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아버지는 술도 담배도 징글징글하게 많이 하십니다.
소주는 평균 하루 한 병, 담배 두 갑....
지지난 해 봄에 새 아파트로 입주를 하셨는데 새 집이라고 몇 달은 화장실에서 담배를 안 피우시더니
금새 아예 라이터를 매달에 놓고 담배를 피우십니다.
술도 많이 드셔 장이 안 좋아 하루에도 너댓차례 화장실을 다니는데 그때마다 담배를 피웁니다.
나오시면 화장실 환풍기는 즉시 끄고 문을 열어 놓습니다. 환풍기 돌아가는 전기가 아깝다고요...
그러면 그 담배연기가 거실로 쏟아져 나옵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즉시 베란다로 나가 앉으셔서 담배를 다시 피웁니다.
베란다 바깥문을 한 뼘 쯤 열어 놓고 담배를 피우시다 담배불을 끔과 동시에 거실 문을 열고
들어오십니다. 그러면 베란다에 차있던 담배연기가 다시 거실로 쏟아집니다.
요즘 같이 날이 추워 문을 닫아 놓고 지내고 외출도 자주 못하시니 집안에서 하루 두 갑의 담배가
태워없어지는 냄새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지하철에서 만나는 주당+골초할아버지 냄새가 집안에 진동을 합니다.
친정에 다녀오면 속옷까지 그 냄새가 배여 어느새 물빨래가 가능한 옷만 골라 입게 됩니다.
작은 병 세 개에 몇 만원이나 하는 향초를 사서 보내 드렸지만 택도 없습니다.
워낙에 담배 냄새에 남들보다 예민한 저는 참기가 힘듭니다.
뒷자리 직원이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와 자리에 앉아도 그 숨결에서 니코틴 냄새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아버지한테 잔소리도 못합니다.
성격이 얼마나 불같은지 그 정도면 남들한테 피해가 없다고 생각을 하시니까요.
아니, 우리가 돌아오고 나면 그 화풀이를 엄마한테 하니까요....
일년이면 대여섯 차례(생신, 명절, 어버이날 등) 동생네 부부와 함께 1박2일을 하고 옵니다.
저는 올케한테 미안합니다.
그래서 작은 목소리나마 내지만 올케는 아무소리도 않고 참겠지요....
그래도 무슨 날이면 저보다 앞서 도착하고 하루라도 더 자고 가려고 애쓰는
올케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다시 미안합니다.... ㅠㅠ
즐거운 행사가 있어 친정갈 생각에 즐겁다가도 아버지 담배 냄새만 생각하면
가기 싫습니다... 진실로....
곧 설인데 어찌 하룻밤을 지내다 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