에 허리를 졸라매는 각오를 하고 돈을 드렸는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면서 그 돈으로 백화점 메이커 원피스를 한 벌 사시겠다고 하시네요.

어휴, 그 말씀을 들으니 정말 기운이 다 빠져요.

한달에 3~40가지고 생활하시는 분이..100만원짜리 원피스를 사시겠다니..

제가 사실 엄마 가까이 살 때는, 백화점에서 여성 부띡쪽 비싼 옷들 7~80% 할인해서 10~20만원 대까지 금액이 떨어지면 티셔츠랑 원피스를 가끔 사드리곤 했거든요..그 메이커를 아셔가지고 얼마 전에 친구분이랑 그 옷 매장에 갔다가 원피스를 하나 봐두셨다면서..그게 그렇게 꼭 사고 싶으시대요. ㅠ.ㅠ

무심한 남편 모르게 친정 챙기느라, 얼마나 애를 쓰고 발을 동동구르는지..저희 엄마는 모르실까요?

꼭 필요할 때,  맛있는 거 드시고 싶으실 때, 친구들 만나서 한번은 얻어 먹고 한번은 쓰고 싶을 때 그럴 때 쪼들리지 않게 쓰셨으면 하고 드렸는데....당최 원피스 한벌이 뭔지... 저도 되게 힘들게 드리는 건데... 자꾸 서운한 마음이 들어요.

(글을 올리면서도, 엄마 욕하시는 분들 계실까봐...걱정이 되네요.

그냥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고 해서 82에 올려봅니다. 엄마 탓하는 댓글들이 올라오면 저 더 속상할 것 같아요.ㅠ,ㅠ)

IP : 116.121.xxx.233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2.1 11:52 AM (182.208.xxx.23)

    원글님 참 착한 따님 같은데... 그냥 제 마음이 아프네요. 어머님께서 이 글을 좀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다 들어요. 앞으로는 어머니 형편이 어려우시더라도 직접 돈으로 드리지 마시고 마트에서 먹거리 장을 봐드리거나, 공과금을 대신 내드리거나 하는 식으로 도움주세요. 물론 용돈도 아주 없으시면 안되니까 월 10만원 정도는 현금 드리구요.

  • 2. ㅠ.ㅠ
    '12.2.1 11:54 AM (116.121.xxx.233)

    댓글에 댓글이 안 달리네요. 이해해주신다는 말씀에 눈물이 왈칵 나네요.

  • 3. ...
    '12.2.1 11:55 AM (116.124.xxx.131)

    원글님 참 마음이 아름다운 분이네요. 효녀세요.
    나는 안쓰고, 안입고..하면서 모을돈을 드렸는데 홀라당 비싼 원피스를 사입는다고 하시니 속은
    상하시겠어요. 어쩌나요. 돌아가시면 못해드릴 옷인데..어머니 평생에 좋은 옷 한 벌 입으신다 생각하세요.
    이왕 드린거....어머니 옷 안해입으시면 또 이래저래 다 빠져나갈 돈이잖아요...
    드린건 내 맘이니 쓰는건 어머니 맘이다고 생각하고..내가 그래도 어머니 좋은 옷 한 벌쯤은 해드렸다고 생각하고 잊으세요..

  • 4. 어떡해요..
    '12.2.1 11:55 AM (220.72.xxx.65)

    님 사정과 입장도 이해 되지만..

    님 어머니 너무 너무 불쌍하세요..다른거 생각하지말고..병간호에 힘을 쓰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 5. ㅜ.ㅜ
    '12.2.1 12:01 PM (1.224.xxx.47)

    님도 이해되고 어머님도 이해되고...
    그럴듯한 외출복이 하나 필요하셨나봐요.
    하지만 님이 그렇게 힘들게 모은 돈인데...

    섭섭한 마음은 버리시고 그냥 어머니 이해해주세요.

    님, 정말 좋은 따님이세요^^

  • 6. ,,
    '12.2.1 12:03 PM (121.160.xxx.196)

    님께서 부지불식간에 실수로라도 처음부터 옷'도' 사 입으라고 말씀드린 느낌이 드는데요?

