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은 지방 친정을 다니러 갈때마다 정기적으로 치과검진과 치료를 받습니다.
유달리 이가 약한 아이때문에 아기때부터 이곳저곳 어린이치과를 전전하다 정착한 치과입니다.
선생님이 실력도 좋으시고 친절하신데다가 금상첨화로 진료비도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하고...
한마디로 이상적이기 그지 없는 치과라 먼 곳에 있지만, 저희 집 주치의 선생님으로 생각하고 평생 이용할 생각이었습니다.
저희 친척들은 물론 친구들까지도 제 소개로 그 곳 단골들이 됐어요.
지방 소읍이다보니 이런저런 선생님 사생활에 관해서도 듣게 됐는데, 혼자 되신 지 오래라더군요.
봉사활동도 아주 많이 하신다고 들었고, 진료때 만나는 게 전부이지만 인품도 괜찮은 분같은데 왜 혼자이실까?...심각하게는 아니지만 스치듯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십몇년 정도 다니다 보니, 인간적 관심도 저절로 생기더군요.
진료받고 나면...오버 좀 해서 말하자면 은혜를 입은 기분이라...항상 뭐라도 사드리고 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치과가 주차가 힘든 건물이라 진료끝나자마자 서둘러 차부터 해결하다 보니, 그냥 오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방학을 맞아 친정에 다니러 갔다가 그 치과를 들렀습니다.
남편에게 미리 뭐 하나 사다 드리고 싶다 했더니, 남편도 흔쾌히 동의해 제법 괜찮은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요.
갔더니, 병원이 좀 화려해졌더군요.
그리고, 특이하게 한 젊은 여자가 계속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어요.
간호사는 아닌데, 집에서 그냥 나온 듯한 차림으로 휴대폰 통화를 계속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하며 무료하게 앉아 있더군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진료를 받고 진료비를 내려는데, 항상 받는 같은 진료를 받았는데, 지난 번보다 훨씬 많이 비싸졌더군요.
아주 짧게 선물을 드릴까말까 고민하다가 남편이 준비해온 거니 당연히 드려야지 하길래 드리고 왔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그 카운터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는 최근에 선생님이 재혼한 부인이더군요.
매일 그렇게 나와 앉아 있다고 하더군요.
제 주변만 보면, 병원에 부인이 나와 앉아 있는 경우 못 봤는데, 그렇게 별 일 없이 나와 앉아 있기도 하나요?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격인지 모르겠지만, 그 부인과 재혼하고 난 후, 봉사활동도 일절 안 하시고, 진료비도 굉장히 비싸졌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 동안의 선생님께 감사해서 드린 선물이지만...선물드린 게 조금은 후회되고 그러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