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때도 좋을때도 있잖아요.
새학기에 새로운 파일과 펜들을 잔뜩 사서 두근두근 실라버스를 받아들고 뭘 언제 읽어야겠다 계획할 때라든가
어느 순간 하다보니 빠져서 몇시간이 흘러있고...
이게 뭐지뭐지 하다가 아하 그거구나 깨닫는 기쁨,
생각보다 잘돼서 이걸 정말 내가 했단 말이야? 하면서 행복한 기분.
근데 대부분을 구성하는건 졸린데 일어나서 수업을 가야한다든지
오늘은 놀고 싶은데 이걸 해야 한다든지
봐도 봐도 잘 모르겠다든지 지루하고 인내를 요하는 시간들이잖아요.
육아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애가 막 사람을 알아보고 하루하루 발전하고 나를 보고 정말 세상에서 가장 환하게 웃고 할때는
어머나 이렇게 좋을수가 이거 진짜 보람있고 행복하군 하다가도
대부분은 이유없이 징징징징,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우고 싶어도 안되고
무한반복으로 기저귀를 갈고 먹이고 씻기고 안고 달래고...
저는 제일 힘든 부분이 아기의 욕구에 저를 맞추는 거에요.
제가 자고 싶을때 아기가 깨서 놀고 싶으면 노는거고
저는 안 자고 싶지만 아기가 자고 싶으면 불끄고 자는 시간이 되는거고...
그래서 제가 저번엔 우리 애한테 **야, **이가 오늘 이기적이네? 엄마는 너무너무 졸린데 우리 자면 안돼? 하다가 남편이 왜 애한테 이기적이라고 하냐고 한소리 들었어요.
근데 아기는 다른 사람 배려 못하기 때문에 천사지만 이기적이기도 해요.
그거에 부모는 초기 몇년 동안 맞춰야 하는거고
어느 정도 희생이 필요한 거죠.
그걸 엄마가 다 하라는거는, 솔직히 힘들다고 생각해요.
저희 친정 엄마는 저 키울때 베이비시터도 없고 하니 저를 잠깐 어디 맡기면 날아갈 거 같았대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외가에 가서 절 맡기고 낮잠을 자고 하지 않으면 살수가 없었다고...
저는 제 일이 있고 출산휴가때도 계속 상주 베이비시터가 있었으니까
솔직히 모유를 먹이고 밤에도 계속 같이 있고 아기랑 한 몸이 되는, 그런 체험은 못해봤어요.
육아카페 같은데 보면 그렇게 아기랑 한 몸이 되는 느낌을 가지는 엄마들도 많은데
어쩌면 그런 경우에는 육아를 힘들게 느끼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애 키우는건 정신적으로 지루하고 힘든걸 잘 참아내는 인내심과 육체적인 체력 둘 다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요.
강도로 말하자면 고3이나 약간 까다로운 논문쓰는 기간에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 정도?
왠만한 일반인 누구나 견뎌낼 수는 있지만 당사자한테는 쉽지만은 않은게 사실이고
아기를 낳기 전에 육아는 너무 달콤하고 행복하기만 할거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힘든 점이 있겠지만 이게 내 의무고 수행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마음을 먹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러고나면 어 의외로 즐겁고 좋은데? 할수도 있으니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