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상상하지도 않은 김근태 전 의원님의 별세에 삼가 깊은 조의를 표합니다.
남영동에 끌려가서 고문 - 말이 고문이지 '고문'이란 흑백영화를 보면서 살 떨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받으면서 참을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고통을 넘어 생명의 한계를 느낀 것은
백주 대낮에 한 국가의 수도 한 복판에서 반문명적 반인권적 반민주적 살인 고문이 행해지는데
아무 일이 없다는 듯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며 한가한 소리며 흥겨운 노랫소리들이었다고 그 분이 한 말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고문을 하기 위하여 칠성판 옆에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고문을 한다면서 이 같이 증언한 그분의 말을 들으면서
여기 자게에서도 우리가 누리는 표현의 자유 그 언저리에 그분 같은 수많은 젊은 넋들의 희생이 있었음에도 망자들에 대한 기본예의도 없는 배설물을 쏟아내는 인간들에 대해 염치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백범일지를 읽은 후세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서 수많은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오늘날 국민들에게 현 정권의 실상을 보게 하려고 그렇게도 소중한 자신의 생명을 버렸을까 생각하곤 하는데 적어도 그들에게 그리고 민주화에 자신의 생명을 건 사람들의 희생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기본 예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126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