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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 큰 일 날 뻔 한 거 맞죠?

ㅠ.ㅠ 조회수 : 3,769
작성일 : 2012-01-11 01:49:42

아니, 어쩌면 큰 일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거라 너무 무서워서 잠이 안 오네요.

 

오늘 오후에, 첫째아이 어린이집 마치고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우리 동 뒷문에 거의 다다르려는데 어떤 아줌마가 오시면서

 

아이가 예쁘네 어쩌네 하시더니 수첩을 꺼내 보여주며 말씀하시더라구요.

 

헌 옷, 헌 구두, 폐휴대폰, 악세사리 가진 것 있으면 아이 책이랑 교환해준다구요.

 

(수첩엔 별 내용 안 적혀있었는데 왜 보여준건지 이해가 잘 안 가네요.)

 

5개월 된 둘째가 한참 자고 있는 중이어서 그런 것들 챙기며 부산스럽게 굴 상황이 아닌지라

 

그냥 됐다고 했는데 아기가 얼마나 더 자고 일어날 것 같냐기에 한두시간 더 잘 것 같다면서

 

또 언제 오시냐 했더니 일 년에 한 번 뿐이라고 했나..암튼 그런 비슷한 답변이었던 것 같아요.

 

마침 아이 새 책을 사주고 싶었던 터라 아쉬웠는데 둘째 깰 때쯤 맞춰서 오시겠다고 하더군요.

 

별 생각없이 그러시라 하고선 집으로 들어와 첫째랑 있는데 아줌마가 오셨어요.

 

역시 별 생각없이 의심없이 들어오게 했구요.

 

아줌마는 화장실에서 볼 일 보시고 나와서는 현관문에서 가까운 거실 끝자락에 앉아계셨고,

 

저는 둘째가 자고 있는 안방으로 들어와서 장농을 한참  뒤적거리며 안 입는 옷들을 꺼냈어요.

 

좀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잠깐 문틈으로 힐끔 아줌마를 보니 첫째아이 노는 거 보시면서

 

사람 좋은 웃음으로 그냥 가만히 앉아계시대요...

 

옷을 잔뜩 챙겨 갖고 거실에 나와서 신발도 챙기고, 폐휴대폰도 챙겼는데 악세사린 없냐하시더군요.

 

진주목걸이 몇 개랑 악세사리함을 들고 나왔더니 그런 거 말고 14k 같은 거 없냐고...

 

제가 몇 년 전 경제사정이 넘 안 좋아 폐물이랑 돈 되는 악세사리는 모조리 갖다 팔았거든요.

 

애 낳고 키우다보니 악세사리 할 일도 없고 악세사리를 좋아하는 스탈도 아니어서

 

금 비스무리한 실반지 하나 없어요. 이러쿵저러쿵 아무튼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가방에서 창작동화, 수학동화, 과학동화 전집 사진 브로마이드를 꺼내더라구요.

 

제 아이에게는 이것도 좋겠다, 저것도 좋겠다 하시며 14k 정도는 있어야 전집이랑 교환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예 없다고 했는데 두어번 더 진짜 없냐는 식으로 물어오셨어요.

 

책은 단행본으로 8~9권 주겠다해서 10권 주십사 말씀드렸고, 웃으시며 알았다고 하시며

 

옷을 가져가기 좋게 봉투에 넣어달라고 하더군요. 자기가 이걸 다 가져갈 순 없기 때문에

 

이따가 6시 반쯤 누가 다시 와서 가져가면서 책 줄 거라고 합니다.

 

알았다고 하고 아줌마는 가셨고,

 

아줌마가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그제서야, 아차 싶은 것이 사기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왜 낯선사람을 집으로 들이냐면서 사기꾼이 아니라 강도같다고 하네요.

 

그 말 들으니 갑자기 덜컥 겁이 나서 자려고 누웠는데도 잠이 안 옵니다.

 

오늘은 비록 건질 것도 없이 그냥 갔지만, 어린 애 둘 있는 집이라는 거 알았으니

 

아주 만만한 범행대상이 된 건 아닌가, 다음 기회를 노리고 다른 사람들과 작전(?)이라도 꾸미진 않을까,

 

책 갖다주러 왔다고 하면서 남자라도 뒤에 숨겨서 데리고 오거나, 택배기사를 가장하여 오지는 않을까...

 

겁이 나서 벼라별 상상을 다 하고 있어요.

 

여기로 이사온지 한 달 좀 지났는데 이게 대체 뭔 일인지요..

 

바보 멍청이 등신같이 헌 옷 헌 구두랑 아이 책 교환...이런 말을 믿었다니 ㅠ.ㅠ

 

내일 아침에 경찰에 신고하고, 경비실에도 말해두려고요.

