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냥 제 편좀 들어주세요.-1

큰딸 조회수 : 2,698
작성일 : 2012-01-12 02:45:35

전 43살 여자입니다.

미혼이고, 역시 미혼인 40살 여동생과 함께 삽니다.

 

저 6살, 동생 3살때 부모님이 이혼했어요.

저야 그렇다 쳐도 이혼하기까지 별거도 했는지 동생은 아주 애기때부터 아빠 공장에 여러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봐줬는데, 기저귀 없어서 공장에 있는 부직포로 기저귀 채워주고 그랬다고 해요.

부하 여직원과 바람나서 이혼한거에요.

그 여자가 첫번째 새엄마 입니다.

몇년은 그럭저럭 산거 같아요.

근데 기억나는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저와 제 동생이 팬티바람으로 한겨울밤에 마당에서

와들와들 떨면서 벌 서던 기억이 나요.

아빠가 새로운 바람이 났나봐요. 집에 안들어온지 한참됐다는것만 기억나요.

그러다 몇달을 고모네 집에서 지냈고

이제 다시 아빠랑 같이 산다해서 좋아했는데

달동네 셋방이네요.

나중에 커서 들은바로는 경리직원이었던 첫번째 새엄마가 온갖 장부를 들고 세무서를 찾아가서 망했다던데...

자세한건 모르겠고 좀 영리했었나봐요.

재산 다 뺐겼다네요.

이복 여동생 있는데 물론 그 엄마가 데려갔구요.

그런데도 사랑만으로 애 둘딸린 두번째 이혼남을 기꺼이 받아들인 새엄마가 그 셋방에 있었어요.

음식을 잘했고 깔끔하고 알뜰했고 살가웠어요.

그렇게 또 몇년 행복했네요.

집도 사게 됐구요.

그러다 아빠가 또 병이 도져서 바람을 피우고 집에 안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천사표 새엄마....제 동생을 잡네요.

저는 이 새엄마랑 친하게 지냈지만 동생은 왠지 겉돌았고 용무가 있으면 출근하는 아빠를 쪼로록 쫓아나가서

얘기하고 그랬었어요.

저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듯한 동생이 안타깝고도 야속해서

보이지 않는 구박을 하던 새엄마와 한팀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가 동생편을 들었네요.

무슨힘이 났는지 너무 화가나서 새엄마를 확 밀쳐서 피아노에 부딪히게 하면서

"내동생 손대지마!!!!" 고래고래 소리질렀습니다.

그날 생각하면 너무 마음 아파요.

진작부터 내가 보호해줬으면 내가 한없이 감싸줬으면.....하는 후회가 지금까지 듭니다.

어쨌든 또 이혼을 합니다.

여기에도 이복 여동생 한명 있는데 이 엄마가 데려갑니다.

 

집 한채 있던거 위자료로 줬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단칸 셋방으로 갑니다.

가재도구 일절 새로 삽니다.

중3때인데 당장 내일 도시락싸야 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난생처음 멸치를 볶는데 다 태워버렸어요.

방한칸, 아궁이 하나 있는 한데나 다름없는 부엌에서 그 신산스러운 새벽을 잊지 못하네요.

결국, 그냥 학교 갔어요.

며칠후

어떤 아줌마가 우리에게 상냥하게 인사하네요.

아빠랑 결혼할거래요.

"우리아빠 3번 이혼했어요. 아줌마도 결국 이혼할거에요. 다시 잘 생각하세요"

라고 나름 세게 얘기했지만

자기 아이들 3명 데리고 그 단칸방으로 들어왔어요.

꽤 넓은 단칸방이 바로 난민 수용소가 됐어요. 어른둘, 아이 다섯

이때가 나의 아비라는 놈을 가장 경멸하게 된 시기 였는데,

학생이고 힘없는 내가 할 수 있는것은

새로 들어온 새엄마라는 사람을 일개 가정부로 여기는 것 뿐이었어요.

일단 새벽 4시에 멸치볶는 일은 안하게 해줄,

내게 따뜻한 아침밥과 도시락, 저녁을 제공해줄 아줌마로 여기는것이지요.

이런 소심한 복수가 하늘에 닿았는지

어느날 사단이 났어요.

내딸 국에는 고기가 없고 니 아들국에는 고기가 잔뜩이더라 라는 이슈로

둘이 부부싸움을 한게 크게 번져서

결국엔 또 이혼을 합니다.

