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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답안지를 베끼는 과외 학생.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할까요.(길어요)

조회수 : 7,710
작성일 : 2012-01-28 00:11:30

이 학생과 과외한 지 석 달쯤 되어 갑니다.

중 2 올라가는 여학생이고요.

 

외모는 예쁘고 여리여리하고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학생입니다. 전문직 어머니가 있고 아버지는 안 계십니다.

그 일 때문에 상처를 받은 것이 있을 것이고 본격적으로 사춘기의 시작이라...

어머니와 함께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정서적인 부분은 제가 책임질 테니 선생님들은 공부를 잘 봐 주셨으면'이라고 하시더군요.

 

 

저에게는 참 사근사근하니 말을 예쁘게 하는데 자기 어머니께 말하는 걸 보니

소리를 안 지르고는 말이 성립이 안 되더군요. 뭐든지 빽빽거려 놀라울 지경입니다.

샤프심 사와! 아니야, 그거 아니라고 했잖아! 2B는 너무 진하단 말야, B로 사 와야지!!! <- 이런 식으로...

그걸 제게 부끄러워하지는 않고 오히려 '난 이럴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보여 주고 싶어하는 듯도 했어요. 가끔은.

 

 

저를 따르는 편입니다. 그런데 아주 깊은 속마음까지는 모르겠어요.

기회만 되면 자기 얘기를 이것저것 하는데, 형제도 없고 엄마는 바쁘고 늘 혼자인 아이가 안된 마음에

들어 주려고는 하는 편이지만

가만히 보면 이게, 제게 자기 얘기를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기회만 되면 '수업을 안 하고 딴소리로 시간을 때우고 싶어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그 말솜씨가 아주 능수능란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어디서부터 이 얘기가 시작됐는지 놓칠 지경이고

중간에 못 하게 끊는 것도 아주 힘이 듭니다.

 

 

엄마를 비롯해 다른 과외 선생님들에 대한 흉을 자주 봅니다.

(저 말고도 다른 과외 선생님들이 여럿 있고, 학원들도 다닙니다.)

자기 엄마가 늘 잔다는 것, 자기에게는 단 걸 먹지 말라고 하고 자기(엄마)는 초콜렛을 먹는다는 것,

엄마가 똑똑했다고는 하지만 자기는 그 직업을 전혀 갖고 싶지 않다는 것... 등등.

(사실 이 아이의 현재 상태로는 그 직업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수준입니다만...)

 

 

과외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오 분씩 꼭 늦는다, 엄마 앞에서만 나한테 상냥하게 한다, 등등.

그런 말을 듣다 보니 '저 애가 나 없는 데서는 나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쓰는 볼펜을 따라서 사고, 제가 어느 날 매니큐어를 칠하고 갔더니 그 다음 번에는 자기도 칠하고 있고,

새로 산 예쁜 물건 등은 일부러 제 눈에 띄게 놓아 두고 만지작거리는 등 해서 관심을 끌어 보려고 하는

행동들을 보면... 최소한 저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까지는 생각이 가능한데

뒤에서 무슨 소리를 안 할 거라는 믿음까지는 안 생기는 거죠.

 

 

배우자를 잃는 것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시계처럼 출근해야 하는 그 어머니의 입장이 저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집에 오면 당연히 죽은 듯이 자고만 싶겠죠. 저 같으면 장기 휴가를 내고 방에 틀어박혔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안 계신 걸 모르는 걸로 해 달라고 어머니가 부탁하셨기 때문에

아이가 어머니 흉을 볼 때, '그런 의미에서 네가 좀 이해해 보려고 해라'는 말도 할 수 없고,

사실 어머니의 부탁이 아니어도 그건 오지랖일 수 있겠죠.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죄없는 어머니가, 딸래미 입에서 그렇게 흉을 듣고 있는데

그걸 '아, 그러니?' 하고 듣고 앉아 있는 것은... 참 어른으로서 못할 노릇이기도 하고, 곤란하기도 합니다.

 

사춘기라서 그럴 수도 있고 마음에 화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어쨌든 분명한 건, 참 부정적인 성격이라는 겁니다. 뭐가 좋다고 말하는 걸 못 들어 봤어요.

그렇게 말하는 게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쎄' 보이는 걸 학습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친구, 자기 학교, 선생님, 외식 메뉴, 기타 등등...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나쁘게 말합니다.

 

그리고 과장이 심해요. 이건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들과 흡사한데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 저 어제 밥 한 끼도 안 먹고 초코우유만 열 개 먹었어요. 진짜에요. 와~ 진짜 내가...

음... 막상 쓰려고 하니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어른의 눈으로 보면 '그랬을 리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서, 말도 안 되는 뻥이라는 게 바로 티가 나는 건데

(말하자면 도우미 아주머니가 밥을 다 챙겨 주시고, 먹는지 안 먹는지도 챙기시기 때문에

위의 저 사례같은 경우는 불가능하고. 저는 그걸 알고 있고. ...그런 거죠.)