  • 7. ㅠ.ㅠ
    '12.2.1 12:05 PM (116.121.xxx.233)

    저도 사실 서운한 마음을 엄마한테 이야기를 해볼까 싶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그냥 이렇게 털고 말려고 합니다.
    드린 건 내 맘이지만 쓰는 건 어머니 맘이다..로 달래려고요.
    저도 엄마도 이해해주시니 감사해요!!

  • 8. ㅠ.ㅠ
    '12.2.1 12:06 PM (116.121.xxx.233)

    아녜요 뭘 하시라고 그런 말씀은 전혀 안 드렸고요. 엄마 100만원 드릴게요. 그 말씀만 드렸어요^^;

  • 9. ..
    '12.2.1 12:07 PM (203.252.xxx.76)

    돈의 쓰임새가 차라리 약 값이었다면 그런 맘 안드셨을 거예요.

    그런데, 엄마가 암이시라면서요.
    평생 한 번 꼭 입고 싶었을 수도 있어요.
    그런 맘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반복되시면 안되겠지요.

  • 10. ㅇㅇ
    '12.2.1 12:13 PM (119.192.xxx.98)

    100만원 원피스로 엄마가 행복해진다면 그게 100만원 짜리 보약아닐까요

  • 11. -_-
    '12.2.1 12:14 PM (61.38.xxx.182)

    돈을 그리 쉽게 쓰실수있다는건, 좀 걱정될듯..나중에 또 드릴수 있으세요?

  • 12. ```
    '12.2.1 12:16 PM (116.37.xxx.130)

    어머니께서 평소에 현실감각이좀 없으신분이아닐까 생각되네요
    2천 전세사시는분이 전업딸이준 피같은돈을 원피스를 사시겠다니...

    전 반대입장으로 남편이 준돈을 잘쓰는데 시어머니께서 주신돈은 못쓰겠어요

    원글님께서 어머니 손잡고 좀 저렴한 옷을 한벌 골라드리시고 나머지 갖고 계시라고 말씀드리면 안되나요?
    그런데 마담복들이 비싸긴 하더라구요

  • 13. ㅠ.ㅠ
    '12.2.1 12:17 PM (116.121.xxx.233)

    저희 엄마 평생 어렵게 사셨기 때문에 돈이 얼마나 무서운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세요.
    쉽게 쓸래야 돈이 없어서도 못 쓰셨고요......
    아파서 보험금 쓰고 남은 것도 100만원 맞춰서 통장에 넣어두신 분인데....,
    이번 건이 좀 그런..거랍니다. 나중에 돈 생기면 또 드려야죠^^

  • 14. ...
    '12.2.1 12:18 PM (125.240.xxx.162)

    나이드시고, 아프셔서 그러실거에요.
    저희집도 돈 넉넉히 쓰던 집은 아닌데 엄마가 아프시니 언제부터 밍크코트 입고 싶다고 ..
    우리 형편에 말이 되냐라고 몇번 말씀드렸는데
    다들 입는데 그거한번 못 입어보고 죽으면 억울할거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 그래 사드리자 하고 백화점 갔는데 .. 키작고 88사이즈 엄마에겐 안 어울리더군요.
    그 모습 보시고는 그제야 밍크는 아닌거같다 포기를 하시네요.
    아마 어머님 마음이 그거 아니실까요?
    나이든 어른들 보면 자식이 뭐해줬네 하며 그렇게 자랑을 하시더라구요. 다들 여유 있으신 분들도 많고.
    그거 계속 보시며 부러움반 속상함반 이셨던 어머니가 아마 돈이 생기시니 그거 한 풀이 하실려 그러신걸거에요.

    어머니 너무 철없다 생각 마시고 그걸로 기분 좋으시면 되었다 라고 생각하심이...

  • 15. ㅠ.ㅠ
    '12.2.1 12:19 PM (116.121.xxx.233)

    100만원짜리 보약..^^ 정말 그렇게 생각해야겠어요.
    섭섭한 마음 버리고 어머니 이해해주라는 말씀에 저도 많이 위안이 됩니다. 감사해요!