이 즈음에 그여자 딸이 몰래 자기 아빠를 만나는걸 알게 됐어요.

밤에 몰래 장농열고 뭔가 부시럭거리며 쩝쩝 먹길래

불을 확 켜고 뭐하냐 했더니 친아빠 만나서 용돈받아서 사온거래요.

그래?

이때 나도 우리 친엄마를 찾을 생각을 합니다.

나와 내 동생을 이렇게 개고생 시키게 한 우리 친엄마

우리를 저 인간같지도 않은 인간에게 던져버린 그 엄마가 꼭 보고싶었습니다.

아니

나도 몰래 부시럭대면서 엄마가 사준 군것질거리가 먹고싶었던 마음이 더 컸겠죠.

시험 끝나는날  일찍끝나니까

옛날 기억을 더듬어 옛동네로 갑니다.

꼬마때 풀방구리 드나들듯 드나들던 "싱글벙글 식품"이 그대로 있었어요.

찾았어요.

외할머니집인데 이사를 갔지만 다행히 이사한 곳을 알수 있었고

며칠후 친엄마와 만났습니다.

대. 실. 망.

엄마는 너무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내가 생각한 엄마는

내 친구들 엄마처럼 뽀글파마머리에 수더분한 얼굴에 편안한 옷차림인데...

너무도 패셔너블한 엄마가 미친듯이 꼴비기 싫었고 낯설었어요.

 

엄마는

명동에 데리고 가서 온갖 맛있는거 사주고

예쁜구두사주고 옷사주고 용돈 쥐어주고 들여보냈어요.

저는 시험날이라 일찍끝나는걸 숨겼는데 어찌 들통이 나서

빗자루 부러지도록 맞고

엄마 만나고 온것까지 다 불게 되었어요.

이때 애비라는 인간은

때릴거 다 때리고는 엄마 연락처 알려달래더니

나중 들으니 돈빌려 달라 했다 하더라구요.

 

어쨌든 또 이혼하고

전보다 더 열악한 셋방으로 이사.

친엄마는 더 못만났고

쌀은 없는 날이 더 많고 생활비는 물론 등록금도 제때 안줘서 몹시 힘들었던 시절이 시작됐어요.

가끔 집에 들어오면 뭐라도 트집잡아 방 빗자루가 부러지도록 매를 맞았어요.

늘 온몸에 보라색 멍이 온통 들어있어서 체육복 갈아입을때 친한 친구들이 가려주고 해서 겨우 갈아입었어요.

그렇게 겨우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대기업에 취직을 하고 어찌어찌 또 한차례 동생이 온몸에 부상을 입도록 매를 맞은 후에

장문의 편지 5장을 써놓고 우리 자매는 집을 나와있었어요.

우리를 찾지 말라는...

그러고 우리 둘이 이사를 하고 그때부터 둘이 살게 되었네요.

 

-----------------------------------------------------

얘기가 점점 길어지네요.

하고 싶은 얘기는 엄마 얘기에요.

저 몇번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는데....

다음에 이어서 쓸게요.

오늘 너무 마음아픈 일이 있어서 82에 털어놓고 싶단 마음에 쓰기 시작했어요.

 

 

 

 

 

 

IP : 123.228.xxx.4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b
    '12.1.12 2:59 AM (58.145.xxx.127)

    에구... 짠하네요

    옆에서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싶어요 ...

  • 2. 저도요...
    '12.1.12 3:46 AM (112.152.xxx.146)

    혹시 운다면, 울지 마세요...
    토닥토닥...
    곁에 있어 드리고 싶네요. 힘내세요...

  • 3. ...
    '12.1.12 4:27 AM (180.230.xxx.51)

    님...저두 옆에서 손 잡아드리고 싶어요 .

  • 4. 82
    '12.1.12 4:27 AM (218.37.xxx.201) - 삭제된댓글

    뭐라 위로해드릴 말이...
    오늘 무슨일이 있었나요?

  • 5. 아...
    '12.1.12 6:06 AM (119.67.xxx.162)

    너무너무 짠 하네요..

    마지막... 오늘 너무 마음 아픈 일이 있으셨단... 말이.... 너무 걸리고, 마음이 아파요...

