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43살 여자입니다.
미혼이고, 역시 미혼인 40살 여동생과 함께 삽니다.
저 6살, 동생 3살때 부모님이 이혼했어요.
저야 그렇다 쳐도 이혼하기까지 별거도 했는지 동생은 아주 애기때부터 아빠 공장에 여러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봐줬는데, 기저귀 없어서 공장에 있는 부직포로 기저귀 채워주고 그랬다고 해요.
부하 여직원과 바람나서 이혼한거에요.
그 여자가 첫번째 새엄마 입니다.
몇년은 그럭저럭 산거 같아요.
근데 기억나는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저와 제 동생이 팬티바람으로 한겨울밤에 마당에서
와들와들 떨면서 벌 서던 기억이 나요.
아빠가 새로운 바람이 났나봐요. 집에 안들어온지 한참됐다는것만 기억나요.
그러다 몇달을 고모네 집에서 지냈고
이제 다시 아빠랑 같이 산다해서 좋아했는데
달동네 셋방이네요.
나중에 커서 들은바로는 경리직원이었던 첫번째 새엄마가 온갖 장부를 들고 세무서를 찾아가서 망했다던데...
자세한건 모르겠고 좀 영리했었나봐요.
재산 다 뺐겼다네요.
이복 여동생 있는데 물론 그 엄마가 데려갔구요.
그런데도 사랑만으로 애 둘딸린 두번째 이혼남을 기꺼이 받아들인 새엄마가 그 셋방에 있었어요.
음식을 잘했고 깔끔하고 알뜰했고 살가웠어요.
그렇게 또 몇년 행복했네요.
집도 사게 됐구요.
그러다 아빠가 또 병이 도져서 바람을 피우고 집에 안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천사표 새엄마....제 동생을 잡네요.
저는 이 새엄마랑 친하게 지냈지만 동생은 왠지 겉돌았고 용무가 있으면 출근하는 아빠를 쪼로록 쫓아나가서
얘기하고 그랬었어요.
저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듯한 동생이 안타깝고도 야속해서
보이지 않는 구박을 하던 새엄마와 한팀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가 동생편을 들었네요.
무슨힘이 났는지 너무 화가나서 새엄마를 확 밀쳐서 피아노에 부딪히게 하면서
"내동생 손대지마!!!!" 고래고래 소리질렀습니다.
그날 생각하면 너무 마음 아파요.
진작부터 내가 보호해줬으면 내가 한없이 감싸줬으면.....하는 후회가 지금까지 듭니다.
어쨌든 또 이혼을 합니다.
여기에도 이복 여동생 한명 있는데 이 엄마가 데려갑니다.
집 한채 있던거 위자료로 줬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단칸 셋방으로 갑니다.
가재도구 일절 새로 삽니다.
중3때인데 당장 내일 도시락싸야 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난생처음 멸치를 볶는데 다 태워버렸어요.
방한칸, 아궁이 하나 있는 한데나 다름없는 부엌에서 그 신산스러운 새벽을 잊지 못하네요.
결국, 그냥 학교 갔어요.
며칠후
어떤 아줌마가 우리에게 상냥하게 인사하네요.
아빠랑 결혼할거래요.
"우리아빠 3번 이혼했어요. 아줌마도 결국 이혼할거에요. 다시 잘 생각하세요"
라고 나름 세게 얘기했지만
자기 아이들 3명 데리고 그 단칸방으로 들어왔어요.
꽤 넓은 단칸방이 바로 난민 수용소가 됐어요. 어른둘, 아이 다섯
이때가 나의 아비라는 놈을 가장 경멸하게 된 시기 였는데,
학생이고 힘없는 내가 할 수 있는것은
새로 들어온 새엄마라는 사람을 일개 가정부로 여기는 것 뿐이었어요.
일단 새벽 4시에 멸치볶는 일은 안하게 해줄,
내게 따뜻한 아침밥과 도시락, 저녁을 제공해줄 아줌마로 여기는것이지요.
이런 소심한 복수가 하늘에 닿았는지
어느날 사단이 났어요.
내딸 국에는 고기가 없고 니 아들국에는 고기가 잔뜩이더라 라는 이슈로
둘이 부부싸움을 한게 크게 번져서
결국엔 또 이혼을 합니다.
이 즈음에 그여자 딸이 몰래 자기 아빠를 만나는걸 알게 됐어요.
밤에 몰래 장농열고 뭔가 부시럭거리며 쩝쩝 먹길래
불을 확 켜고 뭐하냐 했더니 친아빠 만나서 용돈받아서 사온거래요.
그래?
이때 나도 우리 친엄마를 찾을 생각을 합니다.
나와 내 동생을 이렇게 개고생 시키게 한 우리 친엄마
우리를 저 인간같지도 않은 인간에게 던져버린 그 엄마가 꼭 보고싶었습니다.
아니
나도 몰래 부시럭대면서 엄마가 사준 군것질거리가 먹고싶었던 마음이 더 컸겠죠.
시험 끝나는날 일찍끝나니까
옛날 기억을 더듬어 옛동네로 갑니다.
꼬마때 풀방구리 드나들듯 드나들던 "싱글벙글 식품"이 그대로 있었어요.
찾았어요.
외할머니집인데 이사를 갔지만 다행히 이사한 곳을 알수 있었고
며칠후 친엄마와 만났습니다.
대. 실. 망.
엄마는 너무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내가 생각한 엄마는
내 친구들 엄마처럼 뽀글파마머리에 수더분한 얼굴에 편안한 옷차림인데...
너무도 패셔너블한 엄마가 미친듯이 꼴비기 싫었고 낯설었어요.
엄마는
명동에 데리고 가서 온갖 맛있는거 사주고
예쁜구두사주고 옷사주고 용돈 쥐어주고 들여보냈어요.
저는 시험날이라 일찍끝나는걸 숨겼는데 어찌 들통이 나서
빗자루 부러지도록 맞고
엄마 만나고 온것까지 다 불게 되었어요.
이때 애비라는 인간은
때릴거 다 때리고는 엄마 연락처 알려달래더니
나중 들으니 돈빌려 달라 했다 하더라구요.
어쨌든 또 이혼하고
전보다 더 열악한 셋방으로 이사.
친엄마는 더 못만났고
쌀은 없는 날이 더 많고 생활비는 물론 등록금도 제때 안줘서 몹시 힘들었던 시절이 시작됐어요.
가끔 집에 들어오면 뭐라도 트집잡아 방 빗자루가 부러지도록 매를 맞았어요.
늘 온몸에 보라색 멍이 온통 들어있어서 체육복 갈아입을때 친한 친구들이 가려주고 해서 겨우 갈아입었어요.
그렇게 겨우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대기업에 취직을 하고 어찌어찌 또 한차례 동생이 온몸에 부상을 입도록 매를 맞은 후에
장문의 편지 5장을 써놓고 우리 자매는 집을 나와있었어요.
우리를 찾지 말라는...
그러고 우리 둘이 이사를 하고 그때부터 둘이 살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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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가 점점 길어지네요.
하고 싶은 얘기는 엄마 얘기에요.
저 몇번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는데....
다음에 이어서 쓸게요.
오늘 너무 마음아픈 일이 있어서 82에 털어놓고 싶단 마음에 쓰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