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신랑과의 저녁식사 다툼

새댁 조회수 : 2,980
작성일 : 2011-12-29 17:28:31

어제 신랑이 출근하면서 퇴근을 밤 10시쯤 할거라고 했어요.
그 시간쯤 되어 시간 맞춰 밥 뜸 들이고 국 끓여놓고 전 부쳐놓고 딱 기다리는데..!
10시 한 반 되었는데도 오지를 않길래 전화를 걸어보니 전원이 꺼져있는거예요.
해둔 반찬은 식어가고 저도 배고픈데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던 차라 화도 나고..
11시가 다 되어 이상하다 싶어 평소 잘 가는 당구장 아프리카 TV 중계를 가보니..
거기서 왔다갔다하면서 당구치고 있는 거있죠.

평소 술담배 없이 오직 일-집-당구라 평소에 그거 가지고 뭐라진 않아요.
단 당구장 출입이 일주일에 3일로 정해져있고 그거 예를 들어 월화수 채웠으면 목금토일은 못 가거든요.
아마 오늘 일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는데, 저한테 말하고 당구장 가면 그 3일 중에 하루 깎아먹으니까
그거 안 간척 하고 일 끝나고 바로 들어오는 척 한다는 게 놀다보니까 시간을 넘긴 거 같았어요.
(사실 일주일에 3일 당구장도 제 생각엔 많은데.. 뭐 일 끝나고 두 세시간이고,
저도 제가 좋아하는 책 읽기를 누가 일주일에 3번도 못 읽게 그럼 싫을 거 같아서..
신랑 취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좀 두고보다가 아프리카 TV 채팅창에다 누구누구씨 전화 받아요, 치니까
좀 있다가 쭈볏거리면서 전화가 오더라고요. 배터리 나간지 몰랐다고, 지금 바꿔 끼웠다고.

전 그랬어요. 가면 간다고.. 일 끝나고 전화한통만 주려고 봤어도 전화기 꺼진줄 알았을거 아니냐고.
사람이 왜 그렇게 배려가 없고 무슨 엄마 속이고 놀러 가는 초등학생 마냥,
집에서 동동 거리면서 식사준비하고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는 사람 생각은 못하냐고.
놀다 오는 줄 알았으면 나도 그냥 속 편하게 라면이나 하나 끓여먹고 말았다고.
뭐 때문에 이렇게 몇시간동안 지지고 볶고.. 나 똥개 훈련 시키냐고.
됐으니까 밥은 나 혼자 먹고 치울테니 알아서 해결하고 들어오라고.

그러고 혼자 먹고 설거지 하는데.. 스물 스물 들어오대요.
괜히 제 팔이랑 어깨랑 쭈물쭈물 거리면서 미안하다고, 전화기 일부러 끈 건 정말 아니라고.
보니까 밥도 안 먹고 들어왔대요. 배는 고픈지 저한테 차마 차려달란 말은 못하고
저 혼자 뭐 반찬 제대로 챙기지도 않고 그저 찌개그릇 하나만 냄비째 가져다가 밥 퍼가지고 우걱우걱 먹는데..
열받잖아요. 맛있게 먹이려고 얼마나 준비를 했었는데 쳐놀다가 이제와서 저따위로 먹고 있으니까.
먹는데 옆에서 계속 뭐라고 했어요. 사람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놀면 놀았지 왜 속이려고 들고 어쩌고 저쩌고.

그리곤 먹고나서 그릇을 씽크대에 담가두고 샤워하러 가길래..
먹은 거 설거지도 해! 소리를 치니 보니까 자기도 슬슬 열받는데 꾹 참고
가서 설거지를 달각달각 해놓고 와서 저한테 등 돌리고 자더라고요.

