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미안해. 언니

후회 조회수 : 3,052
작성일 : 2012-01-01 08:25:01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옆집에서 알고지내던 언니가 있었어요.

그분은 늦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저보다 10살이 위였지만, 매사에

의욕적이었고 반듯했습니다.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이 되어 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가끔 만나 수다를 떨곤했지요.

제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간뒤에 저는 취업을 했고 만나는 횟수도 뜸해졌지만

그래도 저를 친동생처럼 위로해주곤 했었어요.

3년전쯤 그 언니가 췌장암에 걸린걸 알았고 매우 초기여서 다행이다하면서 치료를

잘 받아라했지요.

근데 1년전에 복막에 전이된걸 알게되었습니다. 실망스러웠지만, 워낙 씩씩하고 긍정적이라

잘 이겨내리라했지요.

하지만, 버티지못하고 지난 12월18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 그 전전날 언니를 만나고 아이들 결혼식때

부를테니 그때까지 꼭 살아 하면서 부탁을 했고 언니는 그러마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아직도 언니를 안았을때의 그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언니의 아들이 이제 27살입니다. 그 아이에게 담주에 아줌마가 연락할께...하면서 연말이라

이일 저일 때문에 연락을 못했어요.

그런데 그 애가 어제  밤 10시 넘은 늦은 시간에 전화를 했네요.

기운없는 목소리로 그냥 전화했다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리고 미안하던지...연락할게 하는  저의 대책없는

약속을 아이가 얼마나 기다렸길래 이 시간에 전화를 했을까 하는 미안함.

정말 어쩔줄 몰랐어요. 저의 무심함에 새삼 저라는 실체가 보이면서 부끄러워지더군요.

새해 연초에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무슨말로 그 아이를 위로해주어야할지....

엄마없이 인생을 살아가야하는  아이에게 제가 해줄수 있는 말이 무엇일지...

고민되는 아침입니다. 그리고 먼저 간 언니. 미안해. 내가 이것밖에 안돼. 미안해.

IP : 14.52.xxx.15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2.1.1 8:37 AM (211.237.xxx.51)

    그 언니가 정말 좋은 언니였나보네요
    이렇게 좋은 동생인 원글님이 곁에 있는걸 보니...

    그래도 남자아이고 스물일곱이라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혹시 더 어린 여동생이 있다면 걱정인데
    홀로 씩씩하게 헤처나갈수 있도록 용기주시기 바래요..

  • 2. 원글님도 좋은 분이세요
    '12.1.1 10:41 AM (89.204.xxx.177)

    친이모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미안해하지 마시고요
    님 복 받으실거예요

  • 3. 후회
    '12.1.1 11:25 AM (14.52.xxx.151)

    아침식사를 하고 왔더니 댓글을 달아주셔서...고맙습니다.
    전 그닥 좋은 사람은 못되구요 그저 제 안위나 걱정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입끝으로 쉽게 약속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은 했습니다.
    그 아이를 만나면 그 애 얘기를 들어줄 생각힙니다.
    취업걱정, 70이 다된 아버지걱정, 보고싶은 엄마이야기...할 말이 많을텐데
    그저 들어주려구요.
    뭔 제 말이 위로가 될까요. 그저 듣고 같이 공감하고...그러고 오겠습니다.
    같이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5183 왜 저러는걸까요..중2딸 시험공부하면서 엠피쓰리 듣는지 콧노래를.. 8 중2맘 2012/04/09 1,761
95182 청와대 앞에서 경찰 VS 경찰 ㅋ, 내일은 청와대 앞에서 MB.. 3 나거티브 2012/04/09 1,107
95181 오늘자 딴지일보. 김용민 기사(강추) 18 사람이아름다.. 2012/04/09 2,912
95180 미니 오븐토스터기로 냉동밥 해동도 되나요? 5 엉터리살림꾼.. 2012/04/09 5,144
95179 대마도 당일여행 다녀 오신분 대마도 2012/04/09 1,944
95178 일단 과천은 송호창씨가 유리한듯..잘하면,,, 12 수필가 2012/04/09 1,906
95177 거위털 이불 쓰시는 분들 문의좀 드릴게요. 8 Ehcl 2012/04/09 2,572
95176 도를 아십니까? 활동하는 분들 왜 그러는 거에요? 8 정말 길만 .. 2012/04/09 3,150
95175 낼 처음 만나는 엄마들 16 투표 어떻게.. 2012/04/09 3,021
95174 투표마감시간6시! 6 lsr60 2012/04/09 938
95173 분당과 강남이 왜 차이나냐면요. 12 ... 2012/04/09 3,146
95172 박성광 김태호 서수민 6 하늘아래서2.. 2012/04/09 1,979
95171 이 가방 어떤가요? 1 ^^ 2012/04/09 1,231
95170 내용지워요... 20 yunii 2012/04/09 2,061
95169 남편이 소변보는데 쓰라리고 아프다는데... 7 급해요 2012/04/09 1,378
95168 빨랑 강남을 지역구에 있는 개포랑 은마 청실등이 전부 재건축 되.. 9 ... 2012/04/09 1,237
95167 아까 집앞에 밥먹으러 갔는데 분위기가....^^;; 18 여기는분당 2012/04/09 13,579
95166 휘핑크림으로 뭘 만들 수 있나요? 4 아기엄마 2012/04/09 3,207
95165 나꼼수 11회 듣다가 울컥하네요. 야권연대 문.. 2012/04/09 1,353
95164 박근혜지지자 망치부인과 동네 싸움 깜놀 2012/04/09 1,146
95163 그래도 강남3구는 힘들지 않나요..? 18 ㅇㅇㅇ 2012/04/09 2,115
95162 투표 고민돼요 어떤당을 찍어야 할까요? 라는 글 6 원글님 보고.. 2012/04/09 935
95161 아이사랑카드 질문이요 2 - 2012/04/09 746
95160 지잡대 조교수 조국은 어떻게 서울법대교수가 됐나? 34 부정비리? 2012/04/09 14,920
95159 분당 갑은 어떻게ᆢ 2 선거 2012/04/09 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