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부터 아무리 기분을 올려보려고 해도 완전 바닥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어요.
샤워하다가 괜히 제가 한심해서 눈물이 한방울 뚝 떨어지고, 남편과 아이들 아침에 보내고 빈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에 슬프고 힘들고 그래요.
아무도 만나고 싶지도 않고, 맛있는걸 해먹고 싶지도 않고...
죽고싶지는 않지만 어딘가로 멀리 떠나 혼자 살고싶은 생각은 드네요.
저에게는 지난 1년간 뜻하지 않은 불로소득이 꽤 많이 발생 했어요.
친정아빠가 주식처분하셨다고(손해본걸로 알고있지만요) 100만원 주셨고, 한두달 후에 또 용돈이나 하라고 100만원을 주셨어요.
여름에 교통사고 나서 겨울에 합의금 받았는데 현금으로 700만원 넘게 받았구요. 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들어두었던 생명보험사에서도 2백만원정도 나왔어요.
또 시아버님께서 연말에 부동산 처분하시면서 500만원을 주셨어요. 언제 돌려드려야 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제손에 돈이 있네요.
몇달전부터 스마트폰이 하나 갖고싶었는데, 제가 늘 그랬거든요. 그럴리는 없지만 어디서 눈먼돈(?) 100만원만 생기면 눈 딱 감고 스마트폰 바꿔야지.......
그랬는데 저렇게 1500만원 넘는 돈이 생겼는데도 갖고싶던 스마트폰을 못샀어요.
그냥 통장에 넣어두고 생활비로 조금 빼서 쓴거 외에는 아무것도 못했어요.
생각같아서는 뭐라도 확~지르고 싶은데 안되더라구요.
제가 평소에 옷이나 가방, 신발 이런데 관심있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무지외반증이 있어서 운동화만 신고다니고, 워낙 꾸밀줄을 몰라서 옷이나 가방도 살줄을 몰라요.
돈이 없는것도 아니었고, 남편도 맘에드는 가방이라도 하나 사라고 하는데(제가 백화점에서 러브캣 가방 예쁘다고, 하나 사고싶다고 했었거든요. 30만원이 넘어서 그냥 안샀는데...) 막상 사려고 하면 돈이 너무 아깝더라구요.
제가 너무 바보같아서 화가나요.
남편 외벌이에, 초등생하나 유치원하나씩 딸 둘 키우고 대출금 이자 한달에 20만원 내요. 저금은 한달에 100만원정도 하구요.
남편 월급으로 그럭저럭 쓰고 살아지는데, 그깟 스마트폰 하나 못바꾸는 제가 정말 지지리도 궁상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알뜰하게 생활한다는 생각은 해요. 저희집에 휴대폰 4개인데 한달요금이 총 4만원도 안나오거든요.
전기요금도 월 평균 2만원 이쪽저쪽, 수도요금은 3만원대로 좀 많이 내는편이네요.
요즘 남편이 같이 스마트폰으로 바꾸자고(둘다 일반폰)알아보라고 하는데, 알아보다가 그냥 마음을 접게되네요.
어차피 늦게 갈아타는 입장이니 LTE폰 까지는 아니어도 갤럭시2나 아이폰, 베가레이서 정도로는 바꾸고 싶은데 요금제랑 기계값 보면 못사겠어요.
없어서 못사는것도 아니고, 돈이 있는데도 못사고 있는 저를 보니 정말 답답합니다.
그렇다고 모아놓은돈이 완전 많은것도 아니지만요.
뭘 해야 이 기분이 풀릴까 고민되네요.
능력이 되는데도 쉽게 뭘 못사는분들 계신가요?
저만 이렇게 살고있는게 아니라고 위로좀 해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