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집을 짓다 뺏긴 사람들...

숲... 조회수 : 2,930
작성일 : 2011-12-29 22:26:14

벌써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네요..

서울이지만 좀 낡은 동네에 살고 있었습니다.

한동네에 조상대대로 물려받고 살아오거나, 최소한 30년 40년씩 살아서...

대학교 때 술을 마시고 동기나 선배가 바래다 준다 하면 저는 단칼에 No라고 해야 할정도로

동네바닥 사람들이 서로서로 너무 잘 알고 있는 그런 동네...

대통령 선거 때는 저희 집에 마을사람들 열명 정도 모여 함께 티비를 보며 응원하던 기억까지 있는..

 

어느날 갑자기 모 건설회사에서 재건축을 하겠다고 땅을 팔라 왔었지요.

정부가 승인한 개발프로젝트에..재벌그룹이 보증하고 있는 거였지만..

시세보다 5억 정도 싸게 팔고, 싸게 들어가는 식의 제안이라..

저는 왠지 느낌상 좋지 않아 반대했는데..

더 똑똑하고 야무진 사람들이 재건축에 동의하고 너도 나도 도장을 찍어주더군요.

제 부모님도 너무 선뜻 도장을 찍어주셨습니다.

비싸게 팔고 비싸게 들어가다간 못 돌아갈 것 같다구요.

다들 한동네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오셨기에..

늘그막에 타지로 옮길 엄두도 내지 못하셨습니다.

 

저희집은 7억 시세를 2억 2천만 받고 추가분담금 없이 재입주를 약속하고 비워주었고...

그중 H연립 사람들은 7천만원만 받고 살던 터를 비워주었습니다.

다시 돌아올 집이기에..땅이기에..

그런데 정부참여 아닌 단순 조합형이란 참 그 주인들에게 너무 안좋은 제도였습니다.

작은 건설업체를 내세우긴 했지만 재벌그룹이 주도하는 것이었고

현수막도 그 그룹 이름으로 주도되는 것인 만큼

처음에 25평/32평으로 나누어 분양 계약을 했던 이 대기업이

25평형을 없애버리고 32평 38평 정도로 확장하여 주상복합으로 일을 벌였습니다.

당연히 파이가 커지니까 원래 지주들에게 추가분담금을 올려받았지요.

저희한테도 다시 1억 얼마를 받아갔습니다.

결국은 7억짜리 집을 1억에 넘긴 셈이지요.

H빌라는 워낙 7천만원만 받고 나온 사람들이라 더 낼 것이 없었구요.

근데 그사람들 앞으로 입금된 대금 명세는 이주비나 개발비가 아닌 '토지대금'이었습니다.

결국 헐값에 매입한 형식으로 서류가 되었겠지요.

그래도 그 대기업이 보증하는 도장은 찍혔으니 계약상으로는 다들 안심하고 있었지요.

근데 마지막까지 협상금을 더 올려받겠다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어

사업비는 계속 올라가고, 대기업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먼저 집을 비워준 조합, 동네사람들에게 떠넘겼습니다.

추가분담금 1억으론 안되겠다, 더 올려라...결국 추가분담금을 6억 이상 불렀나 봅니다.

 

7억짜리 집을 1억에 팔고..또 추가분담금을 6억 이상 내야 하는 형국이 되었으니

동네사람들과 조합 측에선 말이 많았지요.

그 와중에 대기업이 또 여기저기 분양권을 팔며 외부조합을 끌여들였습니다.

순수한 동네주민들 외에 투기꾼들까지 끌어들였구요.

 

애초에 25평형으로 소박하게 노후만을 생각하던 사람들에게도 날벼락이었죠.

비싸게 팔고 비싸게 들어가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할 만큼 소심한 사람들의 집이었는데..

 

대기업 측은 시행사가 빚을 졌으니 갚으라는 식으로 나왔고

결국 그 시행사를 보증섰던 자신들이 인수해서 채권자로 둔갑했다 합니다.

그리고 조합 측엔 조합의 분양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구요.

그래서 조합이 분개해서 다른 대기업을 끌어들이려 하자

그 해당대기업에게 당장 내일까지 현금 얼마를 준비해와라..안그러면 인수 안한다...이런 식으로 통보했고

결국 그 자금을 준비 못한 라이벌 기업을 물러나게 했습니다.

그래서 조합 측이 또다른 건설사를 내세우려 했더니

대기업도 다른 건설사를 내세워서 조합을 해체시키려 했구요.

(5억상당의 분양권, 그동안 낸 추가분담금 다 돌려주지 않겠다는 식이었는데..

최근들어 항의가 거세지자, 분양권 금액은 돌려주지 않고

추가분담금만 받아가란 통지를 해왔다 합니다.