 

근데 이게 경찰에 신고할만한 꺼리이긴 한건가요?

 

신종사기수법인가봐요.ㅠ.ㅠ 이런 경우 겪거나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다른 아파트들에도 이런 아줌마 돌아다니나요?

 

에휴...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미치겠네요. 저 별 일 없겠죠?ㅠ.ㅠ

IP : 59.7.xxx.9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ㄴㄴ
    '12.1.11 1:53 AM (116.127.xxx.210)

    저번에 뉴스에 나왔어요
    아이 전집 같은거 악세사리랑 바꿔준다고 목걸이나 반지 이런 금붙이들 가져가고 책을주는데
    완전 싸구려책을 주는데다가 박스에 중요한 정보가 있는데 그 박스를 가져가버려서
    그 책이 어떻게 유통된건지 확인도 안된다구요...

  • 2. ...
    '12.1.11 1:55 AM (1.225.xxx.227)

    사기꾼은 아니고 그렇게 돌아다니며 영업 하는분들 계세요.
    돈나가는게 없어 안오신것 같아요.
    14금이나 전집울 아이들 교재로 바꿔주시는데 아는 엄마들도 바꿨어요.
    다만 잔뜩주고 손해본 느낌이라고 다음부터는 집에 들이지 마세요.

  • 3. ㅇㅇ
    '12.1.11 2:02 AM (121.130.xxx.78)

    일종의 책장사예요.
    결국 비싼 금붙이 내주고 바가지 쓰며 책 산건데
    얼핏 필요없는 물건 주고 책 산거처럼 순간 착각을 일으키게 하니
    사기라면 사기지요.

  • 4. 에디
    '12.1.11 2:05 AM (115.136.xxx.162)

    에고 이거 벌써 오년도 전부터 많이들 당하시던 이야긴데
    오늘은 금전적 손해가 안나서 다행이예요.
    네이버 맘스홀* 같은 엄마들 카페에 차고넘치는게 이런 이야기 였어요.
    절대 모르는 사람 집에 들이지 마시고
    혹여 할머니들이 물좀 마시자, 화장실좀 잠깐 가자..해도 안된다 거절하세요.

    오늘 겪으신 분은 그래도 좀 나은 케이스인데
    어떤 분은 줄게 없다는걸 안 상황에서 못간다고 정말 없냐 있는것 줘봐라 강짜 부리고
    때론 (무거운 책을 갖다준단 핑계하에) 남자까지 집에 들어와서 갈 생각 안하고 버티니까
    정말 없는 귀금속이라도 주고 싶을지경으로 된통 당했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 5. 원글
    '12.1.11 5:45 AM (211.234.xxx.141)

    둘째 밤중수유때문에 깼다가 궁금해서 갤탭으로 들어와봤네요. 아후~일단은 한숨 돌립니다. 이런 경우가 적지 않나보네요. 한두달간 82 끊고 살았지만 한 땐 죽순이었는데 이런 일 겪으셨단 글은 한 번도 못봤어요. 봤다면 좋았을것을...그 아줌마 오늘 또 오진 않겠죠? 에디님 말씀처럼 남자 앞세워서 책 몇 권 갖고 와서는 돈되는거 내놓으라 하는건 아닌지...어쨌든 흉악범이나 범죄는 아닌 것 같아 걱정 살짝 내려놓습니다. 절대 낯선 사람은 집으로 들이지 말아야겠어요.ㅠ.ㅠ 조언 고맙습니다~참! 경찰에 신고는....하지 말까요?^^;;;;;

  • 6. ㅜㅜ
    '12.1.11 7:08 AM (124.52.xxx.147)

    몬테소. 도 그런식으로 영업하던데

  • 7. 낯선사람이랑
    '12.1.11 8:34 AM (115.161.xxx.209)

    `왜 말을 나누고 집에까지 데려오세요;;;;
    게다가 아이들도 있는데요.
    다음부턴 절대 말도 섞지마세요.

  • 8. 꿈과 일상사이
    '12.1.11 12:50 PM (119.195.xxx.160)

    너무 걱정은 마세요. ^^ 똑같은 수법을 같은 사람에게 두번쓰긴 어렵거든요.
    저도 첫애 두살때 그런 일을 겪었는데 안쓰는 가방, 작은 은수저등을 챙겨줬었는데도 계속 돌반지없냐고를 묻더라고요. 그때 보인 눈빛이 아 이건 그냥 못갈 사람이구나 싶구나 싶어 그냥 송금한다고 그러곤 그당시 금반지 한돈 가격인 9만원 송금해줬어요. 그러니까 가더라고요. 책은 받았는데 뭐 그 가격이면 좋은 책 얼마든지 삽니다. 이런 사람들 집에 안들이는 게 상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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