그 애는 그런 말들을 하곤 하는 거죠.

 

 

초등 남자애들과는 다른 점이, 그 애들은 정말 그냥 애라서, 현실과 몽상이 구분이 안 돼서 애같은 소리를 하는 거고

굳이 거짓말이라고 교정해 줄 필요도 없는 귀여운 행동이라면,

이 아이는 중학생들, 특히 여자애들은 잘 하지 않는 패턴의 말을 한다는 거에요.

아이들 오래 가르쳤지만 이 연령대의 여자애가 이러는 건 처음 봅니다.

안 믿어 주거나 의문을 표하면 계속해서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제가 보기에는 아주 비논리적인)

논거들을 계속 들고 나오는데

제가 보기에는 안 믿어 주는 대상에게 나중에는 적개심마저 품을 수 있다는 게 캐치가 돼요.

자기 말을 믿고 안 믿고에 따라 내 편, 네 편을 자꾸 가르려고 하는 거죠.

 

 

 

무엇보다도... 공부에 관해.

처음에 이 학생을 가르칠 때는 영리한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그럴지는 모르지만, 가르쳐 보니, 정~말 가르치기 힘든 학생입니다.

공부에 관심이 전혀, 전혀 없기 때문이에요.

점수 잘 받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 있는데,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잘 이해를 못하고 잘 잊어버리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 제 얘기를 '안 듣습니다'.

눈은 뜨고 있는데 듣지 않아요. 아예 머릿속으로 다른 데를 헤매고 다니는 겁니다.

몇 번이나 일깨워 가며 수업을 하지만, 진이 빠집니다.

들어도 모르는, 정말 듣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데 기초가 없어서 힘든 학생은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어요.

학생이 하고자 한다면 다른 어려운 산들은 함께 넘어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전혀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힘이 듭니다.

 

 

 

피곤해서 졸았던 적이 몇 번 있어서 안쓰러운 마음에 살살 달래 깨워 가며 수업을 했어요.

사실 이 아이가 듣고 있는 사교육 스케줄이 좀 많은 것은 맞거든요. 저 같아도 사는 게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그 다음에는 제 눈치를 살살 보면서 눈을 감고 일부러 조는 척을 하더군요.

제가 달래고 깨우는 사이에 자기는 수업을 안 들어도 되고, 수업 시간은 흘러 가죠.

 

 

어찌 됐거나 과외를 하고 있으니 제 과목은 제 책임인데...

시험 점수로 결과가 말해지는 것도 그렇고, 애가 이러고 있는데 저 혼자 떠들기만 하고

수업했다고 돈을 받아야 하나, 이 점 때문에 많이 고민했습니다.

어찌 됐건 저는 수업을 성실히 합니다만 어머니는 그것만으로 돈을 내는 것이 아니잖아요.

아이의 실력 향상을 원하는 것이지.

아이가 열심히 해도 안 오른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더 해 볼 이유도 있는 거고)

아이가 열심히 듣지 않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는데 제가 그걸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한다면...

통장에 돈이야 꼬박꼬박 들어오겠지만 그건 어쩐지 과외비 도둑질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과외를 그만 하겠다고 말을 할까 말까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이제야 핵심이 나온 것도 같은데;; 사실 위에 쓴 것도 모두 제 고민의 한 축입니다.)

답안지를 베끼네요.

 

 

사실 그 전에도 답지를 보고 숙제하는 게 아닌가 싶은 심증이 갈 때가 있었습니다.

숙제해 놓은 걸 보면 이해도가 아주 좋은데 실제로 시켜 보면 뭔 소린지 전혀 모르고 있다든가...

수업 오래 한 사람들은, 거기에 대한 촉이 있거든요.

서술형 답안 써 놓은 걸 봐도, 이건 얘가 쓸 만한 답이 아니다, 또는 답지의 정답을 나름 변형한 것이다... 싶은.

 

 

그런데 한 번은, 문제 풀이 쭉 시켜 놓고 수업자료 들여다 보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보니

그 애의 손이 살그머니 답지를 들추고 있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귀퉁이만 살짝 들고 있어서,

베끼고 덮는 중이었는지 베끼려고 시도하는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숙제도 양심적으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답안지는 당연히 제가 가지고 다니지만, 요즘은 출판사 사이트에서도 다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갖고 다닌다는 게 대단한 안전장치는 아니고요.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몇 주 전에는 집에 갔더니 문을 좀 늦게 열어 주더군요.

수업을 하기 위해 언제나처럼 그 애의 책상 앞으로 갔더니, 컴퓨터에 커다랗게 답안지 PDF 화면이 띄워져 있었어요.

제가 숙제 내 준 그 페이지였고요.

