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구정이 결혼하고 두 번째 명절입니다.
첫 명절이였던 작년 추석 때,
명절 당일 전 날에 형님(시누이) 집에 아침 일찍 가서 음식 준비를 했어요.
시부모님께서 지금 형님(시누이)과 함께 사시거든요.
시댁은 단란하고 화목하고..그런 분위기에요.
다들 좋은 분들이라 결혼하면서 제게 그런 가족이 생겼다는게 참 좋았었어요.
저희 친정은..그렇지 못해요.
이런 얘기 신랑 말고는 처음 해봅니다.
저희 친정은 뭔가 좀 틀리네요..
부모님이..사이가 좋지 않으세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저런 일이 많았지만,몇 년전,아빠가 집을 담보로 돈 1억을 가져다 쓰는 바람에 엄마가 그걸 알고는...그 집도 다 엄마가 힘들게 모아 장만하신거..
그 후부터 두 분이 일절 말을 안하고 각방을 쓰시며 살아오셨어요.
중간에 몇 번인가,
울화가 치밀이신 엄마가 아빠한테 화를 토내놓으시면서 싸우신 적이 있었구요.
저희 형제는 가운데서..뭐라 말도 못하고..중간에 껴서 그렇게 자랐네요..
특히 저는 맏딸이라 그런지,만만해서 인지,편해서 인지,,중간에서 말을 전하는 역할을 담당해왔어요.
그 스트레스...슬픔.....정말 가슴에 한이 됐네요..
나이를 들면서,두 분 사이,이런 집안 분위기,어떻게든 해보려고 저 혼자,,정말 노력해본다고 했는데..
동생들도 남자라 그런지 시큰둥...
가슴에 상처만 쌓일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저는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 부모님의 모습..아빠라는 가장의 모습...을 보면서 남자도 못 믿고,,싫고,,
남들처럼 행복한 결혼이란건 내 인생에 없다고,절대 안할 거라고 생각해왔거든요..
그러다 신랑을 만나고...진실되고 믿을만한,,,그리고 단란한 신랑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남들처럼 살아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내 인생도 그렇게 한 번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가여운 엄마와 동생들,,이런 가족한테 보통 여자들처럼 그렇게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서 엄마,동생들도 나로인해 보통 가족처럼 잘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도 있었네요..
결혼할 때 친정엄마는 어려운 살림에 천만원을..
제가 굳이 됐다는데도 보태라고 주셔서..저 그거랑 제가 번 돈이랑 합쳐서 결혼준비했어요.
아빠는 아무것도..정말 아무것도 해주신게 없고,,오히려 두 번, 남들은 결혼할 때 사위가 뭘 해준다더라..라고 하셨네요.
바란것도 없지만 정말 서운했어요..
그래도..마음은 좋은 사람이다..그래도 아빠니까..라고 생각하며 결혼하고서도 나름대로 도리는 다할려고 해왔어요.
그런데 얼마전,,엄마가 또 터트리셨어요..
그동안 참고 사셨는데...또 알아보니 빚이 아직도 그대로라고...
그동안 이자만 내면서..집에는 돈 한푼 안가져다 주면서..그렇게 살아오신거라네요
저한텐 이자도 내고,목돈 생길때 빚도 갚아서 원금이 얼마 안남았다고,그러니 걱정말라고 큰 소리 치던 아빠...
결국 얼마전 혼자 집에 갔는데....엄마와 아빠 두 분이서 또 싸움...........
저는 가운데서.....
어떻게든 돈 갚을 방향으로 엄마 설득...적반하장인 아빠 설득....
나이가 들고 시집을 갔는데도,아직도 그런 상황이 너무 어렵고 슬프고 가슴아파요..
두 분이서 이혼하신다네요..드디어요..
그렇게 차라리 이혼하고 그런 모습 안보여주는게 자식한테 좋지 않겠냐고 얘기해왔는데..드디어 하실려나봐요..
