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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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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의 폭력

고민.. 조회수 : 1,804
작성일 : 2011-12-29 19:25:35

4세 딸아이를 몇달전부터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습니다. 관계지향적인 아이, 자유로운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부모참여가 월등히 많이 요구되는 걸 감수하면서도 보내고 있고요. 다른 부분은 대체로 만족스러우나 '어린이집 내에서의 폭력' 문제에 대해 최근 매우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계신 부모님들을 비롯한 선배맘들의 견해를 여쭙고자 글을 씁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부모의 일일교사(내부에서는 '아마'라고 부릅니다) 활동이 의무이기 때문에 실제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자세히 지켜볼 기회가 꽤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4번의 일일교사를 했는데요, 매번 아이들간의 폭력 문제로 무척 당황하고 놀랐습니다. 4세, 5세, 6세, 7세반 아이들의 일일교사를 고루 해봤는데, 어느 반이건 놀다가 싸움이 나고 실제 주먹이 오가는 상황이 발생을 하더군요(가볍게 밀치는 정도뿐 아니라 발로 찬다거나, 뺨을 때린다거나, 머리를 쥐어박는다거나 등등). 빈도와 강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요. 여기선 싸움이 발생하여 폭력행위가 일어나면 일단 맞은 아이를 달래고, 때린 아이에게 왜 그랬는지 묻고 사과하게 합니다. 맞은 아이는 나중에 사과를 받아주고요. 처음엔 선생님이 강하게 개입하는 것보다 그게 더 자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몇번 횟수를 거듭하다 보니 과연 저게 최선일까 의문이 듭니다. 우선, 주로 때리는 아이들은 때려놓고 너무 쉽게 그냥 '미안해' 하더라고요. 폭력에 대해 벌이 있지 않다보니, 폭력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는 느낌도 강하게 들고요.

여러 연령대 부모들과 회의 뒤 뒤풀이 같은 걸 했는데, 제가 그때 한번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폭력이 너무 일상적이라 걱2정된다고요. 그랬더니 6세 아이 엄마가 저더러 "땡땡이(제 딸)는 크면 안그럴 거 같죠?"라고 되묻더군요. 매우 어이가 없었으나, 저는 제 아이는 안때리고 맞기만 할거라는 얘기가 아니라며, 폭력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하고 더 이상 말을 안했습니다. 그 후부터 그냥 제 딸에게 친구나 동생을 때리는 건 제일 나쁜 행동이고, 혹시 친구나 언니 오빠가 때리면 "때리지마"하고 크게 얘기하라고 계속 가르쳤고요. "먼저 때리지는 말되, 친구가 때리면 같이 때리라"고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남편한테, 이제 겨우 4살된 아이에게 그렇게 가르치고 싶냐고,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고요.

얼마전 담임교사와 부모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1년에 두번씩 상담을 합니다.) 최근에 저희 딸이 집에서 둘째를 자꾸 때려서 어린이집 내에서도 다른 아이들을 때리고 다니지 않을지 걱정이 되어 그부분을 물었습니다. 담임선생님 말씀이 "땡땡이가 여기 어린이집에서 다른 친구를 안때리는 유일한 아이"라는 겁니다. 그 얘기를 듣는데..그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제 아이가 다른 아이를 안때린다는 건 참 기쁜일인데, 반면에 늘 맞기만 한다니 참...아이가 부쩍 어린이집 가기 싫어하는 게 자꾸 맞아서 그런거였나 싶은게 눈물도 좀 났습니다. 선생님께, 원래 어린이집이 다 그런거냐, 여기가 공동육아어린이집이라 그런거냐고 물었습니다(담임은 양쪽 다 경험한 분입니다.) 담임 말로는, 어느 어린이집이든 폭력 문제가 다 있는데, 여긴 부모가 일일교사를 하다보니 더 잘 드러나는 측면도 있다더군요. 허나, 주로 실내에서 활동을 하여 꼬집고 찌르는 등의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다른 어린이집에 비해, 밖에서 많이 뛰어노는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몸으로 놀다보니 폭력 사태가 더 빈번하긴 한 것 같다고요.

저의 일차적인 고민은, 우선 딸에게 뭐라고 얘기를 해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친구가 때리면 너도 때려라? 저는 사실 이 부분에 대해 지금까지 굉장히 회의적이었는데, 제가 목격한 어린이집내에서의 폭력은 늘 '누군가가 먼저 시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친구의 뺨을 때려 저를 깜놀하게 한 아이도, 동생의 배를 걷어차 저를 격분하게 만든 아이도, 문제를 지적하는 저에게 오히려 눈을 크게 뜨고 화를 내며 얘기하더군요. 쟤가 먼저 때렸다고요. 친구가 때리면 너도 때리라고, 너무 어릴때부터 가르치니  친구를 때리는 것 자체가 큰 잘못이라는 죄책감이 거의 없는 것 아닌지...

