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도서관 컴퓨터 사건..전 반대 경우네요.

문화 충돌? 조회수 : 1,965
작성일 : 2012-01-08 14:05:51
며칠 전 일이었어요.
일 중간에 시간은 남고 날은 너무 추워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카페 **에 들어갔어요.
주문한 음료 들고 한 대 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 뉴스도 보고 82(^^)에도 들어와 보고 있었어요.
힌 5분 그러고 있었나 남자 초등학생 3명이 우르르 들어오더군요.
그러거나 말거나 컴만 보고 있는데 뒤에서 "저기요, 컴 언제까지 쓰실 거예요?" 그러는 거예요.
뒤돌아보니 그 초딩 중 하나. 한 4학년 되어 보이더군요.

나가야 할 시간까진 한 20분 더 남았던 터라 "글쎄다..왜?" 했더니 "우리들이 좀 쓰려구요." 라는
당연한 대답이.

근데 갑자기 짜증이 팍 나더란 겁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짜증 날 건덕지가 없는 건데, 걔네들 말투도 좀 예의 없었고-초등학생이
무슨 대학생처럼 말하더군요- 것도 미안해 하거나 부탁하는 투도 아니고 직설적으로 턱턱 던진다고
할까요. 뭐 경상도식 말투가 그렇긴 합니다만, 같은 경우 여자 초등학생이라도 그랬을까 싶었어요.

암튼 꼭 해야 하는 업무를 보던 것도 아니라 "한 10분?" 그랬더니 질문한 아이는 "네" 하면서 돌아서는데
뒤에 있던 다른 녀석이 "헐..." 이러는 겁니다.

앉아 듣는 입장에선 그것도 꽤 거슬렸지만 뭐 요즘 애들 말버릇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넘겼습니다.
그러고 웹서핑 계속하는데, 아는 분은 아실 거예요.
뒷통수가 따끔따끔하면서 등이 콕콕 쑤시는 느낌...

10분은 안 채워도 말한 값이 있지, 한 5분 더 여기저기 훑어보고 있는데,
또 문이 열리더니 이번엔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청년 둘이 들어오네요.
들어서면서 제 쪽을 흘끗 보는게 역시 컴을 노리나 봅니다.

갑자기 이러다 내가 일어서면 저 청년들이 먼저 앉아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안 그래도 손에 익지도 않아 불편하게 쓰던 애플 컴퓨터 그만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 미련 없이 벌떡 일어나서 뒤쪽을 보니 그 아이들이 저를 보고 있더군요.
움직이면서 빨리 와서 쓰라는 의미로 손짓을 했더니 아..이러면서 좀 고마워 하는 눈빛입니다.

가방 챙기고 하며 들으니 걔네들도 아이 맥은 첨 쓰는 건지 이거 되니, 안 되니 그러고 있는거 나왔어요.

근데 어제 그 원글을 보면서 제가 겪었던 저 일이 떠올랐어요. 
원글 읽을 때는 어 이건 원글님이 좀.. 그런 곳도 있고, 이건 그 애가 좀..이런 곳도 있었어요.

근데 제가 이제까지 살아 오면서 느낀 건 우리 나라는 배려가 아직도 너무 부족하다, 라는 겁니다.
그리고 강한 사람한텐 아뭇 소리 못 하고 약한 사람한테 당연히 줘야 할 것도 안 준다는 거 하구요.

위의 저 일도 제가 만약 남자 어른이었어도 그 초등생들이 그렇게 물었을까요? 
아예 못 물었거나 물어도 훨씬 예의를 갖춰 말했을 겁니다.

또 뒤에 들어온 남자들이 모르고 컴퓨터에 먼저 앉았다면 그 초등생들이 어떻게 했을까요?
우리가 먼저다, 라고 했을까요 아님 저한테처럼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물었을까요, 것도 아님 
아무 말도 못 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보기만 했을까요?

피해 의식인지는 몰라도 여자라고, 혼자라고, 어려 보인다고 은근 홀대와 반맗을 당하고 살아온 
저로선 어린 아이들마저 강약 약강을 먼저 체득한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더불어 갈수록 존댓말은 사라지고, 욕설은 쉬워지는 요즘 말투도 참 맘에 안 들구요.
말에 들어있는 힘이 얼마나 센지, 말은 할수록 거칠어 지지 부드러워 지지는 않는다는 거 알면 못 그럴 텐데요.
IP : 58.233.xxx.8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뒤에서 닥달
    '12.1.8 2:14 PM (114.207.xxx.163)

    제 아이가 그네 타고 있어도, 뭘 해도 요즘 아이들은 자기욕구에 적극적이라서 와서 물어봐요.
    오자마자 다짜고짜 내 놓으라는 식으로.
    좀 기다려 달라 하면 그네에 다칠 정도로 딱 붙어 있어요.
    처음엔 쭈뼛쭈뼛 양보했는데 하도 많이 겪으니, 이젠 조금만 기다려, 다 타면 불러줄께.그래요.

