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들이랑 페이스메이커 봤어요

엄마 조회수 : 1,374
작성일 : 2012-01-25 01:34:19

3일을 시장보고, 부침개 부치고 그리고 큰집에 가서 차례 지내고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 찾아뵙고 했더니

온 몸이 녹신녹신....(저, 뚜벅이라서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하는 이런 일이 힘에 부치네요.)

아침 열시에 겨우 일어나니 부침개 외에는 먹을 게 없어서 다시 사다놓은 해산물 다듬어 해물덮밥 해서 먹고

빨래 두 탕 돌리고 고구마 맛탕 만들어 먹었더니 와~ 시간 잘 가네요. 다시 저녁시간....

저녁은 나물 세가지 해서 비벼먹었는데 맛나서 과식했더니 식곤증으로 눈이 사르르 감기는데...

큰아이가 아홉시 오십 분 영화 예매해 놨다고 가자는군요.

제가 김명민 씨 팬이거든요.

애들 셋 앞세우고 영화관 갔더니 관객이 7명이네요.

영화... 좋았어요. 7명만 보기에는 아까움.

줄거리는 좀 빤하지만 어눌해 보이는 김명민씨 매력있고

어찌 보면 초라할 수 있는 일상들을 따뜻하게 비추고

스포츠 영화임에도 훈련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그리고 결말도 해피엔딩....

그리고 고아라 양... 참 예쁘네요.

결말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큰아이 논평에

"이런 게 영화의 환타지 아니냐? 특권이야 이건."

막 옹호했네요.

이 영화에 이렇게 점수를 준 건

사실은

사춘기 맞아 자신을 찾는 작업을 지나치게 과도하게 하면서

어마어마하게 엄마한테 불손해진 막내가

못 이긴 척 따라 와서는

많이 좋아하는 것이 고마와서....

엄마 따라 영화관에 온 것도 감사한데... 약간 감동도 한 것 같더군요...

약발 길게 가진 않았지만 얼마 전 완득이를 보고도 저에게 약간 부드러졌었어요.

저는 그걸 깜빡 잊고 있었는데 큰아이가 기억하고는 이 영화를 골라 예매해 놓았던 거였죠.

날씨도 저희를 도와 주었어요.

영화관을 나서니 온 세상이 눈으로 덮혀 있는 거 아니겠어요.

낼 출근할 사람들 고충... 살짝 잊고

진심으로 감탄하고

애들이랑 뚝방길을 20여분 걸어 집에 왔어요.

함께 셀카도 찍었네요.

지난 해는 막내 때문에 정말 정말 힘든 한해였는데...

이젠 좀 여유가 생기네요.

그래도 구비구비 고빗길이 남아 있겠죠?

특별히 사춘기 자녀을 둔 어머님들......

힘내세요. 화이팅(저에게 하는 소리랍니다)!

IP : 220.120.xxx.2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1.25 1:41 AM (50.77.xxx.33)

    재밌고 따뜻한 글이네요
    자식들 잘키우신거 축하드립니다
    그게 진짜 뿌듯한 일이죠 엄마에게 다정한 자식들.. ㅎㅎ

  • 2. kk
    '12.1.25 2:46 AM (106.103.xxx.76)

    어제 이영화 잘봤다고 글 썼었는데요 흠을 잡으려면 잡을수 있지만 그거 안하려구요 정성들여 잘만들어지고 캐릭터들 다 살아있는 좋은영화고 그들의 일상에 잠시 초대되었던 마음까지 드는 흠잡고싶지 않은 영화라서요

  • 3. 난나야
    '12.1.25 3:45 AM (175.127.xxx.169)

    영화 좋죠~ 저도 온식구들 다같이 보러 갔었답니다. 아드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더 흐뭇하네요.
    참고로 황영조선수도 페이스메이커로 출전했다가 동메달을 따고
    그 다음해에 올림픽 나가 금메달을 딴거라고 하더군요.
    아드님께 알려주시면 훨씬 감흥이 남다를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이봉주선수 또한 페이스메이커 출신이었구요. ㅋㅋ
    제가 선택한 영화라 혹시나 같이 모시고 간 어르신들이 싫어하실까봐 걱정 많이 했는데
    시누와 시누남편, 어머님께서 눈물 훔치시는 거 보고 정말 뿌듯했답니다.
    저와 딸은 펑펑 울었거요. ㅎㅎㅎ
    아무쪼록 원글님, 늘 행복하세요! 화이팅입니다!!!!!

  • 4. ㄹㅇ
    '12.1.25 12:34 PM (59.31.xxx.3)

    아이들이랑 보면 참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자신의 페이스 메이커인 부모님도 생각하게 되는..
    저도 이 영화보는데 부모님 생각 많이 나더라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3190 한우소갈비 남은거 냉동해도 되나요? 3 박선영 2012/01/25 711
63189 세뱃돈 정산.. 친정 시댁 3 치사한가? 2012/01/25 2,028
63188 시아주버님 박사학위 선물은 뭘로 좋을까요 14 선물 2012/01/25 5,021
63187 남편이 어떻게 하면 살을 뺄까요? 9 찐감자 2012/01/25 1,321
63186 [4.11 총선] 전국 245개 지역구 출마 예비후보 명단 단풍별 2012/01/25 555
63185 4학년남아의 겨울방학 고민 오다리엄마 2012/01/25 611
63184 옷 살 때 프리라고 써 있는 건 싸이즈가 대체 뭘 말하는 건가요.. 16 뚱뚱녀 2012/01/25 10,424
63183 남성들 먹는 홍삼원기 액기스를요 홍삼 2012/01/25 432
63182 조금작게 했음 좋겠어요 ㅠㅠ 2 차레음식중 .. 2012/01/25 1,311
63181 설익은 자원외교 띄우다 외교부가 주가조작 도와준 꼴 3 세우실 2012/01/25 772
63180 '더치트'라느곳 말고 인터넷사기 조회하는곳 없나요? 인터넷 사기.. 2012/01/25 620
63179 엄마 상안검 수술 할 병원 추천 부탁 드려요. 4 .. 2012/01/25 2,759
63178 '려'샴푸 쓰는 분들 어떠세요? 8 ... 2012/01/25 2,688
63177 시누이 때문에 미칠 것 같아요.. 11 한숨만~ 2012/01/25 3,672
63176 좀 뻔뻔해도 되겠지요? 2 2012/01/25 786
63175 파운데이션 깔끔하게 바르는 법 4 스펀지 2012/01/25 2,398
63174 말기 간경화 환자. 신장도 안좋으시다는데... 6 도와주세요 2012/01/25 2,327
63173 명절내내 물에 손 한 번 안담그는 시누를.... 13 어쩌면.. 2012/01/25 3,068
63172 꿈에서 검은쥐 3 2012/01/25 812
63171 채소를 전혀 안먹습니다. 3 으라차차 2012/01/25 999
63170 애 클라리넷 연주 5 웃자 2012/01/25 1,040
63169 시누이 문자예요.저 기분나빠야 되는거 맞죠? 75 앨리스 2012/01/25 18,428
63168 수의대편입해보신분 계세요? 3 수의대편입 2012/01/25 12,604
63167 안경하러가야하는데~ ㅠ 강남지역으로 4 나안경 2012/01/25 606
63166 남편의 바람은... 아내 탓이 아니지 않을까요? 5 2012/01/25 1,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