    그러게요 제가 가서 한벌 골라드리고, 나머지 돈 갖고 계시라 하면...좋겠네요.
    날 풀리면 친정에 가봐야겠어요!

  • 16. 로린
    '12.2.1 1:05 PM (114.206.xxx.49)

    사드리되 얘기하세요
    아무리 착한마음이라도 내가 이런 상황이다라고 얘기 안하시면 후에도 그래도 되는가보다 생각하실수도 있어요 나이드실수록 현실 감각 없어지니까요 나중에 감정 상한후에 속상해하지마시고 기분 안나쁘게 얘기는 하세요 계녹 자라고있는 손주 옷 언급하신것도 그렇고 100만원 옷도 그렇고 현실감각 떨어지셨을수도 있겠다 싶어요

  • 17. 까페디망야
    '12.2.1 1:26 PM (123.213.xxx.74)

    앞날이 창창한 저희와 반대로 어르신 분들은 가끔 그런면이 있는것 같아요...
    원글님 속상한 마음은 이해되요.. 저도 많이 느껴본거라...
    에휴, 그래도 제 입장에서 백만원 원피스는 과하네요...
    같이 백화점 가셔서 좀 더 저렵한걸로 골라드리면 어떨까요?

  • 18. 그래요
    '12.2.1 1:26 PM (175.213.xxx.248)

    엄마가 이번건으로만보면 좀 철없는 분이구나 싶지만 원래는 아니시라면서요....섭섭해마시고 기운내세요

    여유없는친정....참 힘들지요 게다가 무심하고 냉정한남편이라면 더더욱이요....전 애도 없고 어쩔때는

    이렇게 생각해요 그래 효도하려고 태어난셈치자-.-

  • 19. 마리안느
    '12.2.1 2:26 PM (221.154.xxx.93)

    원글님과 어머님 두 분 다 이해되고 원글님 어렵게 어렵게 돈 모아 어머님께

    드리는 마음이 너무 아름답고 한편 안타깝네요. 어머님 마음 기쁘게 해드린것을 위안삼으세요

    어머님이 좋아하시면 원글님도 뿌듯하시쟎아요. 그래도 어머님이 완치 단계시라니 얼마나 다행이신가요.

    살아계셔서 뭘 해 드릴수 있다니. 저희 엄마는 고생많이 하시다 저 고3 때 위암으로 돌아가셔서 뭘 해드리

    고 싶어도 해드릴 수도 없답니다.

  • 20. 동.동.동
    '12.2.1 2:42 PM (125.132.xxx.220)

    제 어머니 암선고 받고, 충격에 좀 빠져있으시다 기운차리고 하신일이...
    백화점도 아닌 강남 부띠끄 디자이너 옷 3벌 맞추고 오셨었어요.
    지방에 사셨는데, 서울 이모집에 들린김에 그리 하시고 오셨더라구요.
    맨손으로 시작해서 이제 그럭저럭 살만해지긴 하셨지만 사치는 커녕 미용실도
    잘 안가시던 엄마라 어린맘에 정말 놀랬던 기억이 나네요.
    다행히 건강은 회복하셨어요. 근데 얼마전에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옷이야기를 하면서
    그 때 그렇게 하신게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구요.
    내인생이 뭔가 싶고, 본인이 자기를 위해 해준것도 없이, 병들어 이렇게 가야되나 싶었다고요.
    그런 차에 본인이 정말 가지고 싶었던 옷이라도 사고 싶었다 하시는데, 그 맘이 지금
    원글님 어머님 맘이 아니실까 싶어요.
    현실로만 보시면 속상하시겠지만, 몸의 보약이 아닌 마음의 보약으로 생각하시면
    섭섭함이 덜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 21. 묘한 맘
    '12.2.1 4:11 PM (211.41.xxx.106)

    님 참 착하네요. 님한테 이입되어 엄마를 욕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이해할 수도 없는 묘한 기분이에요. 참 딸이 얼마나 전전긍긍 모아서 주는 돈인 줄 알면 저러실까 싶다가도 평소엔 전혀 안 그러시는 양반이 그러셨다 하니 오죽 갖고 싶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진짜 보약이라 생각하면 맘이 편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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