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생과 과외한 지 석 달쯤 되어 갑니다.
중 2 올라가는 여학생이고요.
외모는 예쁘고 여리여리하고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학생입니다. 전문직 어머니가 있고 아버지는 안 계십니다.
그 일 때문에 상처를 받은 것이 있을 것이고 본격적으로 사춘기의 시작이라...
어머니와 함께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정서적인 부분은 제가 책임질 테니 선생님들은 공부를 잘 봐 주셨으면'이라고 하시더군요.
저에게는 참 사근사근하니 말을 예쁘게 하는데 자기 어머니께 말하는 걸 보니
소리를 안 지르고는 말이 성립이 안 되더군요. 뭐든지 빽빽거려 놀라울 지경입니다.
샤프심 사와! 아니야, 그거 아니라고 했잖아! 2B는 너무 진하단 말야, B로 사 와야지!!! <- 이런 식으로...
그걸 제게 부끄러워하지는 않고 오히려 '난 이럴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보여 주고 싶어하는 듯도 했어요. 가끔은.
저를 따르는 편입니다. 그런데 아주 깊은 속마음까지는 모르겠어요.
기회만 되면 자기 얘기를 이것저것 하는데, 형제도 없고 엄마는 바쁘고 늘 혼자인 아이가 안된 마음에
들어 주려고는 하는 편이지만
가만히 보면 이게, 제게 자기 얘기를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기회만 되면 '수업을 안 하고 딴소리로 시간을 때우고 싶어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그 말솜씨가 아주 능수능란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어디서부터 이 얘기가 시작됐는지 놓칠 지경이고
중간에 못 하게 끊는 것도 아주 힘이 듭니다.
엄마를 비롯해 다른 과외 선생님들에 대한 흉을 자주 봅니다.
(저 말고도 다른 과외 선생님들이 여럿 있고, 학원들도 다닙니다.)
자기 엄마가 늘 잔다는 것, 자기에게는 단 걸 먹지 말라고 하고 자기(엄마)는 초콜렛을 먹는다는 것,
엄마가 똑똑했다고는 하지만 자기는 그 직업을 전혀 갖고 싶지 않다는 것... 등등.
(사실 이 아이의 현재 상태로는 그 직업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수준입니다만...)
과외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오 분씩 꼭 늦는다, 엄마 앞에서만 나한테 상냥하게 한다, 등등.
그런 말을 듣다 보니 '저 애가 나 없는 데서는 나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쓰는 볼펜을 따라서 사고, 제가 어느 날 매니큐어를 칠하고 갔더니 그 다음 번에는 자기도 칠하고 있고,
새로 산 예쁜 물건 등은 일부러 제 눈에 띄게 놓아 두고 만지작거리는 등 해서 관심을 끌어 보려고 하는
행동들을 보면... 최소한 저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까지는 생각이 가능한데
뒤에서 무슨 소리를 안 할 거라는 믿음까지는 안 생기는 거죠.
배우자를 잃는 것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시계처럼 출근해야 하는 그 어머니의 입장이 저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집에 오면 당연히 죽은 듯이 자고만 싶겠죠. 저 같으면 장기 휴가를 내고 방에 틀어박혔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안 계신 걸 모르는 걸로 해 달라고 어머니가 부탁하셨기 때문에
아이가 어머니 흉을 볼 때, '그런 의미에서 네가 좀 이해해 보려고 해라'는 말도 할 수 없고,
사실 어머니의 부탁이 아니어도 그건 오지랖일 수 있겠죠.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죄없는 어머니가, 딸래미 입에서 그렇게 흉을 듣고 있는데
그걸 '아, 그러니?' 하고 듣고 앉아 있는 것은... 참 어른으로서 못할 노릇이기도 하고, 곤란하기도 합니다.
사춘기라서 그럴 수도 있고 마음에 화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어쨌든 분명한 건, 참 부정적인 성격이라는 겁니다. 뭐가 좋다고 말하는 걸 못 들어 봤어요.
그렇게 말하는 게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쎄' 보이는 걸 학습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친구, 자기 학교, 선생님, 외식 메뉴, 기타 등등...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나쁘게 말합니다.
그리고 과장이 심해요. 이건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들과 흡사한데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 저 어제 밥 한 끼도 안 먹고 초코우유만 열 개 먹었어요. 진짜에요. 와~ 진짜 내가...
음... 막상 쓰려고 하니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어른의 눈으로 보면 '그랬을 리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서, 말도 안 되는 뻥이라는 게 바로 티가 나는 건데
(말하자면 도우미 아주머니가 밥을 다 챙겨 주시고, 먹는지 안 먹는지도 챙기시기 때문에
위의 저 사례같은 경우는 불가능하고. 저는 그걸 알고 있고. ...그런 거죠.)
그 애는 그런 말들을 하곤 하는 거죠.
