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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지가 돌아가셨네요.

슬픈 연말 조회수 : 5,037
작성일 : 2012-01-03 15:55:58

지난 12월31일 새벽에 아버지가 갑자기 66세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네요.

아침 일찍 엄마가 전화를 해서, 왠 이른 아침에 전화지? 생각하고 받았더니

아주 대성통곡을 하시며 하시는 말씀이 "아빠가 죽었어....아빠가 갑자기 죽었어"하십니다...

전날 술을 먹고 들어오셔서 "그동안 못난 남편 만나서 고생 많았어. 당신한테 많이 미안해"하시며

평소와 같이 씻고, 렌즈도 빼시고 주무셨대요.

그담날 아침에 엄마는 아빠가 깰까봐 조심조심 문을 열고 나가서 부엌으로 가서 식사준비를 하시고,

식탁에 상을 차려놓으시고 아빠를 불렀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어서

술을 드셔서 못일어나시나 하고 방으로 가 봤더니 손이 검게 변해있고, 몸은 차갑게 굳어있었답니다.

아빠는 마침 엄마와 반대쪽으로 누워 이불을 푹 덥고 주무셨기에 엄마가 일어난 당시에 아빠가 어떤 상태인지 전혀

알수 없었답니다.

아마도 주무신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나신듯 해요. 신음소리라도 내셨다면 잠귀밝은 엄마가 금방

알아차리셨을텐데 말이죠. 정말 청천벽력같은 일이었네요.

첨에 엄마 전화를 받고 발을 동동 구르며 엉엉 울었지요. 정말 가슴이 타들어가는게 어떤건지 35년만에 처음 느꼈네요.

정확한 사인은 밝힐수가 없었어요. 그저 자연사로 정리되고 정확한 사인을 알고싶으면 부검을 해야 한다 했구요.

당연히 가족들은 부검을 반대했고, 12월 31일부터 어제까지 3일장을 치루고 납골당에 고이 모셔두었네요.

입관하는 과정을 처음 보았네요. 몸을 닦고, 얼굴에 스킨,로션까지 바르고 관으로 옮겨지고, 얼굴주변에 국화꽃으로

채우고 나서야 차디찬 아빠 얼굴을 만져볼 수 있었어요. 정말 주무시는것 같았어요. 팔,다리가 어찌나 앙상한지 우리아빠

가 이렇게 야위었었구나... 새삼스럽게도 말이죠.

 

아빠가 근한달동안 피부가 간지럽다고 피부과 약을 드시고 계셨고, 혈압약을 5년째 복용중이셨어요.

술을 좋아하셨지만 피부때문에 술도 거의 입에 대지 않으시다가 연말 모임에 나가서 간만에

맥주 두잔을 하고 헤어지셨다네요. 그러나, 모임이 끝난 시간은 10시 30분, 집으로 온 시간은 1시30분이었어요.

아빠는 세시간 동안 어디서 무얼 하셨던걸까요?

혹시 홀로 술을 드시고 그 추운 날 길에서 잠시 주무시다 깨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2달전부터 술을 먹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는다는 말씀을 엄마한테 하셨다네요.

지나고보면 그런 것들이 모두 전조현상으로 보이네요. 피부가 간지러웠던것도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고요. 왜 피부과에서는 단 한번이라도 그런말을 해주지 않았는지 원망도 되구요.

 

아빠가 엄마한테 평상시에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내가 빨리 죽어야 당신이랑 자식들이 고생 안하지, 나 죽으면 보험든거 타서 빚 갚어......"

 

당분간 아빠 생각으로 많이 힘들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때 새삼스럽게 절 꼭 안아주셨어요. 그날따라

유난히 애처롭게 절 쳐다보시며 "아이고, 우리 예쁜딸"하시며 말이에요.

전 아빠가 왜 이러시지? 하시며 낯설어 했던 기억이 너무 가슴아프네요. 저도 그때 아빠를 꼭 안아줬어야 하는데...

이제 아빠를 볼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더이상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 그저 먹먹합니다.

어디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8년째 자주 오는 82쿡에 한번 마음을 털어봤네요.

 

 

 

 

IP : 118.33.xxx.47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눈물나네요..
    '12.1.3 3:59 PM (222.238.xxx.167)

    저희엄마도 얼마 안남으셨는데....ㅠㅠ

    사실 지금도 믿어지진 않구요..

    막상 닥쳐도.... 믿어지지 않겠지요..

    마음이 아프네요ㅠㅠㅠ

  • 2. ...
    '12.1.3 4:03 PM (115.41.xxx.10)

    고통없이 가는 것도 큰 복인데 너무 이르네요. 60대면 창창한데..ㅠㅠㅠ
    원글님 위로드려요. 혼자 된 어머니가 걱정이네요. 잘 돌봐드리세요.

  • 3. 내니노니
    '12.1.3 4:05 PM (175.120.xxx.133)

    힘내세요...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나서 저도 눈물나네요. 지금은 아마도 엄마께서 많이 힘드실것 같아요. 곁에서 많이 위로해주시고 원글님도 힘내시구요.