그 애는 저에게 물을 갖다 준다며 허둥대다가 갑자기 뛰어와서는 컴퓨터 화면 앞에 서서

아 요즘 컴퓨터가 맛이 갔네... 어쩌고저쩌고 중얼거리더니 제 눈치를 슬쩍 보고

얼른 화면을 꺼 버렸어요. 

 

 

 

일단 수업은 아무렇지도 않게 쭉 하고, 마무리할 때 말했어요.

그날 치 숙제를 내 주면서, '이 숙제는 반드시 네 힘으로 해야 해, 알았지?'하고

숙제를 자기 손으로 하지 않으면 이 수업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

너와 나의 시간과 에너지, 심지어 돈까지 낭비하는 바보짓을 하지 말자고 얘기하고

내가 이 말 왜 하는지 알지? 하고 어깨를 다독다독 해 줬어요. 약속 지켜 줄 거라고 믿는다고.

 

 

그런데, 어제 수업은.

또다시 답지를 베꼈더군요.

그냥, 보면 알아요. 베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답을 바꾸어 쓴 것까지도 보입니다.

 

 

화도 나고... 해서, 수업 마치면서 물었습니다.

이제는 너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좀 날지도 모르지만 직접 묻겠다고.

숙제 네 힘으로 한 거 맞느냐고.

그랬는데,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맞다고 하더군요.

 

 

 

제가, 수업을 오래 해서 안다고, 학생의 언어가 아닌 말로 답안이 작성되어 있다고 했는데도

아니에요, 제가 생각해서 쓴 거에요. 라고 해요.

저, 다정하지만 카리스마 있는-_-, 어떤 드센 학생도 결국은 꽉 잡고 다루는 선생이거든요.

다시 한 번 눈 똑바로 보고 물었습니다. 정직하게 말할 기회가 한 번 더 있다고요.

그랬는데도 끝내 자기가 한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눈에 독을 품고 저를 쳐다봐요.

이 애한테서 그런 눈은 처음 봤네요.

 

 

...이 애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없는 거에요.

양심에 걸리는 게 없으므로, 미안한 게 아니라 나를 다그치는 저 사람이 미운 거죠.

자기가 거짓말한 건 알고 있겠지만...

그 심리는 마치, 자기 거짓말을 스스로 믿는 사람과 같아 보였어요.

 

 

저는 그 애에게 '진실을 말해 달라. 나는 너를 믿겠다'고 했기 때문에, 일단은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하면 믿는다. 오해라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기분 상해 하지 말라고 하니, '계속 의심했다면 기분 나쁘지만 믿어 주니 아무렇지도 않다'고

어깨를 으쓱 하더군요.

 

 

누가 누구에게 사과를 하고 있는지... -_-

일단은 제가 생각한 매뉴얼대로 행동은 했으나, 미안하다는 말은 안 했다면 더 좋았던 게 아닐지,

그 점이 계속 머리에 남습니다.

알겠다 하고 넘어가되 '나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쪽으로 분위기는 싸늘하게 밀고 나갔어야 했던 게 아니었을지.

 

 

긴 얘기였습니다만.

 

 

이 나이 또래의 많은 아이들이 단순하고, 순진하고 착합니다.

공부를 좋아하진 않아도 당장 눈 앞에서 누가 무슨 설명을 하면

들어 보려는 척이라도 해요. 그 때까지 몸에 밴 습관이 있기 때문에 저절로 귀를 쫑긋 하긴 합니다.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그런데 이 아이는 수업을 듣지도 않고...

마음을 어디에 빼앗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주로 카톡, 싸이를 많이 하는 것 같긴 한데요.

무엇보다 제가 느끼는 건, 주변의 오냐오냐 하는 분위기와, 지나친 사교육으로 인해

이 아이는 여러 어른이 자기 하나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 너무 익숙해요.

익숙한 만큼, 지겨워합니다. 그러니 눈 앞에 무엇을 들이대도 열심히 하질 않아요.

결핍의 결핍... 이 아이에게서 그걸 봅니다.

얘는 뭔가가 절실해 본 적이 없어요. 그게 근본적으로 얘를 망치고 있는 것 같다는 것,

어린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권태로움이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아이의 언니도 무엇도 아니고 사교육 선생일 뿐인 저로서는

눈에 뻔히 보이되 개입의 권리가 없으니, 제겐 너무나 다루기 힘든 학생일 뿐이라는 것, 이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제게 전권이 주어진다면야 어떻게든 해 보겠지만, 해 볼 자신도 있지만,

아이가 소리를 빽빽 질러도 '그래, 엄마가 몰라서 그랬지...' 하는 달콤한(어쩌면 많이 참고 계실지도 모를) 엄마가

아이를 철통같이 감싸고 '성적을 올려 주세요'만 제게 미션으로 주셨으므로,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다뤄 왔기 때문에, 처음 보자마자는 아니어도...

