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근태 선생님의 가시는 길에 ....산마루 서신에서(퍼옴)

ㅠ.ㅠ 조회수 : 962
작성일 : 2012-01-05 19:51:20
안녕히 가세요.

또 뵐 수 있게 된다면

그곳은 천국이겠지요.

당신 같은 분들을 위해서라면

꼭 그런 곳이 있어야 창조주는 좋은 분이시겠지요.


 

불의하고 악한 이들이 이곳에 더 오래 많이 머무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사는 이곳은 분명 천국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을 모질게 고문한, 야수도 할 수 없는 짓을 한 이는

저렇게 기름진 모습으로 살아

“그 시대에 고문도 예술”이라고 여전히 살아 노래하며

목사 안수까지 받고는 자신은 “그 시대 안중근과 같은 역”을 했노라 설교하고 있으니

분명 천국은 이곳이 아닌 저곳에 있는 것이겠지요.


 

이 땅엔 종교라 할지라도

그 껍데기엔 천국이 담겨 있을 수가 없습니다.

목사인 제가 정말 오늘은 더욱 부끄럽습니다.

밥값도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어찌 피하겠습니까?


 

나는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누님” 조화순 목사님을 통해

타고난 그 견고하고 깊은 당신의 속을 퍽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대학시절 공순이들(그 시대엔 이렇게 불렀다)과 같이 지내던

조 목사님을 찾아와서 사람취급 받지 못하던 그 여공들을 돕겠다고 했지요.


 

그때 조 목사님은 학삐리들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며 교묘히 거절하셨지요.

학삐리들은 젊은 여직공들을 꽤서 가슴만 달뜨게 해놓고 떠나버리는 일이

흔했기에 찾아온 남학생들을 내쫓으려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숙제를 주어서 기도회 성경공부에 못 오게 하였지요.


 

그때 당신은 일주일을 밤새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을 시켜도

아무 소리 하지 않고 해냈지요. 성경을 열장 스무장 배껴 써오라면 써오고….

심지어 시험 기간에 그렇게 해도 그리하였다고 하지요.

때론 화장실 청소를 시키면 시키는 대로

밥을 지으라 하면 하라는 대로

무슨 일이든 말 없이 해냈다 하지요.

새하얀 얼굴에 말도 없던 순수한 청년이었다지요.


 

조화순 목사님은 이렇게 그 당시를 한 방 날리셨습니다.

“김근태는 그때 그곳을 다녀간 신학생 성직자 열보다 났다!”


 

당신은 분단된 조국에서 이데올로기로 정신까지 분열되고

산업화의 미명 아래 군부독재 군홧발로 사람을 짓밟을 때에

고문실 칠성판 위에서 전깃줄로 사지와 성기까지 엮여 전기고문을 당하면서 

인간됨을 말살당하면서까지 이 시대의 십자가를 졌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모든 가해자를 품는 여유와 신중함으로

여의도판에서 정적들에게서까지 존경 받던 휴먼이스트였습니다.


 

당신은 국회의원 금 빼지를 가슴에 달고도

마지막까지 양심을 지키느라

부당한 돈 받기를 거절하였기에

혼자 밥 먹을 때에는 라면집 김밥집에서 끼니를 때웠지요.


 

그 누가 찾아와도

당신은 일어나서 맞이하고

문밖까지 배웅하는 겸손하고 따뜻한 신사였지요.


 

그럼에도 이데올로기와 정쟁 속에서

당신은 여전히 곡해를 당하였습니다.  

저 역시 때론 마음의 거리를 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이 지나고 역사가 제자리에 설 때에

당신의 양심과 진실은 이 땅에서 다시 꽃필 것입니다.

이곳이 여전히 천국이 아닐지라도.


 

다시 뵐 수 있을까요?

영광이 될 것입니다.

이 추위가 몰아치는 깊은 밤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이주연>

IP : 116.34.xxx.20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5 8:00 PM (115.136.xxx.195)

    김근태선생님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이분 돌아가시고 정말 며칠은 심하게 화가 났었어요.
    이사회에...

    고문받고 나서 의연하게 고문을 폭로하던 모습 인재근여사가
    기억납니다. 이런분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잘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사회가 뒤죽박죽인게 화나고 한스러워요.

    김근태선생님 죄송하고 속상하고 그런마음이 큽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167 남녀의 차이 아항항 2012/01/06 863
56166 화성인 바이러스 "생식녀"편에 나온 스피룰리!.. 6 사고싶다!!.. 2012/01/06 3,955
56165 1월 6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2/01/06 748
56164 환기 자주하시는 분들, 보일러 몇번 돌리세요? 궁금 2012/01/06 1,014
56163 지금 여름옷 살수있는 사이트 있을까요? 5 uu 2012/01/06 1,398
56162 정봉주(재판)를 보는 새로운 시각 31 길벗1 2012/01/06 3,749
56161 구들장전기매트를 샀는데 전혀 안따뜻해여..반품할까요?? 9 뜨끈뜨끈 2012/01/06 6,150
56160 어떡해해야 할 지..방사능벽지 3 ㅠㅠ 2012/01/06 2,022
56159 교원 업무 경감에 가장 도움 안되는게 국회의원들임 5 2012/01/06 990
56158 1월 6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2012/01/06 887
56157 저도 패딩좀 봐주세요. 4 저도 패딩 2012/01/06 1,852
56156 싱크대 개수대밑에 냄비수납선반 사용하시나요? 4 궁금 2012/01/06 3,019
56155 난폭한 로맨스 재밌지 않으세요?? 14 수목드라마 2012/01/06 2,217
56154 자꾸자꾸 우울해질땐 어떻게 하세요? 5 모이 2012/01/06 1,908
56153 미역국 질문이요.ㅠ,ㅠ 4 국사랑 2012/01/06 1,427
56152 노인냄새....어떻게 없애나요? 14 훼브리즈여사.. 2012/01/06 15,593
56151 <거짓의 사람들 > 가카의 모습이 오버랩되다. 2 거짓 2012/01/06 1,124
56150 (원글펑합니다.)8살짜리애가 학원에서 맞았다고 합니다. 6 8살 2012/01/06 1,838
56149 쇼퍼백 추천해주세요 ,,,, 2012/01/06 1,135
56148 진정한 엿배틀, 엿셔틀이 시작되었습니다. ㅋㅋㅋ 18 시인지망생 2012/01/06 15,452
56147 계약기간 한달반 남기고 방빼라 하면 이사비용 청구 가능한가요? 6 ... 2012/01/06 2,437
56146 시댁 외가쪽 호칭문의.. 3 궁금녀 2012/01/06 1,928
56145 현재 아파트 전세 계약 1년이 유리할까요? 전세하락혹은.. 2012/01/06 1,493
56144 남자 나이 40 중반... 17 ... 2012/01/06 6,746
56143 방치된 5남매 보고서 화가나서 잠이 안와요 4 호루라기 2012/01/06 3,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