    동생분도.. 원글님도... 좋은 사람 만나시고... 맘껏 행복 누리고, 사랑받고 사시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랍니다.

  • 6. 짐승새끼가 따로 없네요.
    '12.1.12 6:11 AM (14.32.xxx.77)

    이혼하고 이복동생낳고 애낳고 이복동생낳고...짐승보다 더한 출산능력!
    죄송요ㅡㅡ;;; 원글님과 동생분 포함 잘못된 습성있는 가장 하나로
    많은 여자들과 자식들이 줄줄이 고생길이었네요. 자식을 멍이들도록 그렇게
    팼다면 다른 여자들에게도 그러했을거고 조강지처에게 돈빌려달라 손벌렸다는
    점은 참 자존감 바닦 쉬레기수준... 참 별의 별스런 죄송스런 환경에서 님들을
    키운 아버지라는 사람 참 거시기 합니다. 그래도 내자식 고기 덜주냐하며 싸워가는
    모양새는 자식 버린경우보다 그래도 낫다해야되나?
    그냥 그 아버지라는 사람도 타고 난 기운 그야말로 유전자가 바람기와 폭력성향이라
    인정해버리세요. 불쌍타 해버리시고.... 대기업도 다니시니 잘하셨네요..
    말을 안해서 그렇지 그 시대에 세집걸러 한집 바람나 가정버린 사람들 비일비재했습니다.
    가장이 바로 서지 못하면 그 피해가 몇세대를 거슬러 가지요. 힘내세요!행복하시구요!

  • 7. 달콤캔디
    '12.1.12 7:58 AM (203.226.xxx.106)

    글 솜씨가 좋으네요.......잊을수있다면 잊으세요.과거를 다 짊어지고 갈수는 없어요.다음내용 기다려집니다.

  • 8. 안아드릴께요.
    '12.1.12 8:05 AM (119.70.xxx.81)

    토닥토닥...
    실컷 쏟아내시고 조금이나마 편해지시면 좋겠습니다.ㅠㅠ

  • 9. ....
    '12.1.12 8:50 AM (58.122.xxx.247)

    잘하셨습니다

    저도 가장 힘든 시기를 글로 풀어냄으로서 스스로치유했거든요.

    다토해놓고 들여다보면 가벼워지고 길이 보입니다

  • 10. 앞으로
    '12.1.12 8:52 AM (121.180.xxx.200)

    더 풀어낼 사연이 슬플 것 같은데, 어쩌나요.

  • 11. ㅠㅠ
    '12.1.12 9:36 AM (27.1.xxx.168)

    아휴... 얼마나 힘드셨을까... ㅠㅠ 할수만 있다면 그 시절 님을 만나 꼭 껴안아주고 싶네요... 애쓰셨어요 ㅠㅠ

  • 12. T T
    '12.1.12 9:39 AM (210.182.xxx.5)

    왜 멋대로 사는 어른들이 이렇게 많은지....
    자기 행복과 편함이 우선이라지만... 애들은 무슨 죄..

  • 13. 그간
    '12.1.12 9:49 AM (175.117.xxx.42)

    고생을 말로 다 표현 못할 정도로 심하셨겠어요..
    토닥토닥
    곁에 계신다 생각하고 안아드립니다
    다 털어 놓으시면 속 후련해지시고 어느정도 해소가 되실거에요
    안좋은일은 오늘로 끝나고 앞으로 좋은일 행복한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어요

  • 14. 글을 너무 담담히 쓰셨는데...
    '12.1.12 10:08 AM (219.251.xxx.162)

    내용은 읽고나니 손이 떨리게 힘듦이 전해져오네요.
    무조건 큰딸님 편입니다. 다 털어놓으시고 위안받으세요.

  • 15. ...
    '12.1.12 11:09 AM (180.66.xxx.55)

    저도 원글님 편할께요.
    다 풀어 놓으시고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16. ㅇㅇ
    '12.1.12 11:26 AM (1.245.xxx.51)

    제 맘이 다 아프네요. 기운내세요.

  • 17. 토닥토닥
    '12.1.12 11:33 AM (115.161.xxx.127)

    토닥토닥....

