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편에게 아이들 맡기고 머리하러 갔어요.
퇴근전엔 집에 들어오니 마니 싸우기도 했는데 결국 들어와서 애들 끌어안고 있어주더라구요.
애낳고 미용실 참 오랜만이데요...
어디 갈까하다가.
동네 미용실 5~6군데 있는데.
그냥 무심히 매일 지나쳤는데
굉장히 푸근해 보이는 아주머님 계시는 미용실이 보이더라구요.
40후반??
미용사가 아니라 왠지 따끈한 빵을 구워 파실거 같은 분요. 넉넉한 웃음도 있으시고
목소리도 예쁘시대요.
앉아서 머리는 자르는데..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남편 이야기도 나오고...
미용사분이 제 기분 풀어주시려고 이런저런 이야기 해주시는데..
제 남편 직업도 모르실테지만
역시나 외도 이야기니
의사 이야기가 엄청 나오더군요.
아파트 앞 뒤동에 2년이나 딴 살림 차리고 살았는데도 몰랐다가 뒤늦게 발견하고
둘 사이를 묵인하는 대신 병원 이사장 자리 꿰차신 사모님이나..
이분들은 명함에 이름이 같이 나온대요.
무슨무슨 병원 원장 누구
밑에 이사장 누구... 이런식으로.
단골이었는데 아이들 3명 놔두고 홀연히 증발해버린 아줌마 이야기.
남편이 찾아다녔는데 못 찼았대요. 바람나서 가버리신거 같다고....
머 이런저런 이야기 듣다가.
문득 그분께서.
자신은 이 나이 되도록 아이가 없으시대요...
그리고 아직 젊지 않느냐고..
그말듣고...
생각해보니.
젊더라구요. 아직은...
남편도 나도.
거기다 이쁜 아이들도 있고.
왠지 싸움을 하더라도...
젊고 패기있게
밥먹고 씩씩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들대요.
(전 역시나 씩씩한 타입인가 봅니다.)
차 한잔 마시면서 마음 추스르고 가라는 그분 말씀에
젖먹이 아기 있는 엄마라 가야된다고 하고
나섰어요
집에와서 보니 남편이 아기띠 매고 젖먹이 안고
이유식 미음을 밀크팬에다 만들어서 그릇에 덜어주고 있더군요.
첫애는 옆에 졸졸 따라다니고 있고.
남편더러 밥먹자고. 아구찜 먹자고 해서
어색하게 같이 먹고.
배도 깍아 먹고.
해를 품은 달...같이 보고.
그러고 각자의 방으로 안녕하고 들어와서.
애들 재우고.
문자 보냈어요.
우리 젊으니까 씩씩하게 살자고.
당신도 소중한 인생이니까 내눈치만 보지말고 즐기며 살고
마음에 담아둘 만한거 한 같은거 만들지 말라고.
그런거 쌓아두면 암걸리고 인상 드러워진다고요.
둘이 어찌되든, 어머님 오시면 뭐 어찌 되든 하겠지만.
그때 까지는 씩씩하게 밥 잘먹고 맛난거 먹고 사렵니다.
오늘 밥 2공기 먹으니 살거 같대요..
친정 엄마가 명절날 싸주신 배도 참 맛있고.
세상엔 좋은게 많더라구요.
미용실 아주머님께는 코스트코 가서 달달한 쿠키한상자 선물해 드려야겠어요.
여하튼, 정신 차렸으니 걱정 많이 안하셔도 되요.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쿠키 한상자씩 쏘고 싶지만
저는 경제권 없는 가난한 부인인지라 ㅠㅠ
다시한번,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