겪다 보면 아이의 바닥까지도 잘 보여요. 됨됨이와, 그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 아이는 어떤 심리에 의해 어떻게 움직인다... 그런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싶은 것은...

82분들 같으면 어디까지 아이에 대해 알고 싶으시냐는 겁니다.

 

물론 저런 깊은 얘기를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심리 상담가로 아이를 만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일단...

답안지를 베낀다는 것은 말씀드려야 하겠지요?

 

 

학원이건 과외건, 어디다 애들을 맡기시건 그건 1차 시작일 뿐이고

진짜 공부는 그 다음에, 수업 듣고 와서 그 다음에,

아이가 책상에 앉아서 배운 내용을 보느냐 안 보느냐, 숙제를 스스로 낑낑대고 하느냐 안 하느냐,

여기 달려 있습니다. 이걸 안 하면, 천만 원짜리 과외도 하나 마나에요.

 

 

답안지를 베끼는 한... 수업 태도도 나쁜데 거기에 보태서 이 아이는 절대로 제게서 뭔가를 배워 나가지 못할 거에요.

듣고 그냥 흘려 버리는 거죠.

그리고 저는 이 아이와 1주일에 달랑 두 번 만나기 때문에, 숙제를 하고 안 하고는 전적으로 집의 문제입니다.

집에서 돌봐 줄 문제, 혹은 집에서 싸워서라도 시켜야 할 문제예요.

그런데 얘는 집에 공부를 시킬 어른이 없고...

이대로 두면, 자기가 마음을 고쳐 먹지 않는 한, 계속 베낄 겁니다.

아니면 읽어 보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막 써 오겠죠.(이렇게 해온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숙제를 그렇게 한다는 건 어머니께 말씀을 드려야 하는 거고...

저는, 숙제를 스스로 하도록 돌봐 주시거나

(그런데 아이랑 계속 싸우게 된다고 어머니가, 숙제 시키는 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신 적이 있습니다.)

숙제나 기타 생활을 돌봐 주는 시터를 붙이시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데

솔직히 후자는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얘는 이미 너무 많은 어른에 둘러싸여 있어요.

 

 

아무튼... 82 분들께는 우선 그 점을 여쭙고 싶었어요.

'말씀드리는 게 맞는 거죠?' 하는 것을요.

일단은 그 아이 모르게 시간을 내 달라고 말씀은 드려 둔 상태이고(문자)

얘기하다가 제 수업을 종료하는 걸로 결론이 나면,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즉, 제게는 수입이 하나 없어지는 거 염두에 두고 면담을 하려는 거죠.

 

 

그리고... 그 외의 어떤 걸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보기에는 그 모든 사교육이 다 쓸데없어 보이거든요. 지금, 이 아이한테는.

다 때려치우고 (사실 가능하다면 학교도 휴학하고)

하루종일 이 아이의 얘기를 들어 주고 놀아 주고

가능하다면 멀리 데리고 가서 자연 속에 던져 놓아 주고 실컷 뛰고 몸으로 놀아 주는

그런 울타리같은 사람이 필요해 보여요. 그런 치료같은 과정이 필요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고...

얘는 지금 공부가 문제가 아닌 거죠...

만나면 만날수록... 외모와 달리 참 정이 안 가게 꼬인 성격의 아이라는 점이 보여서 참, 그랬는데,

어찌 생각해 보면 어린 것이 필요한 사랑을 못 받고 다른 방식의 사랑만 너무 과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 교정하면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될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 말씀 못 드리겠고...

 

 

그냥 달랑 답안지 베낀다는 것만 말씀을 드릴까요?

베껴 놓고 안 그랬다고 말했다는 것까지는 말씀 드리는 게 맞는 건가요?(거짓말했다는 부분)

수업을 들으려 하지 않고, 일부러 졸거나, 자꾸 다른 쪽으로 얘기를 끌고 가려는 것은요?

 

 

이런 얘기들도 아셔야 하지 않나 생각도 들지만...

한편, 자기 자식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인데 들으면 들을수록 어머니 기분만 나빠지는 게 아닌가,

전혀 고칠 생각이 없으신 분이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됩니다.

(성품은 좋아 보이지만 이 아이가 이렇게 된 데에는 이 어머니의 영향도 있을 테니까요.

과한 사교육이나, 지금 이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미래 설계와 그에 대한 추진... 등을 보면

제 얘기에 과연 귀를 기울이실 분일지 모르겠어요.)

 

 

제게 주어지지 않은 영역에 대한 깊고 과도한 이야기로 월권을 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러나 공부에 관해서만으로, 영역을 축소해서 보아도,

도대체 어디까지 얘기를 해야 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본인 일이라면 어디까지 알고 싶으신지요.

자기 자식에 대한 안 좋은 얘기를 주욱 털어놓는 과외 강사에게

감정적인, 그리고 방향이 틀린 원망을 품지 않고 귀를 열어 두실 수 있으신지요?