초등 남자애들과는 다른 점이, 그 애들은 정말 그냥 애라서, 현실과 몽상이 구분이 안 돼서 애같은 소리를 하는 거고
굳이 거짓말이라고 교정해 줄 필요도 없는 귀여운 행동이라면,
이 아이는 중학생들, 특히 여자애들은 잘 하지 않는 패턴의 말을 한다는 거에요.
아이들 오래 가르쳤지만 이 연령대의 여자애가 이러는 건 처음 봅니다.
안 믿어 주거나 의문을 표하면 계속해서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제가 보기에는 아주 비논리적인)
논거들을 계속 들고 나오는데
제가 보기에는 안 믿어 주는 대상에게 나중에는 적개심마저 품을 수 있다는 게 캐치가 돼요.
자기 말을 믿고 안 믿고에 따라 내 편, 네 편을 자꾸 가르려고 하는 거죠.
무엇보다도... 공부에 관해.
처음에 이 학생을 가르칠 때는 영리한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그럴지는 모르지만, 가르쳐 보니, 정~말 가르치기 힘든 학생입니다.
공부에 관심이 전혀, 전혀 없기 때문이에요.
점수 잘 받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 있는데,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잘 이해를 못하고 잘 잊어버리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 제 얘기를 '안 듣습니다'.
눈은 뜨고 있는데 듣지 않아요. 아예 머릿속으로 다른 데를 헤매고 다니는 겁니다.
몇 번이나 일깨워 가며 수업을 하지만, 진이 빠집니다.
들어도 모르는, 정말 듣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데 기초가 없어서 힘든 학생은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어요.
학생이 하고자 한다면 다른 어려운 산들은 함께 넘어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전혀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힘이 듭니다.
피곤해서 졸았던 적이 몇 번 있어서 안쓰러운 마음에 살살 달래 깨워 가며 수업을 했어요.
사실 이 아이가 듣고 있는 사교육 스케줄이 좀 많은 것은 맞거든요. 저 같아도 사는 게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그 다음에는 제 눈치를 살살 보면서 눈을 감고 일부러 조는 척을 하더군요.
제가 달래고 깨우는 사이에 자기는 수업을 안 들어도 되고, 수업 시간은 흘러 가죠.
어찌 됐거나 과외를 하고 있으니 제 과목은 제 책임인데...
시험 점수로 결과가 말해지는 것도 그렇고, 애가 이러고 있는데 저 혼자 떠들기만 하고
수업했다고 돈을 받아야 하나, 이 점 때문에 많이 고민했습니다.
어찌 됐건 저는 수업을 성실히 합니다만 어머니는 그것만으로 돈을 내는 것이 아니잖아요.
아이의 실력 향상을 원하는 것이지.
아이가 열심히 해도 안 오른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더 해 볼 이유도 있는 거고)
아이가 열심히 듣지 않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는데 제가 그걸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한다면...
통장에 돈이야 꼬박꼬박 들어오겠지만 그건 어쩐지 과외비 도둑질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과외를 그만 하겠다고 말을 할까 말까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이제야 핵심이 나온 것도 같은데;; 사실 위에 쓴 것도 모두 제 고민의 한 축입니다.)
답안지를 베끼네요.
사실 그 전에도 답지를 보고 숙제하는 게 아닌가 싶은 심증이 갈 때가 있었습니다.
숙제해 놓은 걸 보면 이해도가 아주 좋은데 실제로 시켜 보면 뭔 소린지 전혀 모르고 있다든가...
수업 오래 한 사람들은, 거기에 대한 촉이 있거든요.
서술형 답안 써 놓은 걸 봐도, 이건 얘가 쓸 만한 답이 아니다, 또는 답지의 정답을 나름 변형한 것이다... 싶은.
그런데 한 번은, 문제 풀이 쭉 시켜 놓고 수업자료 들여다 보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보니
그 애의 손이 살그머니 답지를 들추고 있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귀퉁이만 살짝 들고 있어서,
베끼고 덮는 중이었는지 베끼려고 시도하는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숙제도 양심적으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답안지는 당연히 제가 가지고 다니지만, 요즘은 출판사 사이트에서도 다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갖고 다닌다는 게 대단한 안전장치는 아니고요.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몇 주 전에는 집에 갔더니 문을 좀 늦게 열어 주더군요.
수업을 하기 위해 언제나처럼 그 애의 책상 앞으로 갔더니, 컴퓨터에 커다랗게 답안지 PDF 화면이 띄워져 있었어요.
제가 숙제 내 준 그 페이지였고요.
그 애는 저에게 물을 갖다 준다며 허둥대다가 갑자기 뛰어와서는 컴퓨터 화면 앞에 서서
아 요즘 컴퓨터가 맛이 갔네... 어쩌고저쩌고 중얼거리더니 제 눈치를 슬쩍 보고
얼른 화면을 꺼 버렸어요.
