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끄러운 넋두리...

조회수 : 2,038
작성일 : 2012-01-13 20:06:00

에구 내가 대체 왜 이 남자랑 결혼했을까...아니 결혼이란 걸 왜 했을까

한탄하면서도

어느새 제 손은 남편 사진을 찾고 있습니다.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어요.

이 남자와 같이 살 수만 있다는 것만이 중요해서, 결혼 직후부터 외국생활을 해야하는 고충도,

갓 직장생활을 시작한 남자의 월급으로 한달한달 빠듯하게 살아야 할 생활도 모두 눈에 보이지 않았죠

게다가 전 해외경험도 어느정도 있는 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힘들더군요.

해외경험이 좀 있는 것과, 해외에서 '생활'을 하는 건 너무도 다른 것이었어요.

외국생활이 한국사람에게 힘든 건 정말 외국, 특히 서구에서 거주해본 분들만이 아실 거예요

결혼 전의 여유있던 생활과 비교해 볼때, 의식주의 모든 것이 다 질이 말할 수 없이 떨어졌어요.

특히 매일매일 몸 붙이고 살아야 할 주거 환경이...한국의 환경과 비교하면 마치 하루 머물다 갈 숙박업소 수준이었죠

매일매일 제 몸과 무의식의 어딘가가 팽팽히 긴장되어 있는 느낌...

먹을 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어요

그래도 내가 이 남자를 선택했으니 감내해야지, 하고 견뎠어요

남편도 그만큼의 생활을 일구느라 바깥에서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서요

 

 

 

그 와중에 아기를 가졌어요

그러잖아도 힘든데 임신까지 했으니 정말이지 열 배는 힘들어지더군요

결국 여러가지 상황을 못 견디고 한국의 친정집으로 먼저 왔어요

제가 거기 더 있어봤자 부실한 몸으로 더이상 남편을 챙겨줄 수도 없고, 남편도 한국의 보통 임산부들이 받는

의료수준을 저에게 베풀어줄 수가 없었으니까요

떠나오는데 남편이 눈에 맘에 밟혀서 얼마나 울었는지...

 

 

 

그렇게 한국 친정집에 왔어요

외국에 있는 동안 한번도 몸무게를 재어보지 못했는데,

임신 중기로 넘어와서 귀국하고 몸무게를 재어보니

결혼할 때보다도 몸무게가 5킬로그램 빠져 있었어요

임신중임에도, 제가 입덧을 할 때 구토를 많이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친정집에서 먹을 것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먹으며 쉬니까

한달만에 4킬로그램이 찌더라구요

 

 

임신하자마자 이마에 좁쌀 여드름이 가득 퍼져서 무척 보기 싫었었는데...

얼굴은 누렇게 뜨고 트러블 없던 볼살도 조금씩 텄었는데

친정집에 와서 깨끗한 물로 잘 씻고 화장품 챙겨바를 여유가 생기니

2주만에 여드름이 싹 사라지고 도자기피부가 되었어요

얼굴도 다시 하얗게 피고요

그런 변화를 보며 웃어야 할지...서글퍼야 할지...

차마 신랑한테 이런 변화를 미주알고주알 말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당신 곁에 있었을 때 나 이만큼 힘들었어, 투정하는 꼴이 될까봐

 

 

 

오늘은 임신 후 처음으로 백화점에 가서 임신과 관련된 물건을 좀 샀어요

그동안은 신랑이 준 돈+시집갈때 친정부모님이 주셨던 돈 남은 것을 합친 현금으로

인터넷으로만 출산용품을 구입했거든요

백화점 가서 물건을 좀 샀는데 평소보다 물건 가격이 조금 많이 나오니 또 가슴이 덜컹.

남편은 나름 어린 나이에 가장으로서 자기 식구 책임지려고 돈 벌고 있고,

친정 부모님은 저 도와주려고 늘 마음쓰시지만 시집까지 간 마당에 자꾸만 손 벌리기 죄송하고...