저도 당시에 화가 무척 많이 나서 마구 소리 치고 밥 먹는데 옆에서 계속 뭐라 그랬는데..
좀 진정이 되고나서 생각해보니 추운데 고생하고 일 마치고 좀 놀다온건데
그렇게까지 욕 먹을 일인가 싶을까, 입장바꿔 좀 미안한 맘도 들고 그래서..
자는데 슬며시 끌어안으면서 "내가 좀 과했어.. 미안해." 사과하는데
좀 짜증스러워하면서 대강 대강 대꾸하면서 그냥 자더라고요.
그리곤 오늘 아침에 "밥 먹고 들어올거"라면서 출근해선 제가 사과문자 보냈는데 또 대꾸도 없어요.

우씨... 잘못은 지가 먼저 한건데.
졸지에 제가 사과하고 있어요. 기분도 더 안 좋구...

이럴때마다 한번씩 생각하는게..
그냥 본인이 언제 들어갈테니까 식사준비해달라, 소리 하기 전까진
그냥 밥 차려놓고 기다리고 이런 거 하지 말까? 난 딴에 전업이고 신랑 힘들게 돈 버는 거니까
집에 들어올때 따끈한 밥상 기다리고 있게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건데..
이 문제로 자주 트러블이 생기네요. 한번씩 과하게 싸우고나면 신랑은 그래요.
그렇게 유세 떨거면 밥 같은 거 해놓지 말라고. 난 진짜 너 그런 거 하나도 안해놔도 상관없다고.
...근데 사이 좋을땐 또 요리 잘하는 절 둬서 행복하느니 너무 맛있느니
오늘 저녁 반찬은 뭐야? 궁금해해가면서 제가 밥 차려주는 거 너무 좋아하거든요.
자취생활이 길었던 탓에 못 먹어버릇한 것도 있고;; 저도 그래서 짠해서 더더 많이 챙겨주고 싶고요.

근데 신랑은 자기 퇴근시간때즈음에 집에서 누가 뭐 준비해놓고 있따, 그래서 연락해줘야한다,
맞춰서 들어가야한다 그 조절을 잘 못해요. 그냥 대강대강 어느때는 말도 없이 일찍 휙 들어오기도 하고
어느때는 자기 놀고 싶은 거 놀다가 들어오고.. 왜 연락 안했냐 뭐라 그러면 아 까먹었다.. 미안하다 반복반복..
휴.

신랑 상관없이 그냥 저 끼니때 밥 먹고, 들어와서 밥 달라고 하면 차려주고 아님 말고.
이렇게 해야 할까요?? 근데 주부로서 끼니에 맞추어 장 보고, 식단 계획하고 그러다보면
상대방을 아주 염두에 안 둘수도 없는데요... ㅠㅠ
예를 들어 장을 보러 가서 오늘 닭이 싸네? 닭도리탕 할까? 싶으면
역시 신랑이 오늘 몇시에 들어올건지 묻지 않을 수가 없고 약속된 시간에 준비를 안해둘 수가 없고
근데 그 시간이 어겨지면 화가 나고 싸움이 생기는 거예요.
(신랑 업무상 출퇴근 모두 남들보다 늦고 불규칙적이예요)

그렇다고 아예 아무것도 준비 안해두었다가 신랑이 갑자기 밥 차려달라 그러면
할 수 있는 거라곤 계란 후라이에 소세지 구이 정도인데 늘 그렇게 먹이고 살 수도 없고..
거한 요리 미리 해두었다가 사람 없으면 천덕꾸러기 되고.. 어렵네요.

IP : 124.197.xxx.252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냥
    '11.12.29 5:52 PM (14.63.xxx.41)

    한두달간 달걀프라이에 소세지만 먹이세요.
    그정도로 건강에 적신호 안와요.
    겪어보면 알겠죠.

  • 2. ..
    '11.12.29 5:57 PM (221.155.xxx.88)

    약속없이 늦게 오면 그냥 혼자 드시고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좋고 맛있는 반찬도 관두세요.


    남편이 자취생활 오래 해서 밥 차리는 수고 알 것 같죠?
    몰라요.
    자기 밥 자기가 해서 대충 때우는거랑
    다른 사람 먹이려고 식단짜고 장보고 손질해서 정성들여 차리는 거랑 천지차이에요.
    자취 오래 했어도 자기 손으로 남의 밥상 안 차려본 사람은 그 수고 잘 모른답니다.