 

 

쓰다 보니 하소연이 되었습니다만,

답이... 필요합니다.

 

 

제가... 꾸미고 돌려 말하는 걸 잘 못해서, 혹시라도 실수하지 않도록 메모를 해서 어머니를 만날 생각이에요.

딱 선을 긋고, 거기까지만 말을 하려고요.

IP : 112.152.xxx.146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2.1.28 12:20 AM (110.14.xxx.69)

    이 전체를 복사해서 그 어머니께 보여드릴 수는 없을까요?
    아까 반절정도 읽고, 다시 올라와 읽습니다.

    결핍의 결핍.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권태로움.
    풍요속의 빈곤으로, 한편으론 불쌍한 아이네요.

    아직 절실함이 없는 아이. 그거 만들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그 절실함이 없다는 게,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행복하다는 것도 모르는거죠.
    근데 그거 쉽지 않을 거예요.

    답지 베끼는 거. 어머님께 말하면 그 아이 자존심에 원글님을 거부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은 해보세요.'

  • 2. 당연히
    '12.1.28 12:20 AM (14.52.xxx.59)

    하셔야 합니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선생님을 믿고 맡기는 부모는 그걸 알 권리가 있고
    님은 열심히 가르쳐도 애가 저러니 나중에 성적이 안 나올때 아이탓을 할수가 있는겁니다

    참 아이가 영악하고 피곤한 스타일이네요
    엄마가 너무 힘들겠어요,초코렛 먹고 잠만 잔다는 엄마의 속마음을 아이가 알수 있으려나요 ㅠ

  • 3. ㅇㅇ
    '12.1.28 12:26 AM (110.14.xxx.69)

    근데 원글님. 글 너무 잘 쓰시네요.
    굉장히 섬세하고 사람 심리도 깊이있게 파악하시구요.
    어떤 과목 가르치세요? 좋은 분 같아요.

  • 4. ...
    '12.1.28 12:32 AM (121.130.xxx.78)

    말씀하세요.
    저도 고등 올라가는 딸 있어요.
    저라면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강압적이지 않고
    상담도 다니고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말씀 하셔서 문제될 건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아이 상담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엄마도 학습에 대한 욕심은 좀 더 내려놓으시겠지요.

    제가 그 아이 엄마라면
    숙제보다는 수업중에 아이가 문제를 풀게끔 해주십사 부탁 드릴 것 같아요.
    숙제가 없으니 진도는 당연히 느리겠지만요.
    시간을 늘려서라도 직접 푸는 걸 지켜봐주십사 하겠네요.

  • 5. 아이의 어머니
    '12.1.28 12:35 AM (175.193.xxx.148)

    성향도 파악하시고 말씀드려야..
    가끔 무조건 자기 자식 좋은얘기, 추켜세우는 이야기만 듣고싶어하고
    안좋은점에 대한 얘기들으면 분노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보통은 그 분노의 방향은 그 이야기를 하는쪽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구요

    글을 읽어보니 아이가 어쩌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만한 상태인것도 같은데..
    과외선생님으로서 안좋은소리 듣거나 심하면 해고가 될지라도
    아이를 위해 말씀드리겠다는 생각이 있으시면
    아이 어머니께 원글님이 아이에게서 느끼신 문제점을
    감정배제하고 최대한 드라이하고 간략하게 말씀드리는게 좋을것 같아요-

  • 6. 이런 과외선생님
    '12.1.28 12:36 AM (210.222.xxx.204)

    만나는게 얼마나 복일까요?
    학생에 대해서 대단한 애정과 관심이 아니면 그런 행동과 습관 습성들.. 보기 어렵습니다.

    어머님에게 그런 좋은 기회를 버리게하지 마세요.

    그만둘 수도 있다.. 는 마음을 가지시고, 이 모든 이야기를 어머님과 나누시는게 어떨까 합니다.

  • 7. ..
    '12.1.28 12:41 AM (114.205.xxx.63)

    아이구, 제아이 좀 맡아주셨음 합니다.

    원글님 참 좋은 분이시네요.

    공부도 잘 이끌어주실것같아요.

    어머니께는 일단은 답지 베끼는 이야기부터 하시다가

    나머지는 어머니 반응 봐가면서 하시던지 하세요.

    같은 나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저 같으면

    저런 적나라하면서 세심한, 객관적인 이야기

    꼭 듣고 싶지만 그어머니는 다를수도 있으니까요.

    제아이나 또래 친구들 보면

    저런 아이 참 드문 경우네요.

    그냥 새침하거나 못된 것도 아니고..

    원글님의 처방이 적절하다고 여겨지긴 하는데..

