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풀기전에 배경을 말씀드리면 저희 시댁은 넉넉하지는 않으시지만 자식들에게 손벌리지 않으시는 정도로 사세요. 저는 그걸로도 감사해요. 저희 친정은 엄마 혼자 계시고 돈은 좀 많은 편이세요. 그래서 자식들에게 많이 베푸시구요.
저희 어머님은 워낙 종교활동에 심취하셔서 자식들 뭐 해주고 그런거 없습니다. 다만 가끔 챙겨주셔도 오직 당신 아들만... 손주도 아주 가끔... 전 여태 결혼 후 과자 한봉다리 얻어먹은게 없네요. 예를 들어 시댁에 가면 주로 음식 사먹어요. 제가 음식 싸가서 해드리는 것도 질색하세요. 워낙 부엌에서 뭔가 쿵닥거리는거 싫어하세요. 사먹을때도 당신 아들 좋아하는거...그리고 가서도 열심히 아들쪽으로 모든 음식 다 갖다 놓고 손대기 민망하게 먹을라치면 " 울 아들 이거 먹어라" 하는 통에 젓가락을 도로 거둬들인게 한두번이 아니에요. 그리고는 다 먹고 당신 아들 배불르면 그때서야 "너도 먹어라" 하십니다.
저희 엄만 사위 엄청 챙깁니다. 매년 한약에 홍삼에 대주시고 양복해주시고 여행가실때마다 사위 옷 사오시고 음식하실때도 꼭 사위 좋아하는거 위주로 하시고 저는 파김치 먹지도 않는데 김치 담을때마다 해주시고 합니다. 그런데도 파김치 이제 물린다, 냄새가 난다 하면서 손도 안데서 몇번을 버렸어요. 그러더니 이번 겨울에 엄마가 코트를 사주신다고 하셨는데 미국에서 동생이 나오는 바람에 정신이 없으셔서 아무말 없기도 했고 그냥 매번 엄마 큰 돈 쓰는거 죄송해서 제가 사줬어요. 그랬더니 " 어머님이 코트 사주신다더니...작년에 당신은 사주셨으면서..." 하는거에요.
이번 설에 왠일로 어머님이 고기를 사셔 주셨어요. 그런데 그 고기가 완전 쇠심줄이에요. 아무리 열심히 씹어도 그대로고 그냥 삼키자니 목도 넘 아파요. 하두 씹었더니 입천장이 다 허는 거에요. 애들도 넘 씹기 힘들다고 하는데도 혼자 그걸 다 먹드라구요. 좀 질기긴 해도 먹을만 하다네요.
그러더니 저녁에 제가 이번설에 엄마가 홍삼절편을 주셨거든요. 그래서 그거 먹을래 했더니 " 그거 넘 질겨" 그러는거에요. 그래서 홍삼이 아무리 질기기로 그 고기만할까 하면서 어머님 주시는거는 아깝고 안쓰러워서 국물 하나 못버리게 하면서 울엄마가 주는 건 왜이리 쉽게 생각하고 난 먹지도 않는걸 당신 안먹으면 다 버리지 않냐고 했더니 왜 그런 비교를 하냐네요.
참고로 지금 저희 사는 집도 엄마가 삼분의 이 이상을 보태신거구 지금 저희 차도 엄마가 사준겁니다. 그렇다고 저희 남편이 사짜 직업도 아니고 대기업직원 보다도 훨씬 못버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에요. 그냥 저희 힘들게 사는거 안쓰러워서 보태주시는건데 자기 엄마 조금만 아플때는 돈도 척척 내놓으면서 저희 엄마한테는 전화 한통도 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