저는 조만간 원장님과 한번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간의 폭력사태가 발생할 때의 대응원칙에 대해서요. 저는 자율적인 관계형성도 좋지만, 폭력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단호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임아웃 같은 서양식 제도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맞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어떤 다른 대안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고민스럽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가 너무 예민하게 대응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아이를 둔 선배언니에게 이 문제를 상의했더니, 아이들 문제는 너무 예민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좀 무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부모들이나 선생님들이 너무 저를 별나게 생각할 거라고요. 차라리, 딸내미에게 '도덕교과서'같은 소리 집어치우는 게 훨씬 더 현실적인 답이라고요.ㅠㅠ

 

저는 어찌해야 할까요.

IP : 110.47.xxx.3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런..
    '11.12.29 7:58 PM (175.113.xxx.141)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의 폭력을 방치하는 곳은 드뭅니다.
    미안하단 말로 끝나지않습니다.

    보통 친구를 때리면 맞은 아이는 달래고 때린 아이는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납니다.
    그렇다고 교사가 폭력적으로 대처하는게 아니라 목소리와 표정으로 하는거죠.
    보통 삼 사월에 시설에 처음 다니는 아이들이나 단체생활에 적응이 안 된 활동적인 아이들 때문에
    저렇게 자주 아이들사이에 트러블이 생기기는 해도
    봄이 지나면 대부분은 그런 행동이 아주 좋지않다는걸
    아이들사회에서도 보편적인 인식으로 자리잡습니다.
    교사나 양육자를 통해서 언어,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는 경우가 아니면
    선생님들의 훈육과 애정으로 아이들끼리도 폭력에 배타적인 분위기로 자리잡는게 보통입니다.

  • 2. 대개 어린이집에서의
    '11.12.29 8:00 PM (112.153.xxx.36)

    싸움은 장난감 독점하려 하거나 뭐 다른 이유 등등이 발생하곤하죠 애들이 워낙 어리니까요.
    선생님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뭔가를 두고 싸움을 하며 한치 양보도 안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원인을 제거해버리는겁니다,
    그게 장난감이라면 서로 양보도 안하고 이런걸로 싸우면 이걸 치워버리겠다 하고 치워버려요 그럼 조용해져요.
    그럼 결국 이런걸로 싸우면 얻는게 없구나 하고 싸움의 빈도 수가 적어지죠.

  • 3. 글쎄요
    '11.12.29 9:17 PM (175.209.xxx.115)

    제 지인들도 공동육아를 보내고 있고 저도 공동육아를 보내고자 아주 열심히 알아봤었지만 원글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없었어요
    어떤 공동육아 지부에서 그렇게 좀 폭력적인 아이가 있었는데 아이들끼리 토론하고 너가 싫은 이유는 너가 너무 때리고 화를내고 시끄러워서 싫다고 이야기해서 그 아이가 고친 것 물론 나이가 여섯살 반이어서 그랬겠지만요
    우리 애 어린이집에 열두시쯤 애를 데리러 간 적이 있었는데 어린 여자애가 개월수 빠른 남자애한테 한대 맞더라구요 그러면 안되요~ 때리지 말아요~ 그러고 아이를 달래주지 호되게 야단치고 그러지는 않던데요 그 아이들은 세 살이어서 그랬나

    원글님은 원에서 해결하셔야할 것 같아요 모든 어린이집에서 한 방에서 그런일이 없을까요? 저만해도 친구들이랑 애들 모아놓고 있으면 하나는 울어요 발로까고 따귀를 때린다거나 그런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확실하게 하시고 아이들끼리 이야기하면서 친구들끼리 이러는건 아닌거같아 라는 결론을 내는 것을 기다리시지 못하신다면 다른 원으로 옮기셔야하지 않을까요?

    그 공동육아원이 폭력을 조장하는건 아니고 원글님과의 생각차이니 원글님께서 선택을 하셔야겠죠 제가 본 바로도 공동육아랑 안맞아서 떠나시는 분들도 계시는걸로 알고있어요 저는 오랫동안 고민했었는데 이동거리가 힘들어서 포기했지만요

  • 4. 원글이
    '12.1.3 2:40 PM (211.196.xxx.79)

    늦었지만 댓글주신 님들 감사드립니다. 특히 글쎄요님 감사드려요. 좀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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