  • 8. 부자패밀리
    '12.1.28 12:41 AM (1.177.xxx.178)

    아이 상황.아이 심리는 다 이해되구요 그런아이들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는 이런유형의 여학생들을 많이 접해봤기때문에 원글님처럼 가슴이 저며오는 아픔은 현재는 가지지 않아요.
    이말을 왜 하느냐 하면 그렇게 양심과 현실에 갈등하지 마시라고 조언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저도 많이 아파했고.내 아이다 생각하고 가슴이 찢어졌고.어떻게 하면 이런아이를 내가 보듬어서 잘 다듬어줄까 골머리도 아파봤지만 그것은 오롯이 내 기분일뿐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다른 선생님이 생기면 또 거기에 적응을 해버립니다.
    그리고 또 원글님 같은 과외쌤을 씹으면서 자신을 보호하겠죠.

    자..이제 원글님만을 위한 조언을 드려볼께요.
    대부분의 엄마들은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분중에서도 대부분은 따가운말들을 반겨하지 않아요.
    이건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수 있어요.
    받아들이면서도 거부하는 행동들이 나옵니다.
    원글님이 그런걸 물어보셨으므로 그렇게 답해드립니다.
    현실적으로 내 마음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기는 실제로 어렵습니다.
    참고는 하시겠지만 말이죠.

    현실적인 조언은 선생님이 아이를 바꾸지 못해요.
    바꾸는 경우는 완전히 그 아이와 선생님 두사람의 암묵적 동의를 끌어내야 해요.
    그러니깐 아이가 선생님에게 완전히 기대야 하는거죠.
    그리고 부모도 어떻게든 선생님이 바꿔놓을거라는 믿음도 있어야 하겠구요.
    그러나 행간을 읽음서 드는생각은 그런부분이 느껴지지 않아요.
    선생님을 따라하는 행위로 판단해서 이 아이가 나를 따른다라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기떄문이죠.

    그러니 그걸 무시하고 아이공부에 관한 부분만 생각을 해보고 어떻게 끌고나갈수 있을까 고민해보세요
    고민의 결과 안되겠다 싶으면 부모와 상의를 해야된다고 봅니다.

    원글님은 그 아이를 바로보셨고 해결책도 압니다. 적으신대로 그방법을 해야되죠.
    그러나 그 방법은 그 부모가 하는것이지 원글님이 해줄수가 없는일들이죠.
    그렇담 어떻게 접근해서 엄마에게 그부분을 이야기 하겠나요?
    까딱잘못하다가는 오지라퍼까지도 보일수가 있다는거죠.
    결국 그 해법은 아이가 과외을 그만두고 부모의 관심을 더 크게 받아내고 사랑을 받아야 하는건데 ..원글님은 그렇게 된다고 해도 과외자리 잃는거죠.

    베끼는 부분만 딱이야기를 하고 성적올릴수 있는 부분만 접근해보세요.
    과외선생님도 직업군입니다 ..버려야 하는마음 내려놓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현재의 상황을 객관화 시켜야 할 부분이 느껴지네요.
    아무튼 좋은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9. 저도
    '12.1.28 12:44 AM (203.226.xxx.79)

    원글님 글솜씨에 일단 반하고...^^
    일단은 알려주는것이 맞다고 봐요
    원글님이 수업을 안할각오를 하고
    계시고
    말씀드려 아이에 대한 해결책은 엄마가 결정하겠죠.
    그리고 원글님도 어느 정도의 조언을 드려야 할지는 이미 아시는것같아요

  • 10. ..
    '12.1.28 12:44 AM (115.41.xxx.10)

    와... 제 아이를 맡기고 싶을 정도로 글도 잘 쓰시고 샹각의 깊이가 대단하시네요.
    감탄하며 읽었어요. 실례지만 어느 동네세요?

    그리고 이런 문제는 학부모에게 있는 그대로를 말씀드리는게 좋을거 같아요.
    당장에 공부보다 풍요 속의 빈곤이 보이는 학생의 장신상태가 문제라 그야말로 돈 낭비 시간낭비잖아요.

    어머니와 진실되게 대화를 나눠보세요. 저라면 고마워할거 같아요.

  • 11. 딸..
    '12.1.28 12:49 AM (122.34.xxx.39)

    글 참 잘쓰시네요. 그리고..아이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파악하고 계신거 같아요.

    위에 어느분처럼 이글을 복사해 드리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저도 중2되는 딸아이를 키우고 있거든요. 저희 또래 엄마들 생각보다 완전 꽉 막혀있지 않거든요. 님의 이런 진심이라면 얼마든지 통할수 있을거라 생각되거든요.

    아이는 지금 차라리 외국 유학가서 조금 릴렉스 하면서 편하게 자아를 찾는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런 쳇바퀴 속에서 무슨 능률이 있고, 무슨 생각이 있겠어요.

    중딩딸 키우는 엄마로서..공감도 되고 맘이 참 아프네요.