이리 되면 7천만원에 집을 내어준 H빌라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피해가 막심하지요.)

얼마 전에 어머니 대신 성동구청 민원실에 다녀왔습니다.

민원절차가 어떻게 된 건지, 이게 법적으로 대기업 쪽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 하여

구청장도 만나주지 않고, 민원처리도 안된다네요.

조합측이 아예 구청 1층 안쪽에 터를 잡고 앉았더니

형사라는 사람들이 사칭인지 진짜인지, 이런 민원집회 자체가 불법이라고,

옥외집회도, 야외집회도 아닌데도 불법이라고 잡아가겠다고 협박하더군요.

조합사람들이..지난 일을 얘기하며 이러더군요.

차라리 끝까지 버티고 말 걸, 아니면 그냥 팔고 나올 걸...

괜히 재건축에 동의했다가 집만 한입에 털어주게 되었다구요.

 

수억원의 집을 7천만원만 받고 나온 사람들 7억 이상가는 집을 2억 정도 받고 나온 저희들..

혹은 중간에 분양권인지 딱지인지를 시공사에 5억을 주고 산 사람들...

추가분담금 6억까지 부르는 대기업 쪽에 응하든 불응하든 저들은 분양권을 인정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분양권을 무효화하고 일반분양으로 돌리면

원래 땅주인의 땅과 분양권을 산 사람들의 돈을 한입에 털어먹을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얻은 교훈은, 재건축에 동의하지 말고 그냥 팔고 나오든지,

재건축엔 도장을 찍어주지 말라는 것이네요.

IP : 123.109.xxx.13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bluebell
    '11.12.29 10:43 PM (114.204.xxx.77)

    어휴...그 홧병을 어찌 견디셨어요...

    전에 방송서 비인기시간대에 재개발지역의 뒷그늘을 잠시 본적이 있어요..
    그뒤로..재개발의 꿈에 힘입어 총선에서 한나당이 승승장구할때...나중에 크게 후회할텐데..안타깝고
    그랬는데...
    원글님은 더 기가막힌 일을 당했군요...

  • 2. 숲..
    '11.12.29 10:54 PM (123.109.xxx.136)

    저보다는 부모님이 더 속상한 일이죠..아버지가 많이 불편하셔서, 어머니가 고생이 많으신데다 자금란에 닥쳤거든요. 진작에 25평으로 짓고 분양시켜주었으면 편안한 노후를 보내시며 병구완을 하셨을텐데...저희 말고도 어떤 사람은 딸이 장애가 생겼는데, 한평생 번 돈으로 산 집을 재건축에 거저 내어주고 비웠다가 지금 월세살고 있어서..결국 팔순 넘은 노모가 대신 항의하러 성동구청 나왔다가 쓰러지셔서..이젠 못나오고 계시네요. 결국 장애인인 그 딸이 불편한 몸으로 나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3. 달콩이네
    '11.12.29 11:28 PM (218.39.xxx.242)

    정말 무서는 일입니다.....세상에....

  • 4. 흔들리는구름
    '11.12.29 11:29 PM (61.247.xxx.188)

    얼핏 들었는데, 저런 재건축이나 재개발사업은 서민들을 털어먹기위해 짜고치는 작전 고스톱이란 말을 들었어요.

    시공사는 그냥 페이퍼회사로 설립해두고 작업. -> 맨처음엔 분담금이 소액이라며 재건축동의서를 받았다가 갈수록 개발이익보다는 분담금이 커짐. -> 시공사는 망하고 새로운 시공사 등장. -> 재건축조합장과 담당 공무원, 정치인들에게 뒷돈 먹임. -> 반발하는 주민들에겐 용역깡패를 동원. -> 법과 질서는 재벌기업에게 유리. -> 원주민들 상당수가 울며겨자먹기로 쫒겨남. -> 입주민들중 특히 세입자들쪽에서 열혈분노한 사람들은 철거민이 되어서 극한투쟁. -> 용역깡패와 경찰투입.(실제로 전문 조폭들이 있음.) -> 물리적 충돌후에 철거민 쫒아냄. -> 이후 번듯하고 값나가는 아파트 세워짐. -> 원주민은 별로 없고, 거의 대부분 새로운 이주민들이 목돈들고와서 거주하기 시작. -> 막대한 차익은 건설사가 먹음. -> 그 다음 사냥터를 물색.


    물론 개중에는 재건축으로 이익보는 경우도 조금은 있겠지만, 대부분가 이런 경우입니다. 실정이 이런대도 재건축하면 돈벌수있겠다는 환상에 속아서 선거때 미쳐돌아가니....

    힘내세요.

