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들이랑 페이스메이커 봤어요

엄마 조회수 : 1,313
작성일 : 2012-01-25 01:34:19

3일을 시장보고, 부침개 부치고 그리고 큰집에 가서 차례 지내고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 찾아뵙고 했더니

온 몸이 녹신녹신....(저, 뚜벅이라서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하는 이런 일이 힘에 부치네요.)

아침 열시에 겨우 일어나니 부침개 외에는 먹을 게 없어서 다시 사다놓은 해산물 다듬어 해물덮밥 해서 먹고

빨래 두 탕 돌리고 고구마 맛탕 만들어 먹었더니 와~ 시간 잘 가네요. 다시 저녁시간....

저녁은 나물 세가지 해서 비벼먹었는데 맛나서 과식했더니 식곤증으로 눈이 사르르 감기는데...

큰아이가 아홉시 오십 분 영화 예매해 놨다고 가자는군요.

제가 김명민 씨 팬이거든요.

애들 셋 앞세우고 영화관 갔더니 관객이 7명이네요.

영화... 좋았어요. 7명만 보기에는 아까움.

줄거리는 좀 빤하지만 어눌해 보이는 김명민씨 매력있고

어찌 보면 초라할 수 있는 일상들을 따뜻하게 비추고

스포츠 영화임에도 훈련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그리고 결말도 해피엔딩....

그리고 고아라 양... 참 예쁘네요.

결말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큰아이 논평에

"이런 게 영화의 환타지 아니냐? 특권이야 이건."

막 옹호했네요.

이 영화에 이렇게 점수를 준 건

사실은

사춘기 맞아 자신을 찾는 작업을 지나치게 과도하게 하면서

어마어마하게 엄마한테 불손해진 막내가

못 이긴 척 따라 와서는

많이 좋아하는 것이 고마와서....

엄마 따라 영화관에 온 것도 감사한데... 약간 감동도 한 것 같더군요...

약발 길게 가진 않았지만 얼마 전 완득이를 보고도 저에게 약간 부드러졌었어요.

저는 그걸 깜빡 잊고 있었는데 큰아이가 기억하고는 이 영화를 골라 예매해 놓았던 거였죠.

날씨도 저희를 도와 주었어요.

영화관을 나서니 온 세상이 눈으로 덮혀 있는 거 아니겠어요.

낼 출근할 사람들 고충... 살짝 잊고

진심으로 감탄하고

애들이랑 뚝방길을 20여분 걸어 집에 왔어요.

함께 셀카도 찍었네요.

지난 해는 막내 때문에 정말 정말 힘든 한해였는데...

이젠 좀 여유가 생기네요.

그래도 구비구비 고빗길이 남아 있겠죠?

특별히 사춘기 자녀을 둔 어머님들......

힘내세요. 화이팅(저에게 하는 소리랍니다)!

IP : 220.120.xxx.2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1.25 1:41 AM (50.77.xxx.33)

    재밌고 따뜻한 글이네요
    자식들 잘키우신거 축하드립니다
    그게 진짜 뿌듯한 일이죠 엄마에게 다정한 자식들.. ㅎㅎ

  • 2. kk
    '12.1.25 2:46 AM (106.103.xxx.76)

    어제 이영화 잘봤다고 글 썼었는데요 흠을 잡으려면 잡을수 있지만 그거 안하려구요 정성들여 잘만들어지고 캐릭터들 다 살아있는 좋은영화고 그들의 일상에 잠시 초대되었던 마음까지 드는 흠잡고싶지 않은 영화라서요

  • 3. 난나야
    '12.1.25 3:45 AM (175.127.xxx.169)

    영화 좋죠~ 저도 온식구들 다같이 보러 갔었답니다. 아드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더 흐뭇하네요.
    참고로 황영조선수도 페이스메이커로 출전했다가 동메달을 따고
    그 다음해에 올림픽 나가 금메달을 딴거라고 하더군요.
    아드님께 알려주시면 훨씬 감흥이 남다를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이봉주선수 또한 페이스메이커 출신이었구요. ㅋㅋ
    제가 선택한 영화라 혹시나 같이 모시고 간 어르신들이 싫어하실까봐 걱정 많이 했는데
    시누와 시누남편, 어머님께서 눈물 훔치시는 거 보고 정말 뿌듯했답니다.
    저와 딸은 펑펑 울었거요. ㅎㅎㅎ
    아무쪼록 원글님, 늘 행복하세요! 화이팅입니다!!!!!

  • 4. ㄹㅇ
    '12.1.25 12:34 PM (59.31.xxx.3)

    아이들이랑 보면 참 좋은 영화인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자신의 페이스 메이커인 부모님도 생각하게 되는..
    저도 이 영화보는데 부모님 생각 많이 나더라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4578 포장두부의 유통기한~ 헉! 4 .. 2012/02/26 2,478
74577 전시장에서 사진 찍으시나요? 7 ... 2012/02/26 1,021
74576 50대 남자 거래처 직원에게 선물 뭘하면 좋을까요? 1 거래처선물 2012/02/26 2,100
74575 톤 다운된 오렌지색 가방 너무 튈까요? 8 가방 2012/02/26 1,794
74574 얼마 전에 롤케익 관련 글이 올라 왔었는데 못찾겠어요... 3 롤케익 2012/02/26 1,982
74573 파워업버전 아직 못보신분 어여 보셔요~ 1 PD수첩 2012/02/26 486
74572 강용석, 박원순의 '용서'에 "참을 수 없다. 총선 출.. 36 어이가..... 2012/02/26 4,519
74571 그랬구나아아아아아 (권력의 어두운 면) 2 사랑이여 2012/02/26 862
74570 신기한 뉴스가 있어서... 1 일본의 엘리.. 2012/02/26 1,128
74569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UFO 괴비행체의 정체가 밝혀졌네요 .. 10 호박덩쿨 2012/02/26 3,779
74568 영어 듣기용으로 볼 미드 추천부탁드려요. 1 영어고민 2012/02/26 1,369
74567 방과후 수업에 중국어가 있다면 시키시겠어요? 7 취직한아줌마.. 2012/02/26 1,245
74566 올케가 임신을 했는데 .. 책 추천 부탁드립니다. 10 기쁨 2012/02/26 957
74565 영어성적표 해석부탁드립니다 3 아들셋 2012/02/26 1,078
74564 위기의 주부들 시즌 4, 5 자막 있으신 분 있나요? 2 자막구해요 2012/02/26 864
74563 도시락반찬땜에 남편과 싸웠어요 50 주부 2012/02/26 16,700
74562 아이 수유 언제까지 하셨어요? 2 손님 2012/02/26 556
74561 제주도 혼자 2박3일 휙 하고 다녀오려는데 도움말씀 주세요^^ 3 혼자걷기 2012/02/26 1,626
74560 쿠진아트 믹서기 2012/02/26 455
74559 재밌는 책 뭐 있을까요? 5 초등4 2012/02/26 949
74558 혼자 여행 다니신 분 경험 17 여행 2012/02/26 3,045
74557 카톡온거 읽은거 안읽은거 상대방이 알수있나요? 10 ?? 2012/02/26 6,406
74556 유치원에서 체벌 하나요? 9 고민 2012/02/26 1,134
74555 중고 직거래 돈 적게 가져오는거 흔한가요? 7 중고거래 2012/02/26 2,117
74554 과외선생님이 졸업을 했어요. 2 모르겠어요... 2012/02/26 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