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카는 어디에나 있다-우리 아파트 수목 4미터의 비밀;

이젠 조회수 : 1,049
작성일 : 2012-01-19 17:56:12
제목이 거창하죠?ㅎㅎ

저희 동네는 신도시 가장자리에 위치한 중소형 평수 중심의 조그마한 단지예요.
평소에 부녀회인지 뭔지가 바자도 1년에 두번, 여름에 꼬꼬마 바이킹이 오는 축제 한 번?
뭐 그런거 개최하는 것 같아요. 참가율이 저조해선지 반상회도 스리슬쩍 없어졌고..
저야 제 코가 석자라 바자 때마다 수익금으로 화장지를 나눠주는데 그게 질이 나쁜 게 불만인 정도?
어찌나 양은 잔뜩 주는지 내가 사쓸 시간이 안 날 지경인데 어른들은 몰라도 애들 X꼬에 저걸 써도 될까 싶은
좀 안 좋은 화장지를 나눠주거든요. 

암튼 그렇게 별 생각없이 지내고 있는데
작년 11월 나뭇잎 다 떨어져 썰렁한 시절에 전지공사가 시작됐어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보통 전지공사하면 창문에 부딪힐 정도로 웃자란 가지나 좀 치지 큰 줄기까지 건드리는 법은 없잖아요.
무슨 신호등 안보여서 가로수 절단내는 도로변도 아니고.
근데 이 공사는 어케된게 벚나무고 은행나무고 할 것 없이 제일 큰 둥치만 남겨놓고 
한 3, 4미터 높이에서 가지들을 몽땅 다 베어버리는 겁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곳곳에 지리산 고산지대가 연출되고 
주변에 무참히 잘린 가지만 동산을 이루는 거예요.
봄날 하늘하늘 순백의 잎을 떨어뜨리던 벚나무 가지가 몽창 싹뚝!
심지어 레고 나무블럭처럼 긴 삼각형을 이루며 위로 위로 솟구치는 게 
근사한 메타세콰이어까지 허리잘린 상X신으로 만들어놨네요?

헐헐..
그 꼴을 보고 집에와서 화르륵 거리니 남편은 그게 더 좋아서 그런 거 아냐? 그러고 있고..
아니 그러면 왜 그런 전지공사를 아파트 수십년 살아도 한 번도 못 본 거임?
저렇게 큰 줄기를 다 잘라버리면 굵은 둥치에서 가는 줄기가 자라는 데 얼마나 흉한지 알어?
이러고 혼자 씩씩거리고 있었어요. 
반지의 제왕 보시면 나무 도살자 나쁜 마법사 사루만에게 분노하는
나무의 정령 나오는데 제가 거기에 빙의를..;; 사실 제 집에서 살아남은 식물 한 줄기 없고 걍 보는 것만 좋아하는
그런 화분도살자인 제가;; 암튼

그렇게 공사가 3,4일 진행될 무렵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 두 분이 손가락질하며 화를 내고 계시길래
저도 그 앞을 지나가며 아니 저런 이상한 전지공사가 어딨냐고 큰소리로 말을 흘리고 지나갔죠.
그러거나 말거나 무슨 옥상방수공사가 시작된다며 자재도 한 켠에 쌓이고 있더군요.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부터! 
이 공사가 뚝! 중단된 거예요.
단지내 나무 1/5을 생뚱맞은 허리잘린 바보로 만들어 놓은 채 공사는 중단.
휴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죠.

그러고나서 한 몇주 있다가 갑자기 동대표와 주민회의 대표를 새로 뽑는다는 공고가 붙고
이전 대표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오잉?
뭔가 싶어 찬찬히 읽어보니
글쎄 전임 주민회의 대표가 무리한 전지공사로 주민재산(=수목)을 침해했고
계약서도 없이 공사계약을 체결했으며
옥상 누수 신고가 전혀 없는데도 옥상방수공사를 강행하려 했다는 겁니다.
당시 대표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고
사정상 관리소장도 공석중이었대요.
그니까 임기 끝나기 직전에 해먹을 거 해먹겠다고 말도 안되는 억지 공사를 짬짜미로 시도했는데
하는 꼴이 하도 이상하니까 일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내용을 보고 엎어버린 거죠.(말하자면 탄핵?)