일단 수업은 아무렇지도 않게 쭉 하고, 마무리할 때 말했어요.
그날 치 숙제를 내 주면서, '이 숙제는 반드시 네 힘으로 해야 해, 알았지?'하고
숙제를 자기 손으로 하지 않으면 이 수업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
너와 나의 시간과 에너지, 심지어 돈까지 낭비하는 바보짓을 하지 말자고 얘기하고
내가 이 말 왜 하는지 알지? 하고 어깨를 다독다독 해 줬어요. 약속 지켜 줄 거라고 믿는다고.
그런데, 어제 수업은.
또다시 답지를 베꼈더군요.
그냥, 보면 알아요. 베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답을 바꾸어 쓴 것까지도 보입니다.
화도 나고... 해서, 수업 마치면서 물었습니다.
이제는 너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좀 날지도 모르지만 직접 묻겠다고.
숙제 네 힘으로 한 거 맞느냐고.
그랬는데,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맞다고 하더군요.
제가, 수업을 오래 해서 안다고, 학생의 언어가 아닌 말로 답안이 작성되어 있다고 했는데도
아니에요, 제가 생각해서 쓴 거에요. 라고 해요.
저, 다정하지만 카리스마 있는-_-, 어떤 드센 학생도 결국은 꽉 잡고 다루는 선생이거든요.
다시 한 번 눈 똑바로 보고 물었습니다. 정직하게 말할 기회가 한 번 더 있다고요.
그랬는데도 끝내 자기가 한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눈에 독을 품고 저를 쳐다봐요.
이 애한테서 그런 눈은 처음 봤네요.
...이 애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없는 거에요.
양심에 걸리는 게 없으므로, 미안한 게 아니라 나를 다그치는 저 사람이 미운 거죠.
자기가 거짓말한 건 알고 있겠지만...
그 심리는 마치, 자기 거짓말을 스스로 믿는 사람과 같아 보였어요.
저는 그 애에게 '진실을 말해 달라. 나는 너를 믿겠다'고 했기 때문에, 일단은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하면 믿는다. 오해라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기분 상해 하지 말라고 하니, '계속 의심했다면 기분 나쁘지만 믿어 주니 아무렇지도 않다'고
어깨를 으쓱 하더군요.
누가 누구에게 사과를 하고 있는지... -_-
일단은 제가 생각한 매뉴얼대로 행동은 했으나, 미안하다는 말은 안 했다면 더 좋았던 게 아닐지,
그 점이 계속 머리에 남습니다.
알겠다 하고 넘어가되 '나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쪽으로 분위기는 싸늘하게 밀고 나갔어야 했던 게 아니었을지.
긴 얘기였습니다만.
이 나이 또래의 많은 아이들이 단순하고, 순진하고 착합니다.
공부를 좋아하진 않아도 당장 눈 앞에서 누가 무슨 설명을 하면
들어 보려는 척이라도 해요. 그 때까지 몸에 밴 습관이 있기 때문에 저절로 귀를 쫑긋 하긴 합니다.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그런데 이 아이는 수업을 듣지도 않고...
마음을 어디에 빼앗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주로 카톡, 싸이를 많이 하는 것 같긴 한데요.
무엇보다 제가 느끼는 건, 주변의 오냐오냐 하는 분위기와, 지나친 사교육으로 인해
이 아이는 여러 어른이 자기 하나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 너무 익숙해요.
익숙한 만큼, 지겨워합니다. 그러니 눈 앞에 무엇을 들이대도 열심히 하질 않아요.
결핍의 결핍... 이 아이에게서 그걸 봅니다.
얘는 뭔가가 절실해 본 적이 없어요. 그게 근본적으로 얘를 망치고 있는 것 같다는 것,
어린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권태로움이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아이의 언니도 무엇도 아니고 사교육 선생일 뿐인 저로서는
눈에 뻔히 보이되 개입의 권리가 없으니, 제겐 너무나 다루기 힘든 학생일 뿐이라는 것, 이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제게 전권이 주어진다면야 어떻게든 해 보겠지만, 해 볼 자신도 있지만,
아이가 소리를 빽빽 질러도 '그래, 엄마가 몰라서 그랬지...' 하는 달콤한(어쩌면 많이 참고 계실지도 모를) 엄마가
아이를 철통같이 감싸고 '성적을 올려 주세요'만 제게 미션으로 주셨으므로,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다뤄 왔기 때문에, 처음 보자마자는 아니어도...
겪다 보면 아이의 바닥까지도 잘 보여요. 됨됨이와, 그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 아이는 어떤 심리에 의해 어떻게 움직인다... 그런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싶은 것은...
82분들 같으면 어디까지 아이에 대해 알고 싶으시냐는 겁니다.
물론 저런 깊은 얘기를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심리 상담가로 아이를 만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일단...
