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은 그런 날.

눈물 조회수 : 2,910
작성일 : 2012-01-07 05:01:35

세월이 할퀴지 않고 곱게 지나가 주는 것이 세상에 있을까요.

 

많은 나이도 아닌데. 돌아보니, 지금까지 비틀거리며 걸어온 길 위에 제가 잃어버려 온 것들이 점점이 놓여 있네요.

깨지고 바랜 것들. 잃어버리는 줄도 모르게 잃어버린 것들. 잡고 싶었지만 멀어져 간 것들...

다시 만져 볼 수도 없게 멀리 흩어져 있는 파편들을 바라보니

가슴이...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저미어 옵니다.

 

그 중에서도 저를 가장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사람'이에요.

변화가 꼭 나쁜 것은 아닐 텐데. 조금씩 조금씩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다 보면,

어제보다는 내일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같이 뒹구는 천진한 어린 동물처럼, 서로에게는 발톱을 세우지 않으리라, 서로에게 결코 상처를 내지 않으리라

믿고 지내 왔던 사람들이... 서로 이유도 모른 채 멀어져 가거나, 멀어져 가다가 서로 다시 조우하면

어쩐지 어색해져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어지거나,

공감할 수 없는 가치관을 신주단지처럼 받들고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거나...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말을 내뱉는 것을 목도하게 되거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길로 가 버리는 뒷모습을, 이름 불러 보지도 못하고 바라보게 되거나...

그렇네요. 세월이 흐르다 보니. 서로 격려하고 다독이며 씩씩하게, 자갈 많은 인생길이어도 어깨 부축하며

그렇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해가, 오해였다고,

아니면, 그 때 그 말은 왜 그랬느냐고,

쉽게 묻지도 못할 거리로 멀어져 있습니다. 언제부터, 왜 그랬는지 알 수도 없이.

 

세상 끝에 가 있어도 나는 춥지 않다, 고 느꼈던 때가 있었어요.

내 장례식에 와서 애간장 녹도록 울어 줄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죽지 말고 살아야지, 했던 때도 있었고요.

능력을 키워서 돈 많이 벌어야지, 그러면 이 사람에게는 이걸 해 주고 저 친구에게는 저걸 해 주고...

좋아하겠지, 그럼 나도 행복해,

생각만 해도 힘이 나서 씩씩하게 한 발 더 내딛게 되던 때도.

 

 

그러나 세월은 가고.

우리의 아름다움도, 아름답던 관계도,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던 이해도,

언제 그런 것이 존재하기나 했었냐는 듯이 흩어져 가고 마네요.

 

사람은 모두 섬이다. 그러나 그 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어바웃 어 보이에서 휴 그랜트가 마지막에 했던 나래이션이었지요.

주변 사람들과 저마다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서로 또 아끼는 관계를 중요시했던 제게

그래, 그거야,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었어요.

그러나 요즘은, 그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 하나가 된 기분이 들어요.

 

마음이 약해졌는지, 어제 오늘은 눈물이 많이 나네요.

저는 잘 울지 않아요...

가엾은 동물을 보고, 다른 사람의 가슴 아픈 상황을 보고는 울지만 제 일로는 울지 않아요. 운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밀려드는 기억에 떠내려갈 것 같은 심정으로 눈물이 흐르네요.

모든 것이 바래고 낡고 사라져 가네요. 그토록 절실하게 사랑했던 것들도.

 

다시 한 번만 그 눈을 보고, 다시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면.

 

 

 

* 맨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두 시간이 넘게 지났어요.

그만... 자야겠습니다. 밤이라서 더 감상적이 된 것이겠지요.

세월, 시간, 사람, 삶... 정답이 뭔지 몰라서 가슴 아픈 것은 아니니 너무 아픈 댓글은 말아 주세요...

이런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할 것도 아니라는 그 정답을 알아서

그냥 여기에 털어놓았어요. 나중에 정 부끄러워지면 지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용서하시고...

안녕히들 주무시길.

 

 

IP : 112.152.xxx.14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7 5:53 AM (115.41.xxx.10)

    이것 저것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글이네요.
    잘 뒤돌아보지 않는 저로서는...

    글을 잘 쓰셔서 잠시 같이 뒤돌아 보았어요.
    저는 미련이 없네요.

  • 2. .....
    '12.1.7 7:01 AM (183.97.xxx.249)

    참 제맘같은 글이네요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도 까마득하고
    그럼에도 그리운 친구가 있어요
    그러나 보고싶지는 않은 ..정말 너무나 다른 사는법을 공감할수 없기에
    그저 같이 한 그 젊은 날들이 그리울뿐일지도
    그럼에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없네요
    이제껏 사는라 고생했다
    앞으로 앞으로 조금만 더 살면 산자에게 가슴아픈 기억없이
    떠날 수 잇는 시간이 오리니..
    정말 아무 미련이 없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5970 사랑스런 시댁! 3 한율애미 2012/04/11 1,272
95969 노원 투표하고 왔어요 헥헥 5 dd 2012/04/11 1,477
95968 긴장되어서 1 나도도해 2012/04/11 736
95967 4시-6시 마지막 피치를 내봅시다 3 조금 2012/04/11 997
95966 어린이집 학부형들 알려주세요^^ 1 봄날 2012/04/11 688
95965 투표율을 못 믿겠어요. 11 불신 2012/04/11 2,136
95964 투표소 안내문 있었나요? 2 .. 2012/04/11 636
95963 공지영 진짜 미친거같아요 19 ㅇㅇㅇ 2012/04/11 18,820
95962 수원사건.... 이런 지혜를 발휘했다면.... 6 이런이런 2012/04/11 1,564
95961 근데 왜 투표마감시간이 6시인거에요?ㅠㅠ 13 넘짧아 2012/04/11 1,940
95960 도와주세요. 투표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12 도움절실 2012/04/11 1,287
95959 김용민후보는 어떤가요? 2 노원! 2012/04/11 1,731
95958 넥타이 하이힐부대에게 희망을 겁니다 3 마니또 2012/04/11 1,208
95957 82게시판 보고 계신 분들은 손가락부대 2012/04/11 851
95956 부경대가 한번이 아니었네요. 10 ㅡㅡ 2012/04/11 1,773
95955 아직도 아파트 투표독려방송 안하네요. 5 안나와요. 2012/04/11 1,009
95954 20대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2 2012/04/11 1,059
95953 2030 투표만이 막말변태떼 독주를 막을 수 있습니다. 투표참여 2012/04/11 910
95952 sbs 꼭! 보세요. 1 총선개표방송.. 2012/04/11 1,854
95951 개표방송 함께 보기로 했는데.. 투표 2012/04/11 775
95950 4시 45.8 나왔군요. 16 2012/04/11 2,695
95949 이쁜 경비아자씨 2 ㅎㅎ 2012/04/11 1,203
95948 최종 투표율 얼마나 나올까요? 13 과연 2012/04/11 2,112
95947 대구인데... 유모차 끌고 젊은 주부들이 1 닥치고 독려.. 2012/04/11 1,694
95946 여러분, 투표 많이 해서 1 탄핵 2012/04/11 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