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미혼 직장인 여성입니다.
기혼이신 분들 설날 쇠느라 너무 고생 하셨어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남은 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그냥 주절거리고 싶은데, 마땅치가 않아 82쿡에 임금님 귀 당나귀 귀처럼 얘기하고 싶네요.
지금 회사는 입사한지 만2년 정도 되었네요.
저희 부서는 15명쯤 되는데
실질적으로 저랑 일하는 사람은 제 사수 1명(30대중반 미혼여성)뿐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파트의 일을 하고 있고 부서만 같을 뿐이죠.
제 사수는 소시오패스입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에 자기 좋을대로 말바꾸고... 상종할 사람이 못 됩니다.
자기 업무는 전부 다 저한테 떠넘기거나 거래처에다 맡기고 공로는 자기가 다 가져가고요.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채팅이나 쇼핑이나 사적인 전화질하는 게 업무 일과에요. (사무실에 윗분이 자리를 자주 비우시기 때문에 자기 맘대로 한답니다. 1시간씩 자리 비울 때도 있고요)
이 일 하는 담당자가 저와 사수 2명 뿐인데도 귀찮고 번거로운 일은 절대로 하지 않고요.
속도 텅비고 업무능력도 제로인데 말주변 하나는 끝내줍니다. 뭉뚱그려서 말하고 포장해서 말하는 능력은 정말 대단해요. 그래서 윗 사람이나 다른 사람한테는 목소리크고 당당하고 야무지게 보이죠.
입사하고 며칠 안지나서 생겼던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저한테 어떤 업무지시를 내리는데 A라는 방법으로 처리하라고 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나중에 알고보니 제 사수는 이쪽 분야 경력자가 아니더군요. 그냥 우연히 이쪽일에 발을 담그게 된 듯합니다)
근데 제 경험에 따르면 A라는 방법으로 처리하면 이상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기에
이러저러해서 A로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것 같습니다. 라고 공손하게 말했는데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지, 무슨 말이 많아?" 이러는거에요.
그래서 순간..."아, 저 사람은 나보다 선배인데... 당연히 저사람도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다 알겠지.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책까지 가지고 있으니 저렇게 당당히 말하는거겠지. 내가 괜히 나선 모양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지시한대로 처리했습니다.
며칠 후,
역시 제가 예상한대로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걸 보고 제 사수가 "77씨, 이게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됐어?"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번에 A라는 방법으로 처리하라고 지시해서, 제가 여차저차 말씀드렸는데
그냥 그대로 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라고 답했더니
"내가 언제?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어!" 이러면서 "내 핑계대지마!"
하는 것이었습니다.
A라고 말한 게 아니고 Aa였다. 이런식으로 변명한다면 그래도 조금은 이해가 가는데
아예 말한 적이 없다니....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니 믿을만한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주위 사람에게 말하면 백이면 백 전부다 당장 그만 둬라, 거기 있다가는 큰일나겠다고 합니다.
제가 낸 아이디어를 마치 100%본인 창작인 듯 보고해서 가로채는 건 예사고
심지어 사적인 부분 제가 경험하고 생각한 것 조차도(예를 들어 제가 주말에 식당에 갔던 일) 사수한테 말하면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이 얘기를 자기 얘기인 것처럼 포장해서 말한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저의 말수는 점점 줄어들어가고
정말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있어요. (그래서 남들보기에 매우 소극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겠죠)
그럼 그 사람한테 따져야지, 왜 가만히 있냐? 바보냐?
이런 생각을 하실 겁니다.
근데 제가 따질 수 없게 아주 교묘하게 피해가거나 정말 자기 것인 양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능력이 대단해서
제가 따지게 되면 도리어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되게 만든답니다.
그럼 주변사람들의 말대로,
그 회사를 당장 그만둬야 하지 않느냐?
이런 생각이 드실 거에요.
물론 그런 생각을 했는데, 사실 제가 업무경력 8년밖에 안되는데 지금 직장이 5번째 회사이기 때문에 쉽게 퇴사결정을 못 내리겠더라고요.
(이직사유를 말씀드리자면 1회사는 회사가 멀어져서 2회사는 계약직, 3회사랑 4회사는 경영악화와 회사폐업 ㅜㅜ)
이직이 많아서, 각각의 회사에 1년 남짓밖에 근무를 안한 점이
입사지원을 하면 마이너스 되는 경우가 많아서, 되도록이면 이번회사에서는 장기간 근무를 해야겠다고 입사를 한 것이라서요.
여기에서 많은 급여를 주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대단한 비전이 있는 건 아닌데
단지 위의 이유와, 정기적으로 나오는 적은 월급을 생각하며 참고 견디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와중에, 요번에 회사에서 공채를 냈는데
저의 자리에 사람을 뽑는 건 아니지만, 다른 포지션에 지원한 사람이 스펙이 훌륭하고 그 스펙이 저의 자리에 적합할 것 같다고 회사에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제가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과 저를 놓고 저울질을 하려고 하는 것이에요.
(하필 연휴 전날 알게 되었네요)
회사에서는 당연히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맞겠지만
저는 입사해서 저의 모든 사생활을 전부 포기하고 밤 12시 새벽 1시까지 일했는데
그런 공로와는 상관없이, 그냥 서류만 본 사람을 가지고 저와 저울질한다니
기분이 상해서 이제는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있을 연봉협상에 전직원 연봉 인하 예정이래요)
제 이력서에 또하나의 이직 건이 추가되겠네요.
나이에 비해 모아놓은 돈도 많지 않고
사회에서 30대 미혼 여성의 채용을 꺼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안 좋은 조건을 가지고
제가 퇴사를 하려고 합니다.
내일 부장님께 말씀드리려고 해요.
저는 다시 좋은 회사를 찾아야겠네요.
이렇게 미련한 저지만, 그래도 좋은 일 생기겠죠?
인생 선배님들의 따뜻한 위로 부탁드려요.
(뾰족한 글은 오늘은 반사할게요!)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