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근태 선생님의 가시는 길에 ....산마루 서신에서(퍼옴)

ㅠ.ㅠ 조회수 : 814
작성일 : 2012-01-05 19:51:20
안녕히 가세요.

또 뵐 수 있게 된다면

그곳은 천국이겠지요.

당신 같은 분들을 위해서라면

꼭 그런 곳이 있어야 창조주는 좋은 분이시겠지요.


 

불의하고 악한 이들이 이곳에 더 오래 많이 머무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사는 이곳은 분명 천국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을 모질게 고문한, 야수도 할 수 없는 짓을 한 이는

저렇게 기름진 모습으로 살아

“그 시대에 고문도 예술”이라고 여전히 살아 노래하며

목사 안수까지 받고는 자신은 “그 시대 안중근과 같은 역”을 했노라 설교하고 있으니

분명 천국은 이곳이 아닌 저곳에 있는 것이겠지요.


 

이 땅엔 종교라 할지라도

그 껍데기엔 천국이 담겨 있을 수가 없습니다.

목사인 제가 정말 오늘은 더욱 부끄럽습니다.

밥값도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어찌 피하겠습니까?


 

나는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누님” 조화순 목사님을 통해

타고난 그 견고하고 깊은 당신의 속을 퍽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대학시절 공순이들(그 시대엔 이렇게 불렀다)과 같이 지내던

조 목사님을 찾아와서 사람취급 받지 못하던 그 여공들을 돕겠다고 했지요.


 

그때 조 목사님은 학삐리들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며 교묘히 거절하셨지요.

학삐리들은 젊은 여직공들을 꽤서 가슴만 달뜨게 해놓고 떠나버리는 일이

흔했기에 찾아온 남학생들을 내쫓으려고

도저히 할 수 없는 숙제를 주어서 기도회 성경공부에 못 오게 하였지요.


 

그때 당신은 일주일을 밤새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을 시켜도

아무 소리 하지 않고 해냈지요. 성경을 열장 스무장 배껴 써오라면 써오고….

심지어 시험 기간에 그렇게 해도 그리하였다고 하지요.

때론 화장실 청소를 시키면 시키는 대로

밥을 지으라 하면 하라는 대로

무슨 일이든 말 없이 해냈다 하지요.

새하얀 얼굴에 말도 없던 순수한 청년이었다지요.


 

조화순 목사님은 이렇게 그 당시를 한 방 날리셨습니다.

“김근태는 그때 그곳을 다녀간 신학생 성직자 열보다 났다!”


 

당신은 분단된 조국에서 이데올로기로 정신까지 분열되고

산업화의 미명 아래 군부독재 군홧발로 사람을 짓밟을 때에

고문실 칠성판 위에서 전깃줄로 사지와 성기까지 엮여 전기고문을 당하면서 

인간됨을 말살당하면서까지 이 시대의 십자가를 졌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모든 가해자를 품는 여유와 신중함으로

여의도판에서 정적들에게서까지 존경 받던 휴먼이스트였습니다.


 

당신은 국회의원 금 빼지를 가슴에 달고도

마지막까지 양심을 지키느라

부당한 돈 받기를 거절하였기에

혼자 밥 먹을 때에는 라면집 김밥집에서 끼니를 때웠지요.


 

그 누가 찾아와도

당신은 일어나서 맞이하고

문밖까지 배웅하는 겸손하고 따뜻한 신사였지요.


 

그럼에도 이데올로기와 정쟁 속에서

당신은 여전히 곡해를 당하였습니다.  

저 역시 때론 마음의 거리를 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이 지나고 역사가 제자리에 설 때에

당신의 양심과 진실은 이 땅에서 다시 꽃필 것입니다.

이곳이 여전히 천국이 아닐지라도.


 

다시 뵐 수 있을까요?

영광이 될 것입니다.

이 추위가 몰아치는 깊은 밤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이주연>

IP : 116.34.xxx.20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5 8:00 PM (115.136.xxx.195)

    김근태선생님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이분 돌아가시고 정말 며칠은 심하게 화가 났었어요.
    이사회에...

    고문받고 나서 의연하게 고문을 폭로하던 모습 인재근여사가
    기억납니다. 이런분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잘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사회가 뒤죽박죽인게 화나고 한스러워요.

    김근태선생님 죄송하고 속상하고 그런마음이 큽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8223 하자많은집..전세보러온 사람에게 솔직해야할까요 7 세입자 2012/01/14 2,108
58222 저코곤대요ㅠ 7 여자가 2012/01/14 735
58221 물결 웨이브는 어찌 만드나요?? 알려주세요 2012/01/14 552
58220 보노겐 아세요? 탈모샴푸 1 앙이뽕 2012/01/14 838
58219 일렉 에르고라피도 몇분 청소가능한건가요? 급해요. 2 ... 2012/01/14 1,399
58218 외로워요..심심해요.. 8 외로워요ㅠ 2012/01/14 2,253
58217 저 밖에서 거의 음식 못먹어요 1 스트레스 2012/01/14 1,393
58216 캐나다서 한국 가져갈 것과 핸드폰 사용 9 야호 한국간.. 2012/01/14 1,617
58215 원래 심하게 체한게 이리 오래 가나요? 13 .. 2012/01/14 20,102
58214 대학 입학식 하나요? 2 2012/01/14 849
58213 맛있는만두 3 애짱 2012/01/14 1,811
58212 한국말이 외국인이 듣기에 발음이 아름답나요? 50 푸른연 2012/01/14 23,287
58211 주인댁 아드님 결혼식인데 부조 얼마해야 할까요? 4 세나 2012/01/14 1,520
58210 오이피클 만들때요~ 2 질문 2012/01/14 668
58209 갑자기 하면 몸이 붓나요? 1 운동 2012/01/14 1,214
58208 지금 갓 구할수 있을까요? 1 넘좋아 2012/01/14 349
58207 이**토킹클럽 어떤가요 2 영어 2012/01/14 753
58206 드럼세탁기 3몇년 전 산것 반품되나요 5 드럼세탁기 2012/01/14 1,695
58205 집에 타요 중앙 차고지 가지고 계신분... 확인 좀 해주세요.... 2 .. 2012/01/14 721
58204 의사 부인들이 카운터에 나와 앉아 있기도 하나요? 25 2012/01/14 12,951
58203 택배 언제까지 접수받나요? 2 택배 2012/01/14 674
58202 여행용 캐리어..기내용으로 어디서 구입하세요? 2 가방 2012/01/14 1,724
58201 새똥님 아이디로 검색해도 글이 나오지가 않아요. 5 양희부인 2012/01/14 2,273
58200 설날 선물 추천 해 주세요 4 라임 2012/01/14 636
58199 MBC 뉴스의 변화가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소설을 써봅니다.).. 3 핫뮤지션 2012/01/14 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