그 전지공사는 우리동네의 4대강 사업이었던 겁니다.
아~무 필요 없이 그저 공사를 위한 공사에 그나마 삭막한 아파트 단지에 산소를 공급하고 경관을
아름답게 해주던 무죄한 나무들이 썽둥썽둥 잘려나갔던 거죠..ㅠ
다들 자기 일에 코박고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나 이상해하기만 할 무렵
팔 걷고 나서서 진상 밝히고 탄핵 추진하신 같은 동네 주민들께 저같은 무임승차 주민은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마침 그 무렵 나꼼수를 열심히 복습하던 참이라 동네 일 돌아가는 게 얼마나 기가 차고 웃기던지..
참 세상에 가카는 저어기 큰 집에만 계시는 게 아니구나 작은 깨달음을 얻었답니다.ㅎㅎ



IP : 122.34.xxx.7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1.19 6:05 PM (121.130.xxx.192)

    즈이 아파트는 오래된 아파트라 수목이 울창하고 참 보기 좋거든요
    근데 얼마전에 수목을 정리한다며 큰 나무가 태풍이 와서 쓰러지거나 하는 재난이 날 경우 위험하다며 무슨 나무를 아주 위험한 물건인 양 써놨더라구요,,
    매년 큰 나무들 겨울되면 전지작업 해오던건데 왜 갑자기 이런 종이를 붙이고 하는걸까 싶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같은 경우 아닐까 싶네요. 요즘 유행하는 꼼수인가봐요.

  • 2. 헉..
    '12.1.19 6:46 PM (218.234.xxx.17)

    오래된 아파트의 가장 장점이 높이 솟은 울창한 나무인데 그걸 잘랐다니요..
    돈으로 쳐도 10년목이 5년목보다 몇배는 비싼 건데...

    이것저것 다 해서 공사비 한 1000만원 나오는 걸 2000만원 썼겠지요. 공사대금 주고,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받고..

  • 3. 헉!
    '12.1.19 10:53 PM (125.186.xxx.148)

    어제 우리아파트 같은곳 또있냔 글 올린 사람인데요..
    우리아파트도 이번 가을에 모든 나무가지 다 잘라놔서 전봇대같은 나무만 남았어요.그 멋있던 나무들 다 사라졌어요....
    전지공사 한다고, 관심있는 주민들 나와서 보라고 방송만 시끄럽게 하더니..싹뚝 다 잘라놨더라구요.
    우리 아파트..정말 꼼수덩어리네요...뭔가 있구나...싶네요.비리덩어리...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2592 네쇼날모찌메이커요. 현미찹쌀도 될까요? 해보자!! 2012/02/21 628
72591 파코라반 레이디밀리언 향수 어떤가요? 1 궁금 2012/02/21 1,278
72590 이말이 틀린것인가요? 83 물어보자 2012/02/21 7,526
72589 애들 조용히 시킬때 '시끄러!'가 맞나요? '시끄러워!'가 맞나.. 4 시끄러 2012/02/21 1,163
72588 시어머니가 사소한건데 안 그랬음 하는거 6 유난히 싫은.. 2012/02/21 1,292
72587 채선당- 목격자가 올린글 24 불당동 2012/02/21 17,076
72586 문재인 "장물, 남에게 맡기면 장물 아니냐" .. 9 샬랄라 2012/02/21 1,166
72585 이제사 도로주행을 시작해야할거 같네여. 3 무서워죽어 2012/02/21 805
72584 대학원 졸업에도 가족들이 가나요? 6 ,, 2012/02/21 1,229
72583 천정이 뱅뱅돌고 걷다가 쓰러져서... 1 이석증 2012/02/21 1,206
72582 교정 후 고정장치가 망가졌는데... 5 걱정 2012/02/21 928
72581 코너에 몰리는 기분 2 .. 2012/02/21 601
72580 5평형 벅걸이 에어컨 27평 거실에 달아도 될까요.. 6 .. 2012/02/21 1,683
72579 무식하면 가난하다;;-.- 제 얘기... 5 ^^ 2012/02/21 2,324
72578 다 큰아이와 한방에서 자는 것 조언바랍니다 11 아이의잠자리.. 2012/02/21 3,867
72577 배스킨라빈스 혼자서 무슨 사이즈까지 먹어보셨어요? 17 아이스크림 2012/02/21 2,999
72576 연세드신분들께 조언구합니다 2 조언 2012/02/21 582
72575 2월 21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2012/02/21 381
72574 변호사님 트윗 1 NOFTA 2012/02/21 534
72573 [원전]방사능이 있던 없던, 쓰나미 쓰레기가 미,캐나다 서부해안.. 2 참맛 2012/02/21 1,198
72572 제 아들이 주걱턱인데요.. 7 고민맘.. 2012/02/21 1,620
72571 박근혜의 과거 단절론과 정수장학회 5 샬랄라 2012/02/21 641
72570 내가 청춘이면 엄마도 청춘이야!!! 상큼쟁이 2012/02/21 461
72569 하루 반나절 집에 혼자있었는데 참 무료하고 심심하네요.전업님들 .. 16 하루가 심심.. 2012/02/21 2,944
72568 애가 기침했는데 피 나왔어요. 5 어떡해요 2012/02/21 1,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