  • 3. ddd
    '11.12.29 5:59 PM (121.130.xxx.78)

    남편분이 자취생활을 오래 하셔서
    혼자 대충 해먹는 게 몸에 뱄군요.
    엄마 해주시는 밥 먹는다면 보통 식사시간 맞춰와야 합니다.
    집에 가정부 있는 경우에도 늦게 오면 알아서 먹고 오든가
    혼자 차려먹고 설거지 해놓으라고 보통 교육합니다.
    전업 주부 아니라 돈 받도 밥 해주는 가정부라도 저녁식사 시간 지나면
    뒷정리 싹 하고 하루일 마감합니다.
    밤10시 11시 넘게 저녁을 안먹고 온다는 게 참 이해가 안가네요.
    당구장 간 거 말고도 그렇게 늦게 끝나는 회사라면 저녁은 먹고 와야죠.
    뭣보다 본인이 배고픈 거 어떻게 참는지, 그리고 건강 생각도 해야죠.
    퇴근이 불규칙 하다면 꼭 전화 미리 하고 오라고 하시구요.
    저녁 시간은 7~8시 정도로 꼭 맞춰서 먹게 하세요.
    회사에 있으면 알아서 시간 맞춰 먹게 하세요.
    그게 같이 사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 4. ddd
    '11.12.29 6:03 PM (121.130.xxx.78)

    그리고 원글님도 너무 밥하는데 진 빼지 말고
    남편과의 관계에 좀 더 공을 들이세요.
    정성들여 밥 차려놓고 기다리는데 시간 안지키면 정말 정말 화나요.
    평소에 갓 지은 밥 남으면 냉동실에 넣어 놨다가
    남편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밥 달라 하면 그거 렌지에 뎁히고
    계란후라이 하나 해주고 있는 밑반찬이나 김치 조미김 대충 주세요.

  • 5. 흰둥이
    '11.12.29 7:09 PM (49.26.xxx.207)

    저희 남편은 자기 성질 못겨 한 2주 라면만 먹더니 알아서 굽히던데요 원글님이 초동대처를 살짝 어설프게 하셨네요^^;;;

  • 6. ....
    '11.12.29 7:27 PM (116.121.xxx.207)

    사실 남편이 아침부터 나가서 돈벌면 집에서 아내는 밥하는거 맞죠^^;;
    잘해주시려는 그 마음은 알겠는데,
    일단 저녁 준비해놨다가 제 시간에 안오면 냉장할건 냉장해놓고
    원글님 혼자 밥드시고 편히 계심 서로 편하지않을까요,
    해논 반찬 대부분은 다음날 아침이나 저녁에도 먹을수 있지않나요...

  • 7. ㅎㅎㅎㅎㅎ
    '11.12.29 9:23 PM (124.195.xxx.126)

    남편분이 백번 잘못했죠
    아내앞에서 아들처럼 굴었으니
    이제 어찌 가장 대접을 받으려고 그러실까요

    잔소리가 길어진 건 싫었겠지만
    그렇게 배짱? 튕길 입장이 아니실텐데요

    어쨌건
    사이가 좋을땐 요리를 잘해서 좋다
    사이가 나쁠땐 신경쓰지 말라는 말은
    모순은 아니에요

    요리를 잘해서 좋지만
    더 중요한 건 두 사람 사이 인거죠
    똑같은 사람이 하는 요리도 좋을땐 좋고
    안 좋을땐 별 의미가 없어지니 요리가 아니라 두 사람 사이가 더 중요하다는 거에요

    맛있게 해서 제 시간에 안 오면 혼자 드세요
    두 사람양이니 좀 남겠죠
    식으면 맛없는거야 남편몫이고요

    어제 같은 날은 남편분이 잘못했지만
    직장이 불규칙한데 매번 같은 시간에 못오면 없다는 좀 갸우뚱하네요
    중고딩만 가도 학원스케쥴 따라 요일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때도 같은 시간을 고수할 수는 없는 것처럼요

  • 8. 올립비아힘세
    '11.12.29 10:07 PM (58.120.xxx.126)

    한달정도 밥해달라고 하기 전엔 해주지 마세요..