    요즘 아이들 거침없는 태도이고, 그에 걸맞게
    요렇게 상냥하게 거절하는 내공도 생기네요.
    문화충돌이란 말이 정말 맞아요.

  • 2. ㅇㅇ
    '12.1.8 2:18 PM (211.237.xxx.51)

    저도 거기 댓글도 달았지만 만약 깍두기 '형님'들이 쭉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한 20장 되는거 검색하고 있다고 해도 과연 그렇게 당당하게 양보를 요구할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비행청소년들 밤에 담배피고 앉아있고 남,여자애들하고 담배피고 술마시고 키스하고 겹쳐앉아있기도 하는꼴
    가끔 으슥한곳에서 보는데....... 저역시 한마디 말도 못합니다.
    어느 동영상에서 봤듯이 지하철 역에서 아무 죄없는 어느 아저씨 중고남학생에게 죽도록 맞았죠..
    그걸 가지고도 비겁하다는둥 하시는 분들 보면 참..... 과연 현실에서도 저렇게 입바르게 행동했을까
    입맛이 씁니다..

  • 3. ...
    '12.1.9 12:53 AM (210.121.xxx.147)

    저도 놀이터에서 우리아이 그네 태워주려는데 초등한여자애가 자기탄다고 조금만타라고 양보했더니 삼십분을타고 이젠 그만 타고 달라 그랬더니 자기가 타고있는거라 안된다던 아이가생각 나네요...
    다음부터는 절대 그 아이한테는 양보 안해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9258 대기업(?)의횡포~전어찌해야할까요?도와주세요 6 ... 2012/04/18 1,501
99257 빛과 그림자 얘기예요~;;; 4 .. 2012/04/18 1,795
99256 시누! 14 시누 버전 2012/04/18 3,017
99255 mb정권은 왜 다문화정책을 내세운건가요? 9 하마 2012/04/18 1,288
99254 공중화장실에서 더러운 사람들 은근히 있네요. 13 근데 2012/04/18 3,219
99253 빛과 그림자 질문있어요! 9 가을바람 2012/04/18 1,706
99252 중1 과학 참고서 질문 4 초보 2012/04/17 1,029
99251 학교다닐때 억울하게 벌청소 해보신분 계신가요?? 1 갈색와인 2012/04/17 1,116
99250 실직하면 실여급여 나오나요? 5 실업급여 2012/04/17 1,914
99249 루이비통 가방 질문이요? 6 소통 2012/04/17 1,754
99248 신혼집에 비데 있기없기?! 난 비데가 필요하오..흑흑-_ㅜ 10 정이루리 2012/04/17 2,595
99247 근데 정말 웃기지않나요. 7 ㅎㅎ 2012/04/17 1,678
99246 강남을 투표결과 정동영 김종훈 3%이상앞섰다고 8 아고라 2012/04/17 2,981
99245 이큅먼* 블라우스 사고 싶네요 ㅜㅜ 1 네모네모 2012/04/17 1,074
99244 우리는 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가 4 크림슨돔 2012/04/17 1,765
99243 남자친구가 아직도 회사에 있다네요.... 4 마음이..... 2012/04/17 1,441
99242 본인의 굿 쇼핑 앵글부츠 자랑 좀 해주세요~더불어 다른 품목도 .. 추천받음 2012/04/17 592
99241 엄기영씨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 5 진홍주 2012/04/17 1,682
99240 스마트폰 활용법 부탁드려요 3 드디어 2012/04/17 1,240
99239 인테리어공사,입주 후 샷시하게 생겼어요.. ㅠㅠㅠ 1 샷시 2012/04/17 1,869
99238 김희선과 이효리 42 .. 2012/04/17 18,983
99237 오늘 백분토론 게스트 볼만해요 2 700 2012/04/17 1,363
99236 남편이 스마트폰을 주웠는데.... 12 .. 2012/04/17 3,942
99235 닥스 노세일 브랜드는 할인받을 방법이 없나요? 2 dht 2012/04/17 1,251
99234 하하..날씨 검색하다 갑자기 허탈하다못해 웃겨서..ㅎㅎ 8 ... 2012/04/17 2,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