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31일 새벽에 아버지가 갑자기 66세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네요.
아침 일찍 엄마가 전화를 해서, 왠 이른 아침에 전화지? 생각하고 받았더니
아주 대성통곡을 하시며 하시는 말씀이 "아빠가 죽었어....아빠가 갑자기 죽었어"하십니다...
전날 술을 먹고 들어오셔서 "그동안 못난 남편 만나서 고생 많았어. 당신한테 많이 미안해"하시며
평소와 같이 씻고, 렌즈도 빼시고 주무셨대요.
그담날 아침에 엄마는 아빠가 깰까봐 조심조심 문을 열고 나가서 부엌으로 가서 식사준비를 하시고,
식탁에 상을 차려놓으시고 아빠를 불렀는데 아무런 기척이 없어서
술을 드셔서 못일어나시나 하고 방으로 가 봤더니 손이 검게 변해있고, 몸은 차갑게 굳어있었답니다.
아빠는 마침 엄마와 반대쪽으로 누워 이불을 푹 덥고 주무셨기에 엄마가 일어난 당시에 아빠가 어떤 상태인지 전혀
알수 없었답니다.
아마도 주무신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나신듯 해요. 신음소리라도 내셨다면 잠귀밝은 엄마가 금방
알아차리셨을텐데 말이죠. 정말 청천벽력같은 일이었네요.
첨에 엄마 전화를 받고 발을 동동 구르며 엉엉 울었지요. 정말 가슴이 타들어가는게 어떤건지 35년만에 처음 느꼈네요.
정확한 사인은 밝힐수가 없었어요. 그저 자연사로 정리되고 정확한 사인을 알고싶으면 부검을 해야 한다 했구요.
당연히 가족들은 부검을 반대했고, 12월 31일부터 어제까지 3일장을 치루고 납골당에 고이 모셔두었네요.
입관하는 과정을 처음 보았네요. 몸을 닦고, 얼굴에 스킨,로션까지 바르고 관으로 옮겨지고, 얼굴주변에 국화꽃으로
채우고 나서야 차디찬 아빠 얼굴을 만져볼 수 있었어요. 정말 주무시는것 같았어요. 팔,다리가 어찌나 앙상한지 우리아빠
가 이렇게 야위었었구나... 새삼스럽게도 말이죠.
아빠가 근한달동안 피부가 간지럽다고 피부과 약을 드시고 계셨고, 혈압약을 5년째 복용중이셨어요.
술을 좋아하셨지만 피부때문에 술도 거의 입에 대지 않으시다가 연말 모임에 나가서 간만에
맥주 두잔을 하고 헤어지셨다네요. 그러나, 모임이 끝난 시간은 10시 30분, 집으로 온 시간은 1시30분이었어요.
아빠는 세시간 동안 어디서 무얼 하셨던걸까요?
혹시 홀로 술을 드시고 그 추운 날 길에서 잠시 주무시다 깨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2달전부터 술을 먹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는다는 말씀을 엄마한테 하셨다네요.
지나고보면 그런 것들이 모두 전조현상으로 보이네요. 피부가 간지러웠던것도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고요. 왜 피부과에서는 단 한번이라도 그런말을 해주지 않았는지 원망도 되구요.
아빠가 엄마한테 평상시에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내가 빨리 죽어야 당신이랑 자식들이 고생 안하지, 나 죽으면 보험든거 타서 빚 갚어......"
당분간 아빠 생각으로 많이 힘들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때 새삼스럽게 절 꼭 안아주셨어요. 그날따라
유난히 애처롭게 절 쳐다보시며 "아이고, 우리 예쁜딸"하시며 말이에요.
전 아빠가 왜 이러시지? 하시며 낯설어 했던 기억이 너무 가슴아프네요. 저도 그때 아빠를 꼭 안아줬어야 하는데...
이제 아빠를 볼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더이상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 그저 먹먹합니다.
어디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8년째 자주 오는 82쿡에 한번 마음을 털어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