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평소에 되게 까칠한 편인데...
오늘 만난 아주머니 앞에서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딸(6살)과 함께 지하철을 탔어요...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서있는 사람 거의 없을 정도...
딸이랑 나란히 앉아있는데 맞은편에 어떤 아주머니가...
행색이 좀 초라하셨어요... 낡은 듯한 옷에 구두에...
피부 화장도 안하신 것 같은데 입술만 진한 핑크색을 바르셨어요...
그 아주머니가 계속 미소를 지으며 저와 딸아이를 쳐다보더라구요...
그러더니 말을 거셨어요... 나이가 몇 살이냐고...
딸아이가 여섯 살이라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본인 이야기를 막 하세요...
아주머니도 딸이 있었는데 딱 그 나이때 딸하고 헤어지게 됐다고...
그 딸이 지금 자랐으면 스무살이 되었을텐데, 15년이 넘도록 딸을 못만났다고...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다고...
우시는건 아닌데...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그 말을 정말 10번 정도 반복하셨어요...
딸아이는 좀 무서워하는 것 같고, 저도 좀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아주머니가 너무 안되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거기에 어떤 위로를 던지는 것도 이상하고,
왜그러셨냐고 물을 수도 없고....
근데 갑자기 우리 딸한테...
'아줌마가 아줌마 딸이 생각나서 그러는데 한 번만 손 잡아보면 안될까?' 하는거에요...
저도 너무 당황했지만 딸이 낯을 가리는 편이라 저한테 딱 달라붙으면서 고개를 묻었어요.
전 그냥 웃으면서 '애가 낯을 가리고 낯선 사람과는 손잡거나 이야기 하지 말라고 가르쳐서요'
그렇게 대답했더니 표정이 엄청 슬프게 변하면서 또 본인 딸과 헤어진 이야기를 계속 하셨어요.
사실 30분은 더 타고 가야했지만 그 상황이 너무 불편해서 다음 역에서 그냥 내려버렸어요.
내리면서 목례만 하고 내렸구요...
딸은 아주머니가 반복해서 한 이야기 때문에 왜 아줌마가 아줌마 딸이랑 헤어졌냐고 100번 묻고
자기도 엄마랑 헤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마구마구 걱정을 하네요..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나요???
사실 전 모르는 사람이 말 걸거나 하면 그냥 들은 척도 안하는 편인데
아이에게 말을 걸어오며 그런 말을 하니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저도 모르게 방심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