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에 제왕절개를 앞둔 만삭의 임산부입니다. 노산이다보니 4년 전 첫째 때와는 다르게 많이 힘드네요. 설거지만 해도 배가 나와서 배 부딪히지 않게 하려니 허리도 아파서 설거지 한 번만 하고 나면 온 몸이 쑤십니다.
그런데 우리 신랑 임신하고 설거지 한 게 열 손가락에 꼽힙니다. 뭐 남들 보기에는 애나 저한테 자상하고(어디든 같이 가자고 하면 별 일 없으면 다 따라다니니까) 잘한다고 하는데 천성이 게을러요(이건 시아버님 말씀입니다 본인 닮아서 그렇다고).
성실하고 품성이 순한 편인데 청소나 정리 이런 걸 못 하네요. 그래도 마누라가 임신해서 배부르면 알아서 하겠지 했는데 주말내내 뒹굴다가 일요일 저녁 깜깜해져야 겨우 청소기 돌리고 막대걸레로 닦아요(그것도 청소 안 한다고 몇 번 잔소리를 해야) 딱 거기까지입니다. 도대체 걸레 빠는 걸 못 봤어요.
참다참다 한 달 전에 그랬습니다. ‘청소하고 쭈그리고 앉아서 걸레 빨고 욕실바닥 청소하는 거 힘들다’ 걸레 빨고 욕실청소 해달라고. 평소엔 퇴근이 늦어서 뭐 해달라고 하지도 않고 시간도 없으니 주말에 해달라는 거지요.그랬는데 욕실 청소는 지금까지 딱 한번 하고 끝이고 여전히 걸레는 그냥 내놓네요
어제도 저녁 먹고 배가 땅겨서 설거지도 못 하고 애 씻기고 재우다 잠이 들었는데 자다가 깨보니 새벽 2시 30분이 넘었는데 컴퓨터 하고 있더군요. 설거지는 그냥 쌓여있고. 저녁에 뭐 했냐구요? 저녁 먹고 소파에 누워서 내내 자더군요. 제가 요즘 한번 깨면 다시 잠을 쉽게 못 들어서 어제도 뒤척뒤척 하는데 그제야 방에 들어와서 자더군요. 저는 계속 못 자다가 5시 가까워서야 겨우 잠이 들었어요.
오늘 일어나니까 10시 30분. 거실에 나가보니 소파에 누워서 티비 보고 있는데 부엌은 어제 저녁 그대로인 상태. 얼마나 화가 나고 어이가 없는지. 상대도 하기 싫어서 본 척도 안 하고 딸이랑 아침은 토스트 해서 먹고 점심도 딸이랑만 먹었습니다. 남편은 중간에 라면 끓여 먹더군요. 먹고는 그릇은 그냥 씽크대에 두고 바로 소파에 누워서 낮잠. 그러구선 저녁 8시 가까워서 일어나네요. 그래도 청소는 하겠지 한번이라도 설거지 하겠지 했는데 하루종일 아무 것도 안 하는 걸 보니 밥이고 뭐고 해 줄 마음이 손톱만큼도 안 생겨서 저녁도 떡국 끓여서 딸이랑 둘이만 먹었습니다. 자기 걸 안 해 놓은 걸 보더니 황당해 하는데 정말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너무한 건가요? 남편이 너무한 건가요?
속풀이 할 데가 없어서 주절주절 했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