답안지를 베낀다는 것은 말씀드려야 하겠지요?
학원이건 과외건, 어디다 애들을 맡기시건 그건 1차 시작일 뿐이고
진짜 공부는 그 다음에, 수업 듣고 와서 그 다음에,
아이가 책상에 앉아서 배운 내용을 보느냐 안 보느냐, 숙제를 스스로 낑낑대고 하느냐 안 하느냐,
여기 달려 있습니다. 이걸 안 하면, 천만 원짜리 과외도 하나 마나에요.
답안지를 베끼는 한... 수업 태도도 나쁜데 거기에 보태서 이 아이는 절대로 제게서 뭔가를 배워 나가지 못할 거에요.
듣고 그냥 흘려 버리는 거죠.
그리고 저는 이 아이와 1주일에 달랑 두 번 만나기 때문에, 숙제를 하고 안 하고는 전적으로 집의 문제입니다.
집에서 돌봐 줄 문제, 혹은 집에서 싸워서라도 시켜야 할 문제예요.
그런데 얘는 집에 공부를 시킬 어른이 없고...
이대로 두면, 자기가 마음을 고쳐 먹지 않는 한, 계속 베낄 겁니다.
아니면 읽어 보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막 써 오겠죠.(이렇게 해온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숙제를 그렇게 한다는 건 어머니께 말씀을 드려야 하는 거고...
저는, 숙제를 스스로 하도록 돌봐 주시거나
(그런데 아이랑 계속 싸우게 된다고 어머니가, 숙제 시키는 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신 적이 있습니다.)
숙제나 기타 생활을 돌봐 주는 시터를 붙이시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데
솔직히 후자는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얘는 이미 너무 많은 어른에 둘러싸여 있어요.
아무튼... 82 분들께는 우선 그 점을 여쭙고 싶었어요.
'말씀드리는 게 맞는 거죠?' 하는 것을요.
일단은 그 아이 모르게 시간을 내 달라고 말씀은 드려 둔 상태이고(문자)
얘기하다가 제 수업을 종료하는 걸로 결론이 나면,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즉, 제게는 수입이 하나 없어지는 거 염두에 두고 면담을 하려는 거죠.
그리고... 그 외의 어떤 걸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보기에는 그 모든 사교육이 다 쓸데없어 보이거든요. 지금, 이 아이한테는.
다 때려치우고 (사실 가능하다면 학교도 휴학하고)
하루종일 이 아이의 얘기를 들어 주고 놀아 주고
가능하다면 멀리 데리고 가서 자연 속에 던져 놓아 주고 실컷 뛰고 몸으로 놀아 주는
그런 울타리같은 사람이 필요해 보여요. 그런 치료같은 과정이 필요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고...
얘는 지금 공부가 문제가 아닌 거죠...
만나면 만날수록... 외모와 달리 참 정이 안 가게 꼬인 성격의 아이라는 점이 보여서 참, 그랬는데,
어찌 생각해 보면 어린 것이 필요한 사랑을 못 받고 다른 방식의 사랑만 너무 과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 교정하면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될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 말씀 못 드리겠고...
그냥 달랑 답안지 베낀다는 것만 말씀을 드릴까요?
베껴 놓고 안 그랬다고 말했다는 것까지는 말씀 드리는 게 맞는 건가요?(거짓말했다는 부분)
수업을 들으려 하지 않고, 일부러 졸거나, 자꾸 다른 쪽으로 얘기를 끌고 가려는 것은요?
이런 얘기들도 아셔야 하지 않나 생각도 들지만...
한편, 자기 자식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인데 들으면 들을수록 어머니 기분만 나빠지는 게 아닌가,
전혀 고칠 생각이 없으신 분이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됩니다.
(성품은 좋아 보이지만 이 아이가 이렇게 된 데에는 이 어머니의 영향도 있을 테니까요.
과한 사교육이나, 지금 이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미래 설계와 그에 대한 추진... 등을 보면
제 얘기에 과연 귀를 기울이실 분일지 모르겠어요.)
제게 주어지지 않은 영역에 대한 깊고 과도한 이야기로 월권을 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러나 공부에 관해서만으로, 영역을 축소해서 보아도,
도대체 어디까지 얘기를 해야 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본인 일이라면 어디까지 알고 싶으신지요.
자기 자식에 대한 안 좋은 얘기를 주욱 털어놓는 과외 강사에게
감정적인, 그리고 방향이 틀린 원망을 품지 않고 귀를 열어 두실 수 있으신지요?
쓰다 보니 하소연이 되었습니다만,
답이... 필요합니다.
제가... 꾸미고 돌려 말하는 걸 잘 못해서, 혹시라도 실수하지 않도록 메모를 해서 어머니를 만날 생각이에요.
딱 선을 긋고, 거기까지만 말을 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