  • 5. 숲..
    '11.12.29 11:44 PM (123.109.xxx.136)

    아직 용역깡패 동원 전이구요..옥내집회 불법이라고 밖에 나가서 하라고 하는데, 오히려 밖에 내몰아놓고 용역깡패 동원하려고 하는 건지도 신경쓰이네요...다음 사냥터 물색이란 말에 소름 돋고 무섭네요. 그 대기업이 서울에서만 3군데를 해먹고 덕소 어딘가도 해먹는 중이라고 들었어요.

  • 6. 쓰라
    '11.12.30 12:57 AM (110.13.xxx.31)

    저도 최근에 뉴타운 지분 하나 샀는데요, 그 후에도 신경쓸게 넘 많아 후회중이에요
    저도 요즘 집회하다가 배운건데 행정기관 내에서 그러니까 건물안으로 들어가면 불법이라고.
    저희도 사진 찍혀서 50만원씩 벌금 내신 분들 있거든요

  • 7. ,,
    '11.12.30 8:29 AM (125.181.xxx.219) - 삭제된댓글

    생각해보세요. 저들이 과연 나한테 도움을 줄려고 저리 난리인지..
    서로가 이익이 있다 느꼈으니 도장도 찍고 했겠지요.
    어찌됐던 7억을 2억에 7천을 한푼도 못받고 억울한 사연이나 도장을 찍었으면 끝난거네요.
    다 도둑넘들이어요. 집가지고 지롤들하는것들...
    평생 남한테 사기나 처서 먹고사는것들... 집값 폭등의 주범... 저 조합원 중에도 좀 위치가 있어야 돈 먹지
    나머진.....철새들.

  • 8. 쓰라
    '11.12.30 9:09 AM (59.6.xxx.251)

    그리고, 대기업에서 발의해서 국회에서 통과된 법 중에서..
    조합장 및 조합임원은 원주민.. 뭐.. 몇 년 이상 거주자들 중에서 되게 되어 있더라구요.
    사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뉴타운의 오래된 동네는 많이 배운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조합장을 꾀차고 당당하게 건설사에 맡서는 사람보다 건설사에 끌려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결국 건설사 하자는 대로 하게 되는거죠. 이 과정에서 추가분담금은 더 늘어나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0869 수학 못하는 중2, 심화는 포기할까요? 2 bb 2012/03/08 1,768
80868 지금 국민은행 홈피 로그인 되나요? 2 국민 2012/03/08 778
80867 일하는 엄마, 중1아들 어쩌죠? 4 별걸 다~~.. 2012/03/08 1,710
80866 서경석 제주집회 강행, 정평위 "강도 만난 강정 와 린.. 4 세우실 2012/03/08 1,125
80865 식재료만 사다놓고 요리하기는 싫구나 13 나은 2012/03/08 3,241
80864 접촉성 피부염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4 ㅇㅇ 2012/03/08 2,195
80863 초등 성적표에 전교과 성적이 우수함 8 그냥 문득 2012/03/08 3,070
80862 MRI 촬영비가 얼마나 할까요? 11 . 2012/03/08 3,314
80861 새누리당 지지도가 올라가는 이유 5 .../!/.. 2012/03/08 1,232
80860 흑자(옅은점)에대해서 아세여? 호박고구마 2012/03/08 2,102
80859 네이버 메일를 삭제했는데 복구방법은 없는지요?.. 4 부지런도 탈.. 2012/03/08 3,820
80858 40인 노처녀친구 결혼시키려면....? 21 단짝친구 2012/03/08 8,792
80857 하와이 코스트코 매장 5 남자는하늘 2012/03/08 3,116
80856 한복 디자이너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9 김칫국은맛있.. 2012/03/08 2,000
80855 인간극장..장애인휠체어만드시는분편.?? 1 ........ 2012/03/08 2,149
80854 한양대 영화연출 8 2012/03/08 2,219
80853 저만몰랐나요? 양배추참치볶음...쉽고 무지맛있어서 세접시먹었어요.. 111 라플란드 2012/03/08 32,489
80852 수학잘하신분들 도움요청요???고3 4 ... 2012/03/08 1,433
80851 초1아들이 제가 못생겨서 챙피하대요. 74 너무속상.... 2012/03/08 14,235
80850 나의 노처녀 탈출기 68 개인적인 2012/03/08 13,610
80849 삼성카드 영업하시는 분 계시나요? 4 코스토코 2012/03/08 1,552
80848 맛없는 음식을 먼저 먹는 아이 18 편식타파 2012/03/08 3,146
80847 신우염으로 진료받아보신분~~ 10 양옆구리 2012/03/08 2,057
80846 김영철씨나 문단열씨.. 이런분들 영어 잘한다는데.. 19 영어 2012/03/08 6,957
80845 탈 서울 경기도 신도시 입성..좀 두렵네요.. 8 탈서울 2012/03/08 2,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