정말 끔찍하게 싫고 가슴 아프네요..
몇 일 전 문득...설을 앞두고 시댁에 선물이라도 해야할 것 같단 생각에
신랑하고 얘기를 했는데요..
작년 추석 때 형님(윗동서,신랑 형 아내)이 친정에서 보냈다고 고기를 싸오셨더라구요.
그게 생각나서,,생각해보니 나도 뭔가 해야할 거 같아서 얘길했더니 신랑이 사실..자기도 조금은 부러웠다고 하더라구요..
저 결혼하고 지금까지...형님되는 분은 종종 친정에서 이것저것 시댁에 먹을거리를 보내주셨어요.
친정이 시골이시라..채소같은것,먹을 쌀같은것도 거기서 주문...
저희 친정은 아무것도 일절 없어요...가끔 엄마가 우리 먹을 김치나 반찬 조금 해주신거...
상견례도 안했는걸요....결혼식때도 끝나도 다 같이 밥먹는데 두 분만 따로 앉아서 말도 안하고...
상견례도 어렵게 핑계대며 피했는데...
결혼후에도 가끔 상견례도 못했으니 밥 한끼 하자는 말씀 하시는데 정말 말도 못하고....
그럴때면 정말 우울해져요...
사실 저도 내색은 안했지만...시어머니께서 형님이 가져온 야채같은거 나눠주시거나,뭐 받았다 말씀하실때나,추석 때 다 같이 고기 먹는 자리에서 형님친정에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가족들이 말할때나..
늘 왠지 가시방석같았어요..
시댁은 제가 느끼기에 전혀 개의치 않아하시는데..오히려 형님이 좀 당당해하는 분위기지만..
시댁에서도 속으론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단 생각도 들어요....
저는 속편하게 선물같은거 서로 안주고 안받고 싶으니까 아무렇지 않은데..
한편으론 형님에 비해 너무 관심없는거 같은,너무 정없는거같은 친정이라고 생각하실까봐 마음이 쓰이네요..
그래서 신랑한테 그냥 내가 준비해서,친정에서 보낸거처럼 하기라도 하면 어떨까 싶어 얘길 꺼냈는데
내 손으로 준비할 생각하니 이게 뭔가 싶고...
신랑이 그런 마음이였다니....
그동안 왠지 서러움과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같아요..
신랑한테도 미안하고 면목없네요.....
안그래도 친정가도 사위라고 잘 대해주는것도 없고,두 분은 말도 안하고,나 혼자 가운데서 아둥바둥했는데..
형님네는 아주버님가면 사위라고 같이 밥먹고 술먹고 자고 오고....
우리 친정은 다같이 모여 밥 한끼 먹은 적 없네요..
착한 우리 신랑은 그래도 좋은 분들이라고 잘하려고 하고,,그동안 한 번도 이런 말 한 적 없었는데..
우리 가족은 정말 왜 이럴까싶어..너무 슬프고 우울해져요..
이번에도 시댁가족끼리 모두 모여 오손도손 음식준비하고 밥 먹으며 정말 명절다운 분위기 보낼텐데..
처음 명절때도 우리 친정,,명절에도 부모님 따로 식사하고,가족들끼리 대화도 없고,,나혼자 다른 가정들처럼 잘 해보겠다고 아둥바둥거렸던 생각에 왠지 서럽고 혼자서 더 힘들 엄마 생각도 나서 참 씁쓸했었는데....
이번에도 저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거같아요...
형님이 또 뭐라도 준비해주셔서 싸가지고 오시겠죠...
이렇게 시댁하고 친정끼리 이것저것 나누고,명절때도 나누고 하는게 도리인건가요??
제가 준비해서라도 이번에라도 시댁에 뭘 해드려야할까요??
만약 그런다해도...안그래도 씁쓸한데....앞으로 계속 명절때마다 이래야 되나 싶어 정말 슬프고 신랑한테 미안한 생각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