    일찍 들어오면 나가서 사먹거나 시켜먹고요..

    딱 한달 하니까 요즘은 제가 김치찌개만 끓여도 눈물나게 고마워 하고,,

    연락도 미리미리 잘해요..

  • 9. 사소한일상
    '11.12.29 11:18 PM (119.204.xxx.107)

    전 제가 생각하는 저녁시간 6시~8시까지 텀을 두고 그것도 전화없을시 ,,
    그시간까지 안오고 전화도 안해주면 혼자 잘먹고 가끔 반주도해요 술이요ㅡㅡ
    그리고 마인드컨트롤해요 니복을 니가 찼구나 담엔 없다
    밖에서 굶는게 아니고 어찌됐든 남편도 잘먹구 있거든요 ㅋ
    첨엔 저도 열받았지만 그런면으로 쿨해지니까 남편도 음식에 고마워하고 저도 편해지더라구요,,,,

  • 10. 원글
    '11.12.30 4:14 AM (124.197.xxx.252)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스스로를 들볶았나봐요. 앞으론 마음을 좀 편하게 먹어야겠어요..

  • 11. 모카22
    '12.1.3 11:28 AM (210.218.xxx.25)

    밑반찬몇개 해놓으시고 정말 윗분처럼 후라이만 한달 주세요 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2930 천도제도 기부금에 속할까요 2 cjs 2011/12/29 1,716
52929 10주년이예요. 셋째 임신 중 해외여행 추천해주세요. 2 10주년 2011/12/29 2,067
52928 12-1)동해안 설악콘도 양도합니다. 12월31일 해돋이 관광 1 감나무 2011/12/29 1,322
52927 우리집도 혹시 ‘방사능 벽지’? (벽지 꼭 확인해보세요) 12 . 2011/12/29 7,564
52926 82 로그인 바로 되시던가요? 3 비번틀렸다 2011/12/29 723
52925 민주통합당 선거인단 신청했는데..이상한 전화가 왔어요.;;; 6 단팥빵 2011/12/29 6,006
52924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아무말 없이 집을 팔아도 되나요? 12 몰라요 2011/12/29 4,468
52923 김근태 전 장관 고문한 이근안... 有 12 ㄹㄹㄹ 2011/12/29 2,279
52922 중1 아이 수학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건가요......ㅠㅠㅠㅠ 17 혈압급상승 2011/12/29 3,690
52921 우리 고양이가 신기한건지 봐주세요 9 고양희 2011/12/29 2,365
52920 KTX 민영화 추진 반대 서명 5 sooge 2011/12/29 1,010
52919 시험봐서 아이들 자르는 학원 인기 좋네요 5 냉면 2011/12/29 2,478
52918 발리에 전화를 건 도지사 2 나조인성아님.. 2011/12/29 1,521
52917 소방서사건 패러디래요 1 ... 2011/12/29 1,271
52916 (급해요)탄원서 제출시 탄원인이 많으면 유리한가요? 1 .. 2011/12/29 2,702
52915 어린이집에서의 폭력 4 고민.. 2011/12/29 1,772
52914 요즘 왜그렇게 kbs,에선 하느님하느님 찾는인간들만 나오는지.... 26 ,, 2011/12/29 2,915
52913 엄마 ... 2011/12/29 1,045
52912 김근태 고문님.... 별세 소식은 오보라고 합니다! 18 truth 2011/12/29 3,012
52911 그들은 자살 알고서도 '키득'거렸다 6 용서란없다 2011/12/29 2,812
52910 세상엔 정말 다양한사람들이 있어서.. 1 아몽 2011/12/29 838
52909 오보랍니다..... 10 흠... 2011/12/29 2,289
52908 이근안 어디교회 목사인가요.. 17 물고문 2011/12/29 4,425
52907 김어준의 엄마...를 읽고 2 dd 2011/12/29 2,902
52906 노스페이스 1 레벨 2011/12/29 1,305