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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울한 날

써니 조회수 : 1,829
작성일 : 2012-01-02 22:00:56

저는 교사입니다. 그것도 학군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엄마들 입김이 쌔죠

 

학부모 학벌이 다들 저보다 높아서 말씀마다 교육학 용어가 술술 나오시고 억양과 어투에서 교양이 술술 뿜어집니다.

학급은 잘 경영되고 있는듯 했습니다.

 

문제는 우리반 학생한명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친구는 일종의 서번트(어느부분에서 천재성을 나타내는..) 같습니다.

기억력이 정말 우수하죠..가끔 영화에나오는 한번보면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의 친구죠.

다행히 부모님께서 학습을 놓치지 않게끔 하셔서 성적도 매우 상위권 입니다.(이 아이를 보면 그냥 에디슨이 생각나요)

그러나 기억력 외의 부분에선 빵점입니다. 10살인데 교실에서 기어다니고, 고함도 잘 지르고, 울기도 잘 울죠. 즉 감정조절을 잘 못합니다.

 

이친구는 1학년때 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를 당하고 있습니다.(괴롭힘은 없고 그냥 같이 놀려고 하지 않는..)

그런데 이친구는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조금 불편할 뿐이죠. 이친구는 언제나 혼자 놀 거리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복도에 전시해 놓은 화분의 식물의 잎을 관찰한다거나 소설을 쓴다거나 언제나 혼자서 바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문제가 일어 났습니다.

학급에서 폐만 끼치는 친구가 성적이 좋아서 학부모 들은 모이기만 하면 뒷담화를 합니다.

"그집 엄마는 생활지도를 시켜야지 애 공부만 시키면 어떻게 하라고... 이기적이야"

"학급을 항상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지는 공부해서 1등한대"

"담임이 싸고 돌아서 그지경이야..걔는 맨날 교과서를 잃어 버리는데 크게 혼 안낸데, 우리애는 교과서 하루 안가져 와도 청소해야 하는데..."

"장애아면 장애아 답게 짜져 있어야 하는데 설치니 학급이 엉망이야."

 

학무모들의 감정은 급기야 2학기 들어서 아이들 입을 통해 서서히 드러납니다.

"우리엄마가 oo이는 완존 민폐래요"

"우리엄마가 쟤는 장애인이라는데 진짜에요? "

 

결국 그 교양 만점 어머니들은 방학을 기점으로 모카페에서 결의대회를 열으셨고

자신의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학습받을 학습권을 주장하며 그친구 어머니가 경영하시는 가게로 쳐들어 가셨다고 합니다. 전학가라고...

항의를 받은 부모님께서는 오랜 생각끝에 아이와 함께 외국으로 나가신다고 합니다.

 

과연 그친구가 없는 2월의 우리반에서 10살짜리 친구들은 무얼 배울까요?

승리의 우월감?? 장애인은(실제로 장애인도 아님) 구석에서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

이 아이들이 커서 또 다시 자신의 학습을 방해하는 친구가 나타나면 어떻게 할까요?

 

요몇일 너무 우울합니다.

저는 할 수 있는게 진정 아무것도 없었을까요? 

그친구에게 다른 친구들 보다 좀더 낮은 벌칙 수위를 조정한게 큰 잘못이었을까요?

자꾸 반성이 되고 회의가 드는 교직 생활이네요. 

 

요즘 ADHD등 다양한 학습 장애 아동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 입니다.

그로인해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것은 누구보다도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사는 인생이 도움도 받고 피해도 받는것 같습니다.

짝꿍 바꾸는 그주에 바로 전화와서 짝 바꿔 달라고 담임에게 호소 하기 전에 아이에게 이런친구 저런친구 모두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부모가 늘어 나길 바랍니다.

IP : 125.138.xxx.35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근데요..
    '12.1.2 10:16 PM (122.36.xxx.13)

    이런말씀 드리면 욕먹을지 모르겠지만...저같아도 싫을 거 같아요...저는 이민가시도록 찾아가서 따지지도 못하겠지만...수업 할 때 학습분위기 다 흐트려놓고...정작 셤 보면 그 와중에도 결과는 좋게 나오는 아이...저는 싫을 거 같아요...

  • 2. 저 있잖아요
    '12.1.2 10:19 PM (112.152.xxx.49)

    몇일----) 며칠

  • 3. ㅇㅇㅇㅇ
    '12.1.2 10:35 PM (118.220.xxx.113)

    ㅌㄷㅌㄷ.........
    그런 부모님들 참 같은 학부모 입장에서도 혐오스러워요...님만 그렇게 우울하신 느낌 받지 마세요.

    그 아이 입장에서는 오히려 어쩌면...더 좋은 교육 환경으로 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하게 됩니다.

    속 많이 상하셨지만 힘내서 아이들만 더 바라봐 주세요.
    (저는 우리 아이 그렇게 안키워요! 저 같은 엄마도 구석구석 있을 거라는 걸 믿어주세요!)

  • 4. ...
    '12.1.2 11:09 PM (211.211.xxx.4)

    어머니들 정말 정말 이기적입니다. 저도 당해봤습니다.
    아이들 이기적이고 못된거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보고 배운 것이 저런 거니까요.
    자기 아이들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아이가 성적이 잘 나오니 배가 아파서 어쩔줄을 모르네요.
    다른 사람눈에 눈물이 나게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 난다고 했습니다.
    서로 잘 도와가며 지내지는 못할망정 그 가엾은 아이를 몰아내었네요.
    정말 슬프고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 5. ...
    '12.1.2 11:10 PM (58.123.xxx.240)

    글을 읽으면서 너무 슬프네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을지 글자 하나 하나에서 뭍어나옵니다.. 하지만 힘내세요 선생님. 선생님이니 늘 가능성과 희망을 가지고 지치지 않게 힘내셔야 합니다.

  • 6. ...
    '12.1.2 11:15 PM (211.211.xxx.4)

    저런 부모들의 아이들은 나중에 자기들의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이 있으면
    부모건 형제건 안중에 없을 것 같아요.
    그때서야 자기 아이들을 저렇게 키운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요...

  • 7. 좋은분
    '12.1.3 8:35 AM (110.35.xxx.7)

    좋은 선생님같아요,, 우리 아이는 너무 평범한 편이어서 걱정인데.^^ 우리 담임 선생님이 되어주 시면 참 좋겠다 싶어요, 앞으로 선생님같은 분 내년에 우리 아이가 꼭 만날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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