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지하철에서 이런 사람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지하철 조회수 : 1,786
작성일 : 2012-01-28 20:33:26

전 평소에 되게 까칠한 편인데...

오늘 만난 아주머니 앞에서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딸(6살)과 함께 지하철을 탔어요...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서있는 사람 거의 없을 정도...

딸이랑 나란히 앉아있는데 맞은편에 어떤 아주머니가...

행색이 좀 초라하셨어요... 낡은 듯한 옷에 구두에...

피부 화장도 안하신 것 같은데 입술만 진한 핑크색을 바르셨어요...

 

그 아주머니가 계속 미소를 지으며 저와 딸아이를 쳐다보더라구요...

그러더니 말을 거셨어요... 나이가 몇 살이냐고...

딸아이가 여섯 살이라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본인 이야기를 막 하세요...

아주머니도 딸이 있었는데 딱 그 나이때 딸하고 헤어지게 됐다고...

그 딸이 지금 자랐으면 스무살이 되었을텐데, 15년이 넘도록 딸을 못만났다고...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다고...

 

우시는건 아닌데...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그 말을 정말 10번 정도 반복하셨어요...

딸아이는 좀 무서워하는 것 같고, 저도 좀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아주머니가 너무 안되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거기에 어떤 위로를 던지는 것도 이상하고,

왜그러셨냐고 물을 수도 없고....

 

근데 갑자기 우리 딸한테...

'아줌마가 아줌마 딸이 생각나서 그러는데 한 번만 손 잡아보면 안될까?' 하는거에요...

저도 너무 당황했지만 딸이 낯을 가리는 편이라 저한테 딱 달라붙으면서 고개를 묻었어요.

 

전 그냥 웃으면서 '애가 낯을 가리고 낯선 사람과는 손잡거나 이야기 하지 말라고 가르쳐서요'

그렇게 대답했더니 표정이 엄청 슬프게 변하면서 또 본인 딸과 헤어진 이야기를 계속 하셨어요.

 

사실 30분은 더 타고 가야했지만 그 상황이 너무 불편해서 다음 역에서 그냥 내려버렸어요.

내리면서 목례만 하고 내렸구요...

딸은 아주머니가 반복해서 한 이야기 때문에 왜 아줌마가 아줌마 딸이랑 헤어졌냐고 100번 묻고

자기도 엄마랑 헤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마구마구 걱정을 하네요..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나요???

사실 전 모르는 사람이 말 걸거나 하면 그냥 들은 척도 안하는 편인데

아이에게 말을 걸어오며 그런 말을 하니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저도 모르게 방심했달까...

 

IP : 175.125.xxx.13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안되요
    '12.1.28 8:34 PM (220.116.xxx.82)

    6살짜리 손 잠깐 잡는다고 하고서, 안고 튀어 버리면 어쩌시려구요.
    영영 못 만난 딸이 바로 원글님 딸이 되는 거에요!

  • 2. 마크
    '12.1.28 8:37 PM (27.1.xxx.77)

    너무 예민하신거아닌가요?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이야기들어주고 손한번 잡는건데 머어때서요 그냥 지하철타고 갈거같은데

  • 3. 요즘
    '12.1.28 8:39 PM (115.161.xxx.209)

    세상이 하도 무서운세상이라....

  • 4. 그냥
    '12.1.28 8:39 PM (116.37.xxx.10)

    고개 주억거리면서
    들어드리고
    내리면서 잘 사시고 안녕히 가시라고 하고 끝

  • 5. 원글님
    '12.1.28 8:52 PM (58.234.xxx.103)

    대처는 잘하셨고요..
    그런데 그 아주머니 말이 정말이라면 너무 슬프고 가슴 아픈 사연이네요..
    아마도 원글님과 따님을 보면서 자신의 옛 모습을 보았을 수도 있고... 참.. 마음 아픈 일입니다.

  • 6. 사과꽃 그날.
    '12.1.28 10:00 PM (110.35.xxx.23)

    마치 한편의 에세이같은 정경이긴한데,,, 원글님껜 당혹스럽고 두려운 일이셨겠어요..^^
    ... 워낙 세상이 험하고 무서운 세상이니, 원글님이 지혜롭게 잘 하신것 같아요

  • 7. 그렇군요..
    '12.1.29 2:57 PM (1.245.xxx.8)

    참 사회경험 부족한 사람 82에서 많이 배웁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8026 중고생 아이들 문화생활시간이 평균 얼마나 되나요? 5 선택? 2012/03/02 1,265
78025 귀뒤가 자꾸 부풀어 올라요 7 dma 2012/03/02 3,242
78024 박은정 검사 사표 낸듯.... 13 자비 2012/03/02 2,730
78023 파프리카 한번에 많이 소진시키는 요리 ㅠㅠ 21 뎁.. 2012/03/02 3,187
78022 생선 구울 때 1 이정희 2012/03/02 1,136
78021 3월 2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2012/03/02 972
78020 정서불안이나 폭력성이 있는 아이들이요..지도 관련 도움 부탁드려.. 4 걱정근심 2012/03/02 2,326
78019 불교) 바람처럼 흘러가라 6 ^^ 2012/03/02 1,946
78018 시댁에간남편 또 얘기에요 22 남편 2012/03/02 7,300
78017 알레르기 증상일때는 어느 병원가야되나요? 5 알레르기 2012/03/02 4,119
78016 한가인 얼굴이 얼굴형만 변한걸까요? 제가 보기엔 눈이 가장 달라.. 4 제가 보니 2012/03/02 5,095
78015 가사 도우미요.. 2 궁금 2012/03/02 1,465
78014 이지 BUY라는 빵집 12 ... 2012/03/02 4,001
78013 패밀리레스토랑(아웃백.티지아이.빕스등)에서 생일할때 케익 들고 .. 1 엄마다 2012/03/02 3,292
78012 육아 너무 힘들어요 3 슈퍼엄마 2012/03/02 1,671
78011 장담그기 좋은날 아시면 가르쳐 주셔요 6 장담그려 해.. 2012/03/02 2,613
78010 어린이집 옆 베스트글 읽고 궁금 4 궁금이 2012/03/02 1,920
78009 미국관광(특히 LA)가셔서 한인렌트카 업소 이용하실때 꼭 알아두.. 2 한인렌트카 2012/03/02 10,184
78008 세자리 숫자가 가득써있는 노트 이게 뭘까요? 5 ㅁㅁ 2012/03/02 2,241
78007 “김재호 판사, 박 검사에 직접 청탁전화” - 사정당국 관계자 .. 4 다크하프 2012/03/02 2,417
78006 민주당 등신들아~ 7 에효~ 2012/03/02 1,914
78005 오리진스가 잊혀진 것 같네요 2 사월의눈동자.. 2012/03/02 2,760
78004 유기를 삶았어요... 회복 가능할까요?? -컴대기중- 2 무지한 주부.. 2012/03/02 2,081
78003 웃으면서 할 말 다 하는 법? 7 화병 난 사.. 2012/03/02 4,932
78002 세남매가 어찌그리똑같은지 휴유 2012/03/02 1,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