  • 18. 포그니
    '12.1.12 12:22 PM (59.19.xxx.29)

    흠 ..저도 만만치 않은 청소년기 보냈지만 담담히 써내려간 원글님의 아픔이 절절히 느껴져 가슴이 아픕니다
    너무 벅차고 힘들어 차마 더 꺼내지 못했던 말들도 더 적으시고 조금이라도 한의 껍질을 벗겨내셨으면 ...원글님 힘내세요 무조건 같은편 해 드릴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열심히 살아오신 님께 박수를 한껏 쳐드립니다 홧~~팅!!!

  • 19. 털모자
    '12.1.12 2:44 PM (220.93.xxx.197)

    1편만 읽었는데도 눈물이 나네요.
    원글님... 어째요.토닥토닥....

  • 20. ...
    '12.1.12 9:31 PM (114.205.xxx.190)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

  • 21.
    '12.1.13 1:27 AM (210.206.xxx.156)

    너무 가스아프네요.. 어린시절의 원글님 안아드리고 싶어요..

  • 22. ...
    '12.1.13 4:50 PM (59.9.xxx.209)

    에효 ,,,,,
    잘 이겨내고 사셨네요 ...
    토닥토닥

  • 23. 원글
    '12.1.13 11:46 PM (123.228.xxx.73)

    댓글 주신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하나하나 잘 새겨 읽고 많은 위안을 받았어요.
    과거는 잘 잊고 살았다 생각했는데
    어느날 문득 고스란히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도 알았어요.
    가슴 깊은 곳에 있던 그것들을 털어내고
    많은분들의 토닥임도 받고 나니 다시 새로운 용기가 생깁니다.
    2편을 쓸까 하다가 이미 여러분들이 제 편에 서 주셨기 때문에
    아주 나중으로 미룰까 합니다.
    잘 헤쳐나갈 수 있을것 같아요.
    이름모를 누군가가 이름모를 누군가에게
    쓰라린 영혼에 새살이 돋게 해 주었음을 잊지 않고 살게요.
    고맙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7990 출산 후 탈모문의....조언 부탁드려요 4 화이팅 2012/01/13 659
57989 생굴, 냉장고에서 몇일동안 괜찮은가요? 2 초보 2012/01/13 3,241
57988 컴터잘아시는분 3 컴터 2012/01/13 329
57987 여자의 심리 1 세상의1/2.. 2012/01/13 556
57986 sfc mall / 신세계몰 5 궁금이 2012/01/13 1,029
57985 영광이나,법성포쪽 선물용굴비주문 가능한곳? 1 후리지아 2012/01/13 525
57984 코렐 그릇 세트 어떨까요? 8 부모님선물 2012/01/13 9,211
57983 스텐삶을 때 소다 양이 궁금해요. 3 얼룩아 사라.. 2012/01/13 1,011
57982 제 친구 카페 오픈 얘기 4 .. 2012/01/13 1,861
57981 스마트폰 벨소리 추천해주세요 4 해라쥬 2012/01/13 1,149
57980 생각해보면 아이를 거져 키운것 같아요. 26 예비고1딸 2012/01/13 4,712
57979 70대 할머니가 어지럽고 몸이 붕붕뜬거같다고 하시는데요 7 어지러움 2012/01/13 1,211
57978 1월 1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1 세우실 2012/01/13 411
57977 아이 빼돌리고 돈 요구하는 못된 신부 늘었다는 8 julia7.. 2012/01/13 1,628
57976 수제 약과 잘하는집 소개좀.. 5 설 이네요~.. 2012/01/13 2,634
57975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 4 고민 2012/01/13 2,054
57974 콜라비,어찌 먹나요? 7 칭찬고픈 며.. 2012/01/13 2,544
57973 무엇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3 julia7.. 2012/01/13 386
57972 남편과의 문제 6 현명하게 2012/01/13 1,778
57971 한비야 씨가 7급 공무원이 꿈인 청년을 때려주었다는데... 2 은이맘 2012/01/13 2,831
57970 티파니 가격요. ( 열쇠 목걸이) 5 ---- 2012/01/13 10,227
57969 경력에서 제외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여러분의 생각은요? 4 경력자 2012/01/13 957
57968 요즘 여학생, 남학생보다 집단폭행 성향 강하다고... 1 학교 2012/01/13 788
57967 아들이라니 정말 다행이고 좋겠어요 신종플루 2012/01/13 743
57966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마련 문제로 목매-한국의 현실에 분노를 2 julia7.. 2012/01/13 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