  • 4. ***
    '12.1.3 4:05 PM (211.246.xxx.21)

    뭐라 위로해드려야할지....
    좋은곳으로 가셨을거예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5. ^^
    '12.1.3 4:05 PM (125.139.xxx.61)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누구보다 어머니께서 힘드실꺼에요
    엄마 잘 지켜 드리세요
    날씨도 추운데 몸도 마음도 시렵고 아프실 원글님...힘내세요

  • 6. ..
    '12.1.3 4:06 PM (110.14.xxx.164)

    위로 드려요
    아무래도 혼자 되신분이 우울증이나 여러 병이 오시기 쉽고
    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 7. ...
    '12.1.3 4:08 PM (14.47.xxx.160)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글을 읽는데 저도 눈물이 맺히네요.
    누군가와의 이별,, 특히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이별이
    얼마나 큰 아픔일지...

    님께서도 많이 힘드시겠지만 혼자되신 어머님 많이 챙겨 드리세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 8. 왕소라
    '12.1.3 4:11 PM (180.71.xxx.35)

    휴~
    저도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나 울컥!
    명치끝이 싸하게 아파옵니다.
    원글님..
    느닷없이 홀로되신 엄마!
    따듯하게 보듬어 주시고 따듯하게 위로해 드리세요
    힘 ㄴ내세요..

  • 9. 순돌아
    '12.1.3 4:17 PM (221.152.xxx.165)

    헝 ㅠㅠㅠㅠㅠ
    어쩌다가 새해부터....
    저는 부모님 두분다 살아계시지만 너무 슬프네요..
    아빠 술 많이 드신다고 구박안학 잘해드려야겠어요 ㅜㅜ

  • 10. 돌아가신 엄마생각에
    '12.1.3 4:23 PM (211.57.xxx.106)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가족을 잃은 그 상실감 굉장한 충격이더라구요.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많이 슬퍼요.
    어머니 많이 위로해드리세요.

  • 11. 6년됐어요...
    '12.1.3 4:28 PM (1.225.xxx.229)

    저녁 9시쯤 감기로 끙끙앓고있는데 전화벨이 울렸죠...
    남편이 받더니 그냥 조용조용 끊더군요
    무슨일인가 고개만 돌려서 남편을 쳐다보니
    내게로 와서는 제 등에 가만히 손을 얹고
    **야 일어나야해...저는 어딜가야하나 무거운몸을 일으켰지요...
    남편이 제게 조용하게 장인어른께서 소천하셨어...

    안산까지 장례식장까지 어떻게 갔는지
    아빠는 이미 영안실에 안치되셔서
    입관예배드릴때에야 뵈었어요...
    희미한미소를 띤 우리아빠의 마지막 얼굴...

    지금도 길가다 머리가 희끗하시고 키큰 어르신 뒷모습을 보면
    와락 몰려오는 그리움으로 지금도 또 눈물이 나요....

    보고싶어요 아빠...그리고 참 죄송해요....

  • 12. 雪の華
    '12.1.3 4:29 PM (119.196.xxx.206)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 13. 아...
    '12.1.3 4:30 PM (58.77.xxx.18)

    슬퍼요...원글님 토닥토닥...
    저도 아버지와 언니를 보내드렸던 때가 생각나내요...
    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갑자기 이별해야 할때가 가장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시간은 보듬어 주더라구요...

  • 14. ...
    '12.1.3 4:48 PM (119.71.xxx.30)

    그렇게 갑자기 가시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우리 시누 시아버님은 욕실에서 머리감다가 그 자세 그대로 가셨다고 해요..

    마음 잘 추스리세요....
    어머니 잘 챙겨드리시구요...

  • 15. 남의 일 같지 않아
    '12.1.3 5:16 PM (221.163.xxx.130)

    저도 얼마전 아빠가 너무나 빨리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래서 글쓴분 마음이 어떤지 짐작이 가네요. 한동안은 실감이 나지않고 다리에 힘이 풀리고 살고 싶지 않더라고요. 직장도 막 휴가내고 안나가고 그랬어요.
    그런데 아빠 좋은데 가셨을거여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 좀 나아지더라고요.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간 죽는게 세상의 이치고 인명은 하능의 뜻이라 인간의 힘으로 어쩔수 없는거더라고요.
    힘내시고 엄마 잘 챙기세요. 글쓴분도 힘들겠지만 엄마도 많이 힘드실테니까요.

  • 16. 아...
    '12.1.3 5:36 PM (180.70.xxx.162)

    원글님.........
    힘내세요ㅠㅠㅠㅠㅠ

  • 17. 엄마가 혼자서
    '12.1.3 5:50 PM (124.49.xxx.117)

    충격이 크실거에요. 아무 마음의 준비가 없이 그런 일을 당하셨으니.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하실지도 모르니 잘 지켜 보시길 바래요. 저희 어머니가 아버지와 큰 오빠를 연이어 잃으셨는데 제 때 보살펴 드리지 못해 마음의 병을 앓다 돌아가셨어요ㅠㅠ.

  • 18. ...
    '12.1.4 12:37 AM (115.139.xxx.204)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곳에 가셨을꺼예요.

    저희 아빠도 11월 초에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연배도 거의 비슷하시네요.

    아직까지 실감이 안나요.
    매일매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잘 모르겠어요.

    장례식도 입관식도 다 너무 정신없어서 별로 울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말이죠.
    혼자 있거나 자기 전에 늘 생각나요.
    눈물이 나고...참 힘드네요.

    원글님
    우리 힘내요.

    하늘에 계신 분들도 슬퍼하고 우는 모습 바라지 않을거예요.
    힘내세요.

    저도 힘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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