    그래도 님처럼 좋은 선생님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가까운데 계시면 울애 가르쳐주시면 좋을것 같아요^^

  • 12. 엄마로서
    '12.1.28 12:53 AM (125.182.xxx.131)

    제목을 보고 그냥 지나치려다 우연히 들어와서 긴 글을 읽어봤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생 아이를 두고 있는 엄마이구요.
    82에 들어와서 이때껏 눈팅만 하다 처음 댓글 달아봅니다.

    먼저, 참 좋은 선생님이시네요.
    오랫동안 그 일을 하셔서인지 아이에 대한 것뿐 아니라
    아이를 둘러싼 환경, 어른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넘치지 않고 신중하려는 모습 또한 보기 좋으세요.

    궁금해하시는 부분에 대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그 아이의 엄마라면 지금 가지고 계신 생각 전부 다
    알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아이 엄마가 그 아이에게 쏟는 사랑이 비록 잘못된 방향이라 하더라도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아마 스스로의 삶도 추켜나가야 하고 아이도 잘 길러야 하는
    싱글맘의 조바심이나 초조함에서 비롯되는 과잉이 아닐까 하는데요.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무조건 좋은 것만 먹인다고 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손수 음식을 해서 먹일 시간도, 여력도
    없는 엄마라면 영양과잉으로 아이의 몸을 망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저 아이 엄마는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보여 안타깝고 답답하네요.

    아마 그것은 아이의 엄마도 느끼고 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상담은 상담대로 공부는 공부대로 생활은 생활대로 그렇게
    챙기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것이 오히려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그것을 관둘 수 없는 것은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정확하게 처방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하기는 너무나 불안한
    마음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상태라면 오히려 님이 생각하고 느끼고 계신 내용들을 차근차근
    아주 자세히 말씀드리는 편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여요.

    아무리 사교육이 학습 위주로 진행된다고는 하나
    요즘처럼 공교육이 무너져서 학교가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때에
    아이는 사춘기에 있어서 부모와의 교감조차 잘 되지 않는다면
    사교육을 진행하는 선생님이라도 아이를 챙겨주면 부모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 되겠죠.

    글쎄... 저라면 그렇다는 말씀인데
    또 모르죠. 아이 엄마가 어떨지는...
    그래서 아마 과외가 끊어질 생각까지 하고 계신 모양인데
    기왕 그렇게 맘을 잡수셨다면 아이를 위해서라도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듣는 아이 엄마 마음이 아플 수는 있겠지만
    모두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봅니다.

  • 13. 비슷한경험
    '12.1.28 12:59 AM (118.38.xxx.44)

    과외선생을 꽤 오래 했던지라, 비슷한 경우가 몇몇 있었어요.
    애들의 상태가 동일하지는 않지만요.

    제 경우 아이의 과외가 끊긴다는건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었던지라
    부모에게 말을 했는데요.
    부모가 제대로 받아 들인 경우는 없었어요.

    부모님들의 반응이 제각각이긴 하지만,
    선생님에게 분노를 나타내는 경우는 아주 드물어요.
    대체로 인정들은 합니다. 그러나, 그 인정이 객관적인 인정이 아니라
    주관적 인정이라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한다는거죠.
    님이 아무리 10정도의 문제점을 이야기해도 부모는 1정도로 생각들을 해요.

    님이 말을 한다고해서 별로 달라지는건 없을겁니다.
    그건 각오하셔야 할거에요.

    별로 달라지는건 없어도 말을 하는게 원글님의 최선이고
    과외선생으로써의 양심이자 자존심이라 생각한다면 하시고요.

  • 14. ;;
    '12.1.28 1:14 AM (114.202.xxx.37)

    글 중에서, 전권이 주어진다면 상황을 바꿔볼 자신이 있다는 부분이 눈에 띄네요.
    저는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하고 글처럼 유려하게 말씀드리지 못하더라도 어머님이 알아주리라고 생각해요.
    근데 과연 원글님이 상황을 바꿀 자신이 있으신 건지 자신이 없어 손을 놓아버리고 싶으신 건지 잘 생각해보시고 그에 맞는 태도를 취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해요.
    제가 보기에는 관찰까지는 섬세히 하셨지만 전권이 주어진다해도 적절한 대응을 하실 수 있으실지 당황해하시는 거 같기도 한데요.

    전권이 주어져서 바꾸실 자신이 있다면
    이 모든 상황을 이야기 하시고
    아니라면 그냥 '답안지 베끼는 것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는 지경이니 그만두겠습니다' 하는 정도가 나아보여요.

  • 15. ..
    '12.1.28 1:52 AM (175.117.xxx.119)

    어머니에게 말하되, 대안을 몇 가지 가지고 해보시는 게.
    한 가지 대안은 과목이 영수아니라면, 아예 숙제없이 해보겠다고.

