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근태 선생님의 가시는 길에 ....산마루 서신에서(퍼옴)

ㅠ.ㅠ 조회수 : 1,033
작성일 : 2012-01-05 19:51:20
안녕히 가세요.

또 뵐 수 있게 된다면

그곳은 천국이겠지요.

당신 같은 분들을 위해서라면

꼭 그런 곳이 있어야 창조주는 좋은 분이시겠지요.


 

불의하고 악한 이들이 이곳에 더 오래 많이 머무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사는 이곳은 분명 천국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을 모질게 고문한, 야수도 할 수 없는 짓을 한 이는

저렇게 기름진 모습으로 살아

“그 시대에 고문도 예술”이라고 여전히 살아 노래하며

목사 안수까지 받고는 자신은 “그 시대 안중근과 같은 역”을 했노라 설교하고 있으니

분명 천국은 이곳이 아닌 저곳에 있는 것이겠지요.


 

이 땅엔 종교라 할지라도

그 껍데기엔 천국이 담겨 있을 수가 없습니다.

목사인 제가 정말 오늘은 더욱 부끄럽습니다.

밥값도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어찌 피하겠습니까?


 

나는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누님” 조화순 목사님을 통해

타고난 그 견고하고 깊은 당신의 속을 퍽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대학시절 공순이들(그 시대엔 이렇게 불렀다)과 같이 지내던

조 목사님을 찾아와서 사람취급 받지 못하던 그 여공들을 돕겠다고 했지요.


 

그때 조 목사님은 학삐리들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며 교묘히 거절하셨지요.

학삐리들은 젊은 여직공들을 꽤서 가슴만 달뜨게 해놓고 떠나버리는 일이

흔했기에 찾아온 남학생들을 내쫓으려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숙제를 주어서 기도회 성경공부에 못 오게 하였지요.


 

그때 당신은 일주일을 밤새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을 시켜도

아무 소리 하지 않고 해냈지요. 성경을 열장 스무장 배껴 써오라면 써오고….

심지어 시험 기간에 그렇게 해도 그리하였다고 하지요.

때론 화장실 청소를 시키면 시키는 대로

밥을 지으라 하면 하라는 대로

무슨 일이든 말 없이 해냈다 하지요.

새하얀 얼굴에 말도 없던 순수한 청년이었다지요.


 

조화순 목사님은 이렇게 그 당시를 한 방 날리셨습니다.

“김근태는 그때 그곳을 다녀간 신학생 성직자 열보다 났다!”


 

당신은 분단된 조국에서 이데올로기로 정신까지 분열되고

산업화의 미명 아래 군부독재 군홧발로 사람을 짓밟을 때에

고문실 칠성판 위에서 전깃줄로 사지와 성기까지 엮여 전기고문을 당하면서 

인간됨을 말살당하면서까지 이 시대의 십자가를 졌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모든 가해자를 품는 여유와 신중함으로

여의도판에서 정적들에게서까지 존경 받던 휴먼이스트였습니다.


 

당신은 국회의원 금 빼지를 가슴에 달고도

마지막까지 양심을 지키느라

부당한 돈 받기를 거절하였기에

혼자 밥 먹을 때에는 라면집 김밥집에서 끼니를 때웠지요.


 

그 누가 찾아와도

당신은 일어나서 맞이하고

문밖까지 배웅하는 겸손하고 따뜻한 신사였지요.


 

그럼에도 이데올로기와 정쟁 속에서

당신은 여전히 곡해를 당하였습니다.  

저 역시 때론 마음의 거리를 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이 지나고 역사가 제자리에 설 때에

당신의 양심과 진실은 이 땅에서 다시 꽃필 것입니다.

이곳이 여전히 천국이 아닐지라도.


 

다시 뵐 수 있을까요?

영광이 될 것입니다.

이 추위가 몰아치는 깊은 밤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이주연>

IP : 116.34.xxx.20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5 8:00 PM (115.136.xxx.195)

    김근태선생님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이분 돌아가시고 정말 며칠은 심하게 화가 났었어요.
    이사회에...

    고문받고 나서 의연하게 고문을 폭로하던 모습 인재근여사가
    기억납니다. 이런분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잘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사회가 뒤죽박죽인게 화나고 한스러워요.

    김근태선생님 죄송하고 속상하고 그런마음이 큽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4345 장례식비용 뭐가 잘못되었나요? 18 머리 아퍼 2012/01/28 5,550
64344 여윳돈이 생겻는데 어디다 넣어두는 게 좋을까요? 6 여윳돈 2012/01/28 2,834
64343 한 은행에 5000이상 안넣으시나요? 4 .. 2012/01/28 2,995
64342 공중파의 위기네요^^ 뉴스타파, 이털남,나꼼수,나꼽살,저공비행~.. 3 겨울 2012/01/28 1,445
64341 진흥저축은행 2 .. 2012/01/28 962
64340 영드 셜록 시즌2 보신 분들? (스포) 21 반지 2012/01/28 2,038
64339 콜리플라워 아스파라거스 어디서살수있어요? 3 자연식 2012/01/28 810
64338 수동 운전 재미있나요? 13 ..... 2012/01/28 2,546
64337 서울시의 일그러진 영웅 학생인권 말아먹다! safi 2012/01/28 702
64336 8개월 아가가 아토피래요 17 ㅜㅜ 2012/01/28 2,255
64335 굿하고 남은 음식 드시나요? 13 굿 2012/01/28 11,434
64334 나중에 자식한테 고대로 받는다는말.. 케바케인가봐요 20 시누이 2012/01/28 5,275
64333 주진우 기자가 국문학도가 된 이유.txt ㅎㅎ 2012/01/28 1,165
64332 친정엄마 주택연금 받으려면 엄마앞으로 명의이전해야하나요?(돌아가.. 3 .. 2012/01/28 2,246
64331 집에 버섯이 종류별로 많은데 뭘 할까요? 16 미도리 2012/01/28 1,573
64330 어린이집 생일파티 피자 ...어떤게 좋을까요? 2 피자피자 2012/01/28 1,615
64329 초코렛 전문점이 있다면 그곳에 어떤 메뉴를 넣으시겠어요? 11 초코패닉 2012/01/28 1,255
64328 홀덤보드카페 어떤곳인가요? 찐감자 2012/01/28 538
64327 한창 농구 인기 있던 시절에 농구 좋아하셨던 분들 계신가요 ㅎㅎ.. 4 이상민 2012/01/28 732
64326 포인트사용하려고 본인인증하기 포이트 2012/01/28 587
64325 마크? 이 님 이상해요; 20 초딩? 2012/01/28 2,541
64324 남자 찜쪄먹는다는뜻이 좋은뜻인가요? 4 부자 2012/01/28 1,690
64323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제거 포기...한다고 발표했네요. 13 민폐국가 2012/01/28 3,831
64322 통영얘기 많은데 저도 통영 질문이요 9 동동반짝 2012/01/28 1,830
64321 설탕은 보통 백설탕 쓰시나요? 19 ... 2012/01/28 2,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