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 왕따였을때 생각나는거 하나

.. 조회수 : 1,624
작성일 : 2011-12-31 19:00:04

초등 4학년..그러니까 99년도 즈음의 일이네요.

저는 그냥 말수 적고 책 좋아하고 영어 잘하고 수학 못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말그대로 어쩌다 보니 여자애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었고, 반 전체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었고,

급기야 같은 학년 전체와 다른 학년에까지 소문나는 왕따가 되어있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요.

그때 당시는 왕따가 사회문제로 막 대두시되는 시점이었거든요.

정말 웃기는게 신문 방송에서 '왕따' 라는 단어 자체가 자꾸 이슈화되니까

학교에서는 왕따라는게 없어야 할 대상이 아닌 무슨 유행이 되었다는거에요.

아..10년이 훌쩍 넘은 일인데 지금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이야기 많아요.

바뀌는 남자 짝궁들마다 샤프로 제 손등을 꾹꾹 찌르던 일.

그거 너무 아팠어요.그 때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어요.

실과시간에 준비물이었던 본드로 범벅이 되어 교실 폐휴지함에 버려졌던 제 교과서.

제 사소한 습관(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긴다는가 하는) 몇배로 오바해서 무슨 게임..

제 이름이 000이라면 000게임을 만들어서 전 학년에 유행이 되었던 일.

그 이야기를 유치원때부터 절친이었던 친구로부터 전해들었을때의 굴욕.

체육시간 끝나고 운동화 실내화로 갈아신는데 이름도 못잊을 여자아이가 제 머리를 잡아당긴 일.

아무 잘못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하교하던 저를 주먹으로 당연한듯 때리고 가던 이름 기억도 안나는 남자애.

그때 맞은게 명치였나봐요. 그것도 너무 아팠었던 기억이 나요.

왕따라는게 한 아이를 얼마나 바보로 만드냐면

저는 왕따가 된 이후로 자신감도 없고 잘 하고 좋아하던 글짓기니 뭐니도 건성으로 하게 되었구요

교과서 필기도 대충 하고 공부도 흥미를 잃은..공부 못하는 왕따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죽을때까지 용서할수 없는 일은,

현장학습 갔다가 지하철 타고 돌아오는 길에 역에서 지하철 기다리는데

같은반 여자애 두명이 다가와서

'00야 너 여기서 (지하철 철길 위로) 뛰어내려봐. 그럼 우리가 너랑 놀아줄게' 라고 한 거였어요.

그때 전 왜 그냥 싫다고만 했을까요.

내가 뛰어내려서라도 어울리고 싶을 만큼 너희가 가치있는 애들 아니라는거

어린 나이에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입밖으로 못내뱉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건 전부 제가 11살이었던 초등학교 4학년 때 있었던 일이구요.

그 때 절 괴롭히던 아이들은 드센 아이도 당연히 섞여 있었겠지만 대다수는 평범한 반 아이들..이었구요.

이게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일입니다.

그때보다 요즘 애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죠.

업무상 만나게되는 그 또래 아이들은 다들 착하고 순진한데

삼삼오오 모여 놀고 떠드는 모습 보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는데

그런 추억이 저에겐 없네요...

 

 

IP : 211.207.xxx.20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2.31 7:09 PM (218.152.xxx.172)

    그당시 왕따라는게 이슈화되니까 오히려 왕따가 유행이 되었다는말 공감해요

    제가 99년당시 초5였는데 그때 '왕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같은걸 전교에 틀어줬는데 오히려 왕따애들

    보고 킥킥대며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 2. 이글보니
    '11.12.31 8:46 PM (125.176.xxx.31) - 삭제된댓글

    초등학교 5학년 우리딸애가 어떤일을 겪었는지 짐작이 가네요.
    이학기동안 반 아이들에게 돌려져서 완전 자신감을 잃은 상태예요.
    한두명 주동자가 있긴 하지만 불특정 다수라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내아이가 좀 더 단단해 지도록 더 사랑해주고 힘을 키워주려고요.

    님은 그런 일을 잘 겪어내셨다니 장하십니다.

  • 3. ..
    '12.1.1 10:05 AM (119.194.xxx.195)

    혹시 그 때 그 아이들 우연히 만나시거든 면상을 긁어주세요.

  • 4. satirev
    '21.2.24 9:28 AM (223.38.xxx.4)

    페독산쌍화탕에드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531 문재인, 박근혜 - 박 45.0% vs. 문 42.2% 8 참맛 2012/01/01 2,674
54530 이 가방좀 봐주세요. (죄송) 지겨우면 패스 14 가방 2012/01/01 3,224
54529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 겨울에 어울리는 .. 3 푸른연꽃 2012/01/01 1,351
54528 감수성,, 6 개콘 2012/01/01 2,515
54527 국립어린이민속박물관 가려는데 주차료?? 5 주차료 2012/01/01 1,402
54526 전기대형매트쓰면 무조건 전기세 6만오천원나와요. 올해부터 9 아세요 2012/01/01 3,431
54525 사마귀유치원 최고 !! 16 ㅇㅇ 2012/01/01 11,256
54524 새해 첫날 보석꿈을 꾸었어요. 해몽 좀 부탁드릴께요. 3 보석꿈 2012/01/01 2,093
54523 I wish my brother were here with me.. 6 푸른바다 2012/01/01 1,601
54522 선물받은 코치가방... 백화점서 교환되나요? 2 교환 2012/01/01 2,727
54521 적우는 능력자고 불사신이네요 5 이해불가 2012/01/01 3,107
54520 위즈아일랜드 소득공제 될까요? 2 궁금 2012/01/01 1,524
54519 갑자기 컴퓨터가 꺼졌다가 저절로 다시 켜지는데 이거 왜그럴까요?.. 5 새벽 2012/01/01 2,561
54518 터어키 여행 가려고해요 가기전에 일으면 좋을 터키여행서적 추천해.. 7 2012/01/01 2,800
54517 임신중에 이런 남편 있나요? 4 만삭임산부 2012/01/01 2,267
54516 인강 사회탐구부탁드려요 상지 2012/01/01 682
54515 저도 반품문의 할께요.. 2 저도 반품관.. 2012/01/01 1,405
54514 이뻐지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봐요... 5 ... 2012/01/01 3,203
54513 너무 내성적인 아이 격투기 배우는게 낳을까요? 8 때리면 맞는.. 2012/01/01 2,560
54512 여기 농산물사랑 사과 후기 mornin.. 2012/01/01 1,095
54511 초1 책상 학원이나 학교에 있는 1인용 책상도 괜찮을까요? 3 2012/01/01 1,113
54510 프락셀 여드름이나 피부 문제 없어도 해도 되나요? 8 요즘강추피부.. 2012/01/01 2,905
54509 헬로그래머 1 이 중1 교과서 내용 문법 인가요? .. 2012/01/01 1,089
54508 결혼하는 꿈은 해몽이 어케 되나요? .... 2012/01/01 1,980
54507 미국산 쇠고기 질문 12 먹어도,, 2012/01/01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