차라리 제가 우리 부모님은 넉넉하니까 이 정도는 해 주시겠지, 하고 그냥 맘 편하게 부모님께 비빌 수 있는

성격이었다면 상황이 더 편했을지도 모르는데...

제 성격에 그게 또 잘 안 되네요

그렇다고 지금 제가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결국 있는 돈을 쪼개고 아끼고 저 자신을 닦달질하면서 지내는 방법밖에 없네요

사람마다 자기의 타고난 천품과 그때의 상황이 서로 맞물려, 길이 한 가지씩인가봐요

 

 

 

돌아오는 길에 아휴 이럴 거면 결혼을 왜 했을까,

차라리 예전에 부모님 말씀, 주변 친구들 말 듣고 조건 봐서 결혼할걸,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아니,아예 결혼이란 걸 말걸, 그러면 나 자신만 책임지면 되는데...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역시 직접 살아내야 하는 생활에 부딪히면 관념적인 것들은 다 부서지더군요

자기 몸이 편하고 아니고에 따라서 사람은 정말 많이 흔들리는 듯 싶어요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느새 손은 인터넷에 저장해둔 남편 사진을 찾고 있어요

남편이 너무 보고싶어서요...

이글을 쓰는데도 남편이 너무 보고싶어서 콧뿌리가 찡해요

사진의 남편 얼굴이, 어느덧 떨어져지낸지 시간이 좀 지나서 그런지 조금 낯설어요

그런데도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생각은 때로 저렇게 하면서도, 결국에 저는 지금의 남편밖에 없나봐요..

부끄러운 글이라, 곧 펑할지도 모르겠네요...

IP : 113.10.xxx.13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ㅁㄴㅇ
    '12.1.13 8:14 PM (116.40.xxx.139)

    글이 너무 와 다아서 눈물이 글썽....아마 결혼전에 받기만 하면서 나하나만 생각할때랑 가정이라는 태두리 안에서 내가 일굴려고 발버둥치면서 애쓰는 모습...직접 겪어봐야만 아는거 같아요.

    내품속에는 착한 신랑밖에 없음을 아는데, 너무 힘드니 결혼이 후회가 되어 저도 울었네요. 애같죠? 애둘있는 40이랍니다.ㅎㅎㅎ

  • 2. 이쁜님아~
    '12.1.13 8:29 PM (119.200.xxx.59)

    글 지우지 마세요.
    코끝이 찡해지네요.
    좋은날 금새 올겁니다.
    이메일로 마음 전하시고
    나이 드시거든 추억하세요. ^^

  • 3. 아니에요~
    '12.1.13 8:41 PM (220.116.xxx.187)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인걸요 ^^ 이쁜 아가 순산하세요 ~

  • 4.
    '12.1.13 10:35 PM (113.10.xxx.139)

    따뜻한 댓글 주신분들 정말 감사드려요...그리고 바로 위에 글주신분 특히 너무 신기하네요^^
    저는 제 상황이 주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이(?)해서, 이런 제 마음 제 상황을 이해해줄 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와 꼭같은 경험...같은 마음을 겪으신 분들이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어요.

    아 그리고 진지고민님...
    힘들게 지내시다 겨우 편하고 쾌적하게 지내시려는데, 다시 또 힘들게 사셔야 할 것 같으시다면
    고민이 많이 되시겠어요. 그분을 많이 사랑하셔도...
    제가 다른말씀은 주제넘은듯해서 못드리겠고, 제 경험으로 그냥 이야기하면요
    결혼해서 진짜 생활을 하면서 힘든 나머지, 마음도 팍팍해지고
    자꾸만 한국에서 편하게 사는 사람들과 제가 비교도 되고, 이런 제 맘 몰라주는 신랑도 밉고 그랬어요.
    심지어 결혼할때 저희는 워낙 '우리가 같이 살게 된다' 는게 중요했지 그밖의 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결혼할때 추억을 남기려고 으례 하는 것들을 생략했거든요
    근데 결혼하고 외국생활이 제게 너무 힘들다보니 그것도 불평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힘들게 살 줄 알았으면
    남들 다 하는 거라도 할걸...이러면서...^^;

    그런데 막상 신랑이 제 옆에 없어 그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지금은
    남들 다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고, 그냥 나랑 남편이랑 같이 있는 게 중요했다는 생각만 들고,
    결국 제게 중요한 건 제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무엇보다도.
    이러다가 또 다시 만나서 불편한 생활공간(!)속에서 아웅다웅 살게 되면 힘들어서 또 불평을 터뜨리게 될지도
    모르지만요^^;

  • 5. 이니스프리
    '12.1.14 8:51 PM (211.244.xxx.149)

    저랑 시작이 같은 분이라서 반가워서 몇자 적네요. 저도 남편과 헤어지기 싫고 남편만 곁에 있으면 어디든 꽃밭일거라는 생각에 결혼도 했고요, 공부한다고 유럽에 나간다고 했어도 전 괜찮았어요..글읽으면서 왠지 저의 10년도 더된 일들이 스쳐 지나가네요..어쩌면 마음이 따뜻하게 쓰셨을까요..문득 마음이 통하는 친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외국생활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죠...경험해본사람만이...느낄수 있는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8799 한명숙이 박근혜보다 나은 4가지이유 21 참맛 2012/01/15 2,111
58798 흐음. 좋지만,, 좋지않은,, 구정이 오네요~ㅋ 정큰이 2012/01/15 787
58797 피임약 2 중1학년 2012/01/15 1,056
58796 키우는 개가 사람을 물었어요.. 58 @@ 2012/01/15 9,638
58795 더 잘 먹으면서 핵무기 개발하고 싶어요! safi 2012/01/15 440
58794 아랫집 담배연기떔에 괴로운분 계신가요??? 10 괴로워요.... 2012/01/15 4,697
58793 처음 준비하는 차례상... 고민이네요 15 차례상 2012/01/15 2,540
58792 2007,2008년생만 혜택이 없네요 8 보육료지원 2012/01/15 1,783
58791 미래형 좋은 시어머니의 모델을 찾아요. 30 미래 2012/01/15 2,578
58790 종로에서 의정부 효자중학교 가는 방법이요... 4 폭풍검색중 2012/01/15 958
58789 중간평가와 예의 6 나가수 2012/01/15 1,808
58788 오빠기일이 1년이 되어가네요 벌써.. 큰올케의 전화받고 7 오빠기일 2012/01/15 5,094
58787 진심으로 좋아지지 않아요 명절 왜 있을까요? 7 명절이 2012/01/15 1,737
58786 너무 이서진 띄어줘요. 35 왜그래? 2012/01/15 9,365
58785 박완규 너무 사랑스러워요... 10 귀요미 2012/01/15 3,429
58784 한국마사회에 관리직원으로 다니는 분 있나요? 10 ㅇㅇ 2012/01/15 2,088
58783 굴소스 추천 해주세요 6 Ggh 2012/01/15 2,706
58782 생리 끝날 무렵에는 항상 식욕 폭발 ㅠㅠ 13 어휴 2012/01/15 2,763
58781 기타 사고나니 애와 남편이 달라졌어요,,, 8 집된장 2012/01/15 2,969
58780 16살짜리 아이 목소리가 어떻게 저렇게 고혹적이죠? 11 2012/01/15 3,644
58779 92년도 추억의 광고 보실분 有 1 ..... 2012/01/15 915
58778 아이 양말 사이즈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2 아기엄마 2012/01/15 1,044
58777 진짜 내일 회사 가기 싫으네요 4 휴.. 2012/01/15 1,207
58776 아이폰에 사진스트림 어떻게 없애요? 2 아이폰 2012/01/15 1,113
58775 압구정 광명안경이나 파피루스... 11 ,,, 2012/01/15 2,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