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은 그런 날.

눈물 조회수 : 1,434
작성일 : 2012-01-07 05:01:35

세월이 할퀴지 않고 곱게 지나가 주는 것이 세상에 있을까요.

 

많은 나이도 아닌데. 돌아보니, 지금까지 비틀거리며 걸어온 길 위에 제가 잃어버려 온 것들이 점점이 놓여 있네요.

깨지고 바랜 것들. 잃어버리는 줄도 모르게 잃어버린 것들. 잡고 싶었지만 멀어져 간 것들...

다시 만져 볼 수도 없게 멀리 흩어져 있는 파편들을 바라보니

가슴이...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저미어 옵니다.

 

그 중에서도 저를 가장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사람'이에요.

변화가 꼭 나쁜 것은 아닐 텐데. 조금씩 조금씩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다 보면,

어제보다는 내일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같이 뒹구는 천진한 어린 동물처럼, 서로에게는 발톱을 세우지 않으리라, 서로에게 결코 상처를 내지 않으리라

믿고 지내 왔던 사람들이... 서로 이유도 모른 채 멀어져 가거나, 멀어져 가다가 서로 다시 조우하면

어쩐지 어색해져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어지거나,

공감할 수 없는 가치관을 신주단지처럼 받들고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거나...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말을 내뱉는 것을 목도하게 되거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길로 가 버리는 뒷모습을, 이름 불러 보지도 못하고 바라보게 되거나...

그렇네요. 세월이 흐르다 보니. 서로 격려하고 다독이며 씩씩하게, 자갈 많은 인생길이어도 어깨 부축하며

그렇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해가, 오해였다고,

아니면, 그 때 그 말은 왜 그랬느냐고,

쉽게 묻지도 못할 거리로 멀어져 있습니다. 언제부터, 왜 그랬는지 알 수도 없이.

 

세상 끝에 가 있어도 나는 춥지 않다, 고 느꼈던 때가 있었어요.

내 장례식에 와서 애간장 녹도록 울어 줄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죽지 말고 살아야지, 했던 때도 있었고요.

능력을 키워서 돈 많이 벌어야지, 그러면 이 사람에게는 이걸 해 주고 저 친구에게는 저걸 해 주고...

좋아하겠지, 그럼 나도 행복해,

생각만 해도 힘이 나서 씩씩하게 한 발 더 내딛게 되던 때도.

 

 

그러나 세월은 가고.

우리의 아름다움도, 아름답던 관계도,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던 이해도,

언제 그런 것이 존재하기나 했었냐는 듯이 흩어져 가고 마네요.

 

사람은 모두 섬이다. 그러나 그 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어바웃 어 보이에서 휴 그랜트가 마지막에 했던 나래이션이었지요.

주변 사람들과 저마다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서로 또 아끼는 관계를 중요시했던 제게

그래, 그거야,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었어요.

그러나 요즘은, 그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 하나가 된 기분이 들어요.

 

마음이 약해졌는지, 어제 오늘은 눈물이 많이 나네요.

저는 잘 울지 않아요...

가엾은 동물을 보고, 다른 사람의 가슴 아픈 상황을 보고는 울지만 제 일로는 울지 않아요. 운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밀려드는 기억에 떠내려갈 것 같은 심정으로 눈물이 흐르네요.

모든 것이 바래고 낡고 사라져 가네요. 그토록 절실하게 사랑했던 것들도.

 

다시 한 번만 그 눈을 보고, 다시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면.

 

 

 

* 맨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두 시간이 넘게 지났어요.

그만... 자야겠습니다. 밤이라서 더 감상적이 된 것이겠지요.

세월, 시간, 사람, 삶... 정답이 뭔지 몰라서 가슴 아픈 것은 아니니 너무 아픈 댓글은 말아 주세요...

이런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할 것도 아니라는 그 정답을 알아서

그냥 여기에 털어놓았어요. 나중에 정 부끄러워지면 지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용서하시고...

안녕히들 주무시길.

 

 

IP : 112.152.xxx.14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7 5:53 AM (115.41.xxx.10)

    이것 저것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글이네요.
    잘 뒤돌아보지 않는 저로서는...

    글을 잘 쓰셔서 잠시 같이 뒤돌아 보았어요.
    저는 미련이 없네요.

  • 2. .....
    '12.1.7 7:01 AM (183.97.xxx.249)

    참 제맘같은 글이네요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도 까마득하고
    그럼에도 그리운 친구가 있어요
    그러나 보고싶지는 않은 ..정말 너무나 다른 사는법을 공감할수 없기에
    그저 같이 한 그 젊은 날들이 그리울뿐일지도
    그럼에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없네요
    이제껏 사는라 고생했다
    앞으로 앞으로 조금만 더 살면 산자에게 가슴아픈 기억없이
    떠날 수 잇는 시간이 오리니..
    정말 아무 미련이 없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8627 이선균씨 참 매력있네요. 28 @ 2012/01/15 9,583
58626 같이 들어여. 한명숙님에 드리는 노래.. 2 듣보잡 2012/01/15 640
58625 막장에 찍어먹는 부산순대가 너무 먹고파요 16 악 생각나ㅠ.. 2012/01/15 3,060
58624 도움 절실합니다. 연말정산 궁금해요 3 ^^ 2012/01/15 831
58623 언제부터인가 드라마나 영화보면 사람 구별이 잘 안 되요 ㅠㅠ 4 .... 2012/01/15 919
58622 (잎) 녹차 찌꺼기 활용법 좀 알려주세요 3 고독 2012/01/15 891
58621 이학영후보님 떨어져서 아쉽네요.. 18 기쁨별 2012/01/15 2,165
58620 만보기 어디서 사야 튼튼한거 살수 있나요? 4 .. 2012/01/15 1,357
58619 최강희 (선전) 더러워요 25 나만? 2012/01/15 16,813
58618 (과학문제) 한겨울에 계곡물이 차가울까요 바닷물이 차가울까요 10 한겨울 2012/01/15 1,613
58617 듀나게시판 회원분들.. 2 엘레핀 2012/01/15 1,028
58616 구스다운을 물세탁했는데 탈수가 안되여..ㅜㅜ 5 봄바람 2012/01/15 2,809
58615 부분 염색 알려주세요 2 나이 2012/01/15 818
58614 한명숙의 불편한 과거 행적 15 freeti.. 2012/01/15 2,585
58613 감기 몸살에 링겔(?)같은거 맞으면 효과 볼까요? 10 ... 2012/01/15 30,295
58612 평소 근시로 렌즈 끼시다가 노안 오신분들 없으신가요? 9 노안 2012/01/15 3,513
58611 근데 주변에 잘생긴 남자가 있긴 있나요??? 36 에... 2012/01/15 17,974
58610 따스함을 주는 문재인의 후원계좌 안내말씀 5 참맛 2012/01/15 1,389
58609 박완규가 부른 "하망연" 6 한나 푸르나.. 2012/01/15 2,842
58608 장염증상중 설사,열이 없는데도 4 그럴수있나해.. 2012/01/15 4,126
58607 민주통합당 새대표에 한명숙전총리 당선-반드시 정권교체이루겠다 2 기린 2012/01/15 499
58606 k팝 스타 이하이 16 오디션 2012/01/15 4,073
58605 헉.. mbc뭡니까..? 23 삶의열정 2012/01/15 9,993
58604 눈이 흐려지기 시작했는데 돋보기는 언제부터 쓰면 되나요? 2 돋보기 2012/01/15 1,243
58603 이서진 매력 있네요. 12 이서진 2012/01/15 4,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