  • 16. ..
    '12.1.28 8:38 AM (175.112.xxx.155)

    위에 114님 의견 중. '답안지 베끼는 것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는 지경이니 그만두겠습니다' 하는

    이거 좋아보여요.
    아이는 자기를 제어할 사람이 아무도 없고, 따라야할 강제적인 것도 없으니 제멋대로 하는 거죠.

    일단 엄마에게 아이상태를 정리해서(이글내용) 이야기 해보시고 위에 말씀대로 해보시면 자기 아이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을 것이고 추후에 혹시 다시 원글님(과외)을 필요로 하면 그때 다시 오겠다고 해보세요.
    처음에는 뜨악하겠지만 나중엔 원글님을 다시 찾을 것 같구요. 아이도 믿을만한 사람을 알게 될거라 봅니다.
    지금 그 모녀는 둘다 너무 힘든 상태라 한박자 쉬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꼭 나중에 다시 필요하다 생각되면 다시 오겠다고 하시고 지금은 거리를 둬 보세요.

    내가 나서서 뭘 해볼수 있는 상태도 아니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들이 느끼고 도움을 청할 때 도와주시는게 원글님도 힘들지 않고 그 아이나 그 엄마도 달라지겠지요.
    사람을 기다리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더 나아지려는 의지를 갖게 만드는거죠.

    연락이 안와도 그 모녀는 나름 해결책을 찾고 살아갈것입니다.

    글을 너무 잘쓰셔서...
    우리 고딩되는 아들녀석 샘하시면 넘 좋을 것 같아요.(사심.히힛^^)

  • 17. 최소한의 해결
    '12.1.28 9:18 AM (211.111.xxx.89)

    아이 문제엔 모든 엄마들이 참 민감해서~~아이 엄마가 어떻게 반응하실지..ㅠㅠ
    제 친구도 소위 전문가엄마인데..아이가 문제 있다고 검사한번 받아보라는데 자존심 상해하고 절대로 문제 있다 생각하지 않더라구요..
    저한테 상의해서..그래도 그런 말 듣는 거 찝찝하지 않느냐..검사해 보고 아니면 당당하게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해도..절대로 아이는 문제가 없다고..아이와 잠깐만 같이 있어봐도 야스퍼스증후군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통에 문제가 있는 아이거든요..
    제 생각엔 엄마가 아이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면 초등학교때, 중학교 1학년때 진작에 아이를 바로잡았을꺼란 생각이 들어요.
    제 친구처럼 아이의 문제를 알고 있어도 내 아이만은 아닐꺼라는 엄마의 잘못된 믿음으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가 숙제를 베꼈다는 증거?가 명확하게 내 손에 있지 않은 이상..그 엄마한테 아이가 답안지를 베꼈다고 말한다면 절대 믿지 않을 것 같아요.
    평상시엔 이렇게 하는데 숙제는 너무 잘했다..하면..그럴 수도 있지,, 갑자기 실력이 확! 늘 수도 있는 거 아냐? 이렇게 대응할지도 몰라요.

    아이는 총제적 난국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여지네요. 제가 볼때는 원글님이 하실 수 있는 것은 가장 최소한 것. 아이가 한 문제를 답안지 없이 풀 수 있는, 적어도 고민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시는 것. 그렇다면 숙제를 내주지 마시고 수업 시간 중에 원글님 눈 앞에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밖에 없어 보여요.

    아이가 진도가 나가지 않으면 아이 엄마가 원글님에게 물어보실 수도 있겠죠. 그때 아이 엄마에게 원글님 입장을 말씀드리고 아이 엄마가 수긍하지 않으시면 그만두셔야겠죠.

    원글님 참 훌륭하세요. 마음이 훈훈합니다.^^

  • 18. ;;
    '12.1.28 11:37 AM (121.161.xxx.176)

    학부모에게 얘기한다고 학생이 답지 베끼는 현재 상황이 개선될까요?
    혹은 답지는 안베껴도 공부를 성의있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고쳐먹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원글님이 엄마에게 얘기해주는 것은 가장 쉬운 해결방법이죠.
    그 다음은....
    결국 비슷해질겁니다.

    저는 아이와 정면승부를 하시라고 하고 싶어요.
    한번더 걸렸을때요.
    너는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과외선생님은 베낀 답지를 감으로 경험으로 안다.
    (심지어 학부모인 저도 베낀 답지를 구별할 수있습니다. 제 경우 과외 선생 경험이 겨우 2,3년있긴 하지만요,)

    일단 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방법으로는
    숙제를 안내는 방식으로 수업 방식을 당분간만 새롭게 짜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엄마에게는 이를 이해시키셔야겠죠, 숙제를 건성으로 한다..숙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수업 시간에 하는 걸로 집중하려 한다. 문제 풀이 대신 다른 방식의 숙제로 대체하려 한다 등...)

    정말 그 아이를 생각하신다면
    그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안그러면
    그 아이가 과외 선생을 씹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아이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마시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헤쳐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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