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근태 선생님의 가시는 길에 ....산마루 서신에서(퍼옴)

ㅠ.ㅠ 조회수 : 1,327
작성일 : 2012-01-05 19:51:20
안녕히 가세요.

또 뵐 수 있게 된다면

그곳은 천국이겠지요.

당신 같은 분들을 위해서라면

꼭 그런 곳이 있어야 창조주는 좋은 분이시겠지요.


 

불의하고 악한 이들이 이곳에 더 오래 많이 머무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사는 이곳은 분명 천국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을 모질게 고문한, 야수도 할 수 없는 짓을 한 이는

저렇게 기름진 모습으로 살아

“그 시대에 고문도 예술”이라고 여전히 살아 노래하며

목사 안수까지 받고는 자신은 “그 시대 안중근과 같은 역”을 했노라 설교하고 있으니

분명 천국은 이곳이 아닌 저곳에 있는 것이겠지요.


 

이 땅엔 종교라 할지라도

그 껍데기엔 천국이 담겨 있을 수가 없습니다.

목사인 제가 정말 오늘은 더욱 부끄럽습니다.

밥값도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어찌 피하겠습니까?


 

나는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누님” 조화순 목사님을 통해

타고난 그 견고하고 깊은 당신의 속을 퍽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대학시절 공순이들(그 시대엔 이렇게 불렀다)과 같이 지내던

조 목사님을 찾아와서 사람취급 받지 못하던 그 여공들을 돕겠다고 했지요.


 

그때 조 목사님은 학삐리들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며 교묘히 거절하셨지요.

학삐리들은 젊은 여직공들을 꽤서 가슴만 달뜨게 해놓고 떠나버리는 일이

흔했기에 찾아온 남학생들을 내쫓으려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숙제를 주어서 기도회 성경공부에 못 오게 하였지요.


 

그때 당신은 일주일을 밤새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을 시켜도

아무 소리 하지 않고 해냈지요. 성경을 열장 스무장 배껴 써오라면 써오고….

심지어 시험 기간에 그렇게 해도 그리하였다고 하지요.

때론 화장실 청소를 시키면 시키는 대로

밥을 지으라 하면 하라는 대로

무슨 일이든 말 없이 해냈다 하지요.

새하얀 얼굴에 말도 없던 순수한 청년이었다지요.


 

조화순 목사님은 이렇게 그 당시를 한 방 날리셨습니다.

“김근태는 그때 그곳을 다녀간 신학생 성직자 열보다 났다!”


 

당신은 분단된 조국에서 이데올로기로 정신까지 분열되고

산업화의 미명 아래 군부독재 군홧발로 사람을 짓밟을 때에

고문실 칠성판 위에서 전깃줄로 사지와 성기까지 엮여 전기고문을 당하면서 

인간됨을 말살당하면서까지 이 시대의 십자가를 졌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모든 가해자를 품는 여유와 신중함으로

여의도판에서 정적들에게서까지 존경 받던 휴먼이스트였습니다.


 

당신은 국회의원 금 빼지를 가슴에 달고도

마지막까지 양심을 지키느라

부당한 돈 받기를 거절하였기에

혼자 밥 먹을 때에는 라면집 김밥집에서 끼니를 때웠지요.


 

그 누가 찾아와도

당신은 일어나서 맞이하고

문밖까지 배웅하는 겸손하고 따뜻한 신사였지요.


 

그럼에도 이데올로기와 정쟁 속에서

당신은 여전히 곡해를 당하였습니다.  

저 역시 때론 마음의 거리를 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이 지나고 역사가 제자리에 설 때에

당신의 양심과 진실은 이 땅에서 다시 꽃필 것입니다.

이곳이 여전히 천국이 아닐지라도.


 

다시 뵐 수 있을까요?

영광이 될 것입니다.

이 추위가 몰아치는 깊은 밤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이주연>

IP : 116.34.xxx.20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5 8:00 PM (115.136.xxx.195)

    김근태선생님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이분 돌아가시고 정말 며칠은 심하게 화가 났었어요.
    이사회에...

    고문받고 나서 의연하게 고문을 폭로하던 모습 인재근여사가
    기억납니다. 이런분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잘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사회가 뒤죽박죽인게 화나고 한스러워요.

    김근태선생님 죄송하고 속상하고 그런마음이 큽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838 82에 스마트폰으로 글 올리기 잘 되나요? 6 .. 2012/01/06 1,554
56837 곽노현 사건 어떻게 볼 것인가 7 길벗1 2012/01/06 2,035
56836 역시 아무리 닦아도 걸레 1 역시나 2012/01/06 1,917
56835 국내브랜드(아가방. 해피랜드 등) 유모차도 괜찮나요? 2 유모차 2012/01/06 2,521
56834 82쿡님들에게 질문해봐용 2 ㅇㅇ 2012/01/06 1,379
56833 82 끊을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괴로워요 13 dmdm 2012/01/06 2,264
56832 동남아 효도 관광 추천 부탁드려요 2 funfun.. 2012/01/06 2,588
56831 저의 두번째 낙이 사라져버렸어요... 2 ..... 2012/01/06 2,547
56830 제 아들이 집단따돌림 가해학생이었습니다.. 43 .... 2012/01/06 24,382
56829 소고기소분.?? 2 ........ 2012/01/06 1,423
56828 밤중수유에 관해 조언 좀 해주세요 3 수유 2012/01/06 1,373
56827 아이에게 협박하는거, 이거 괜찮을까요? 4 감옥간다! 2012/01/06 1,717
56826 이모 질투나게 잘살기? 4 진짜싫은사람.. 2012/01/06 2,650
56825 햄스터 키우는분들 집안에 두시나요 베란다에 두시나요 4 문의 2012/01/06 1,747
56824 수술비 보상 받으면 다른 보험에 못 드나요? 6 아이들 보험.. 2012/01/06 1,921
56823 논술은 계속 준비해야 하는 걸까요? 1 어쩔까 2012/01/06 1,770
56822 아르바이트사원 모집 공고입니다. 3 내안에그대 2012/01/06 2,173
56821 머리카락이 빈약한데 헤어스타일 4 머리숱 고민.. 2012/01/06 2,474
56820 강풀 ‘29년’ 드디어 영화로 보나? 캐스팅 진행 소식 모락모락.. 2 세우실 2012/01/06 1,648
56819 쥬스 만들고 남은 당근찌꺼기가 아까워요 8 뭘로 2012/01/06 4,929
56818 굴업도 개발 반대 서명 부탁드립니다. 4 장작가 2012/01/06 1,957
56817 여자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남자의 패션은 어떤게 있을까요. 13 금떡 2012/01/06 2,929
56816 백마 꿈 해몽 부탁해여 ~제발 1 꿈해몽 ^^.. 2012/01/06 2,238
56815 노래방에서 이렇게 놀고싶네요~ ㅋㅋ 3 김선경 2012/01/06 2,030
56814 핸드폰에서 아웃룩메일 